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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人사이트] 네 번의 파병…한국은 내게 군사동맹을 넘어 삶의 동맹이 됐다

입력 2025. 06. 16   15:44
업데이트 2025. 06. 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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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人사이트
라이언 도널드 주한미군 공보실장


2003년 보병장교로 한국에 첫발
2014년 두 번째 근무부터 전략공보
작년부터 UNC·CFC·USFK 담당
동맹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 전달
전투력은 생활의 안정으로부터
미군 복지체계, 작전 지속성 기반
SNS 통해 ‘K푸드’ 적극 소개
숨은 한국의 맛집 찾는 재미에 푹
즐겨 듣는 한국 노래 ‘행복의 나라로’

“미국 국민에게 한반도 상황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 국민에게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전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유엔군사령부(UNC)·한미연합군사령부(CFC)·주한미군사령부(USFK) 공보실장 라이언 도널드 육군대령은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한국 근무 4회차인 그에게 한국은 단순한 파병지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가 축적된 공간이다. 개인 SNS 채널(#DonaldFoodTourKorea)을 통해 떡볶이·돼지고기 김치볶음 같은 ‘K푸드’를 적극 소개할 정도로 그의 한국 사랑은 ‘찐’이다. 최근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서 도널드 대령을 만나 그의 ‘한국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조용학/사진=조종원 기자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사·연합사·유엔사 공보실장 라이언 도널드 대령이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사·연합사·유엔사 공보실장 라이언 도널드 대령이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미동맹 발전의 중심에서

도널드 대령의 첫 번째 한국 근무는 보병장교로 소위 계급장을 달고 2003년 캠프 그리브스(Camp Greves)에서 시작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제외하면 미군 부대 중 가장 북쪽에 있어 늘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했죠. 새벽 3시에 전투 위치로 뛰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혹한과 혹서 속 훈련은 힘들었지만 보병장교로서의 역량을 높이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2014~2015년 캠프 케이시(Camp Casey)에서 제1기갑여단전투단 소속으로 두 번째 한국 복무를 하게 됐다. 이번에는 보병이 아니라 공보장교였다. 한국 장병들과 협력할 기회가 많아지며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깨달은 시기였다. “미국 국민에게 한반도 상황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 국민에게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죠. 정보 전달이 단순한 업무를 넘어 신뢰 구축이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당시 한글 SNS 페이지를 운영하며 만든 한국어 콘텐츠도 그런 취지였다.

2021~2022년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공보실장으로 만난 세 번째 한국 생활은 공보 임무를 문화 소통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한국 측 부참모였던 황태성 소령(현재 중령·육군22보병사단 정훈참모)과 그의 후임으로 왔던 이희정 소령(현재 육군포병학교 정훈실장)의 도움이 컸다.

“한국군 공보참모들과 협업하며 한미 공보 시스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고, 융합의 가능성도 봤습니다.”

마지막 6개월간은 황 소령과 함께 50건의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전년도 전체와 같은 수치였으니 엄청난 변화였다.


전략공보 책임자…3개 사령부 잇는 메신저 

2024년부터는 UNC, CFC, USFK 등 3개 사령부의 전략공보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 유엔사 회원국 국민에게 한반도의 현실과 다국적군의 임무를 적극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대령은 “세 사령부는 목적도 다르고 구조도 다르지만 동맹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USFK 공보팀 입장에서는 미 본토 국민에게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알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워싱턴DC나 아이오와·플로리다에 있는 미국인에게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이해시키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언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전쟁지휘 기능 중심인 CFC의 경우 동맹의 중요성을 알리며 ‘지속 가능한 연합 전력의 실현 가능성’을 구축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과거 미군 단독으로 이뤄진 훈련들을 지금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연합으로 수행합니다. 한미동맹은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진화했습니다. 한미연합사단에만 100명 이상의 한국군 간부가 있을 정도로 정말 강력한 동맹 체계가 됐습니다.”

UNC 공보실장으로는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로 다시 주목받는 UNC의 역할을 국제사회에 전파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UNC가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 의해 설립돼 많은 이가 유엔에 속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미 국방부에 속합니다. 창설 75주년을 앞두고 UNC의 정체성과 역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여러 교육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군의 우수한 복지체계와 관련해 “전투력은 생활의 안정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캠프 험프리스처럼 병원, 학교, 문화시설을 갖춘 ‘작은 미국’은 작전 지속성을 위한 기반이라는 것. “단지 복지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근무하는 장병의 심리적 안정성과 전투 지속력에 직결됩니다. 아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로 가족과 함께한 한국 생활은 저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은 군사동맹을 넘어 삶의 동맹이 됐습니다.” 이 같은 경험은 그의 동맹 철학을 형성하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사·연합사·유엔사 공보실장 라이언 도널드 대령이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사·연합사·유엔사 공보실장 라이언 도널드 대령이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보 임무, 문화 소통으로 확장되다

도널드 대령에게 한국은 문화적으로도 특별한 공간이다. “카투사 친구에게 한 달에 한 번은 미국인이 안 가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어요. 진짜 한국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의 요청은 관광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삼계탕과 순대, 제육볶음 같은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은 인터뷰 곳곳에 묻어났다.

“장병들에게 ‘미국인이 가는 고깃집’보단 현지인이 가는 ‘진짜 한국의 맛’을 경험하라고 조언합니다. 진짜 한국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 보이죠.”

현지에서 경험하는 음식, 시장, 소통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작전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즘 그는 ‘숨은 한국의 맛집’을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가 먼저 발굴한 맛집을 한국인 동료들에게 소개할 정도다. 좋아하는 한국 노래로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꼽았는데, 친구들과 고기 구우며 듣기에 좋은 포크송이라는 이유에서다.

“저는 멋진 철학자는 아니지만 늘 인생을 경험하려는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밖으로 나가 경험하고, 추억을 만들고, 사람들과 어울리려 했습니다.”

그는 ‘좋은 이야기를 남기자(Have a good story)’란 삶의 태도로, 공보장교이자 아버지로서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뷰 말미, 도널드 대령은 “열네 살 아들을 게임 밖으로 이끌 방법이 있으면 꼭 알려달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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