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1함대 211전진기지대 병영도서관 ‘퍼스테이션’
PX·도서관 결합한 장병들만의 ‘핫플’ 급부상
만화책부터 재테크·자기계발 도서까지 망라
통유리 넘어 보이는 탁 트인 동해 풍경은 ‘덤’
병영 독서 활성화 위해 ‘퍼스테이션’ 확대 박차
나폴레옹은 ‘독서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영웅전』 『군주론』을 읽으며 영웅의 꿈을 키웠고, 지혜로운 군주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독서가 좋다는 건 알더라도 막상 습관을 들이긴 쉽지 않다. 그런데 해군1함대에는 자꾸만 놀러(?) 가고 싶은 도서관이 있다.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맞아 1함대 211전진기지대 병영도서관을 찾았다. 글=조수연/사진=한재호 기자
격오지에 피어난 감성 도서관
이곳은 카페? 영화관? 강원 고성군 거진항에 있는 211전진기지대에는 마트(PX)와 도서관을 결합한 병영도서관이 장병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 16일 찾은 병영도서관 ‘퍼스테이션’은 1함대 애칭인 ‘선봉함대’를 뜻하는 ‘퍼스트(First)’와 정거장을 의미하는 ‘스테이션(Station)’에서 따왔다. 장병들이 잠시 머물며 지식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건물 2층으로 올라가자 도서관이 나왔다.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 찬 공간, 알록달록한 의자에 앉아 ‘슬램덩크’를 들춰보는 장병들이 보였다.
책장에는 재테크·자기계발, 최신 웹툰 단행본까지 폭넓은 장르의 도서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책은 무려 1만 권에 달한다고 한다.
병영도서관이 장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공간의 차별성에 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딱딱하고 엄숙하다는 편견에 쉽사리 발길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은 여가시간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책을 읽고 공부하기 위해서만 찾는 곳이 아니라 놀러 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카페를 연상케 하는 실내장식은 아무 책이나 꺼내어 읽고 싶게 하는 분위기다.
통유리창 너머 시원한 동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다 쉼표가 필요하면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테라스에는 몸에 맞춘 듯 편안한 의자를 배치해 눕듯이 앉아 책을 볼 수 있다.
멀찍이 떨어져 바라본 공간은 감성적이다. 깔끔한 우드 톤에 초록색과 노란색 테이블·의자 등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 모습. 도서관 한쪽에는 장병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가득한 PX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커피 기계도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장병들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소중한 여가를 값지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공간이었다.
신형 고속정(PKMR)-223호정 승조원인 정재진 하사는 “전방 해역 출동으로 부대 밖을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모두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도 부대원과 소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읽지 않는 시대’, 다독 장병 키우기
1함대는 장병들의 독서문화 조성과 복지 여건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부터 외진 곳 부대들을 대상으로 ‘병영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이 열악한 도서·전방지역에 근무하는 장병들이 맘껏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카페와 도서관이 공존하는 ‘독서카페’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 중이다.
211전진기지대도 1함대 격오지 부대 중 하나다. 기지는 아담한 부두와 건물 한 채로 이뤄져 있다. 50여 명의 대원은 비좁은 생활관에서 24시간 몸을 부대끼며 생활한다. 기존 병영도서관은 임시 컨테이너에서 운영돼 이용률이 현저히 낮았다. 이에 부대는 전방 해역 출동 임무를 수행하는 고속정 승조원들이 순환하며 대기하는 특성을 고려해 2층에 바다 조망의 독서 공간을 조성했다. 도서관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에 문을 열었고, 장병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오준호(준위) 211전진기지대장은 “이발비가 매달 별도 지급되면서 기존 이발소를 없애고, 도서관으로 꾸밀 수 있었다”며 “1함대 정훈실과 협조해 장병들이 원하는 책을 다수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대 정훈실에서 지원한 비용과 부대 예산으로 추가 자재를 구매해 쾌적한 공간을 꾸몄다”며 “협소한 격오지 부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이 활력을 느낄 수 있도록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1함대는 퍼스테이션 병영도서관 조성 사업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병영 독서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는 동해시청·동해교육지원청 등과 협력해 장병들의 문화 혜택을 넓혀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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