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1함대, 저도어장 조업보호작전
동해안 어민들은 저도어장 개방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매년 4~12월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일부 어촌계 어민들에게 한시적으로 개방되기 때문이다. 저도어장은 동해 어로한계선과 북방한계선(NLL) 사이의 대문어·대게·해삼·해조류가 풍부한 황금어장이다. 저도어장 최상단은 NLL과 불과 1.6㎞ 떨어져 있어 남북 긴장 상황에서는 폐쇄되기도 한다. 저도어장 개장 첫날 어민 보호를 위해 출항한 해군1함대 참수리 고속정(PKMR)을 타고 조업보호작전에 동행했다. 글=조수연/사진=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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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어장 ‘오픈런’…기대감에 들뜬 동해
“우리 어촌계 어민들은 매년 저도어장 개장일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생업을 위해 매일 험난한 바다로 나가는 어민들을 보호해주는 해군 고속정 대원들이 참 고맙습니다.”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이 개방된 지난 17일 새벽 4시. 한동수 거진항 어촌계장이 출어 준비로 분주한 어선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의 해안은 대부분 암반과 모래가 섞여 있는 청정지역으로 문어 서식에 최적지다. 특히 저도어장에는 ‘대문어’가 사시사철 서식한다. 1~3월 금어기가 이어져 풍부한 어장이 생성된다. 어민들이 저도어장 개장을 학수고대하는 이유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항구는 4개월 만에 재개한 출어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올해 저도어장은 이날부터 12월 31일까지 개방된다. 그야말로 치열한 생업 현장이다. 동해 전방 해역에 있는 해군1함대 전진기지도 바빠졌다. 어장 개방 기간 매일 새벽 5시에 조업보호작전을 위해 참수리정(PKM·PKMR) 편대가 출항하기 때문이다.
개방 첫날 PKMR-223호정에 올라 조업 현장을 찾았다. 이날 저도어장에는 171척의 어선이 모였다.
이태한(소령) 고속정 편대장은 “첫날이다 보니 평소보다 조업선이 더 많다”며 “PKM이 북방한계선과 가까운 조업 구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상대적으로 속력이 빠른 PKMR은 조금 먼 구역에 있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전속 기동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해양경찰(해경)의 점호가 끝난 오전 5시. 고속정과 해경 경비정이 출발하자 어선들도 저도어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목이 좋은 곳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170척이 넘는 어선이 일제히 해상을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오전 6시쯤 어로한계선에 도착한 어민들은 각자 좋은 위치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북쪽으로는 북한 땅 해금강 지역이 보였다. 어민들이 조업에 열중하는 사이 해군 고속정과 해경 경비정은 어선이 어장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했다. 자칫하면 조류에 휩쓸려 NLL을 넘을 수 있기에 한시도 멈추지 않고 기동했다.
어장 구역을 이탈하는 어선이 있으면 곧장 경고방송을 한다. 어민들 입장에선 야속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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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어민 ‘방패’ 1함대 참수리 고속정
“다른 전우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도록 졸지 말고 끝까지 임무완수합시다. 잠깐 졸다가 적이 침투한다면 전우를 지킬 수 없습니다!”
참수리정 내부 곳곳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었다. 어민의 안전과 생업을 보장하는 막중한 책무가 승조원들의 어깨에 걸려 있었다. 특히 눈을 감아도 선명히 떠오르는 ‘당포함 피격사건’을 기억하며 임무 완수에 매진하고 있다.
1967년 1월 19일 NLL 인근에서 어로보호작전을 수행하던 당포함은 북한이 우리 어선을 납치하려고 하자 대치하는 과정에서 북한 해안포대의 기습 공격을 받고 39명이 전사했다. 당시 당포함은 우리 어선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며 교전했지만 끝내 침몰했다. 1함대는 매년 1월 1일과 사건이 발생한 1월 19일, 현충일과 국군의 날에 추모식을 열고 있다.
1함대의 참수리 고속정은 동해 접적해역에서 적의 동향을 감시하고, 유사시에는 신속하고 강력히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승조원들은 고속정의 기동력과 화력을 바탕으로 24시간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어선들이 조업하는 동안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비상 상황에는 즉각 출동해 어민들을 보호한다.
특히 저도어장 개장 시기에는 어민들의 안전한 조업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전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매일 새벽 출항해 오후 늦게 입항하는 일과를 반복한다. 작전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식사는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다. 참수리 고속정들은 조업이 끝나고 모든 어선이 모항에 입항한 뒤에야 전진기지로 복귀해 휴식을 취한다. 휴식 중에도 언제든지 출항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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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적 전투배치훈련 동해 수호 밑거름
고속정들은 조업보호작전 중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병행한다. 이날도 조업보호작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가정해 전투배치훈련을 했다.
훈련은 어장 내 조업 중이던 어선 1척이 갑자기 항로를 바꿔 NLL에 가까워진 상황을 가정하고, 해군·해경의 공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해군·해경은 모든 어선과 통신망이 연결돼 있다. 고속정이 통신망을 이용해 해당 어선을 호출하고, 기류신호(배에 매달아 신호를 보내는 데 쓰는 깃발)로 운항을 멈추라는 정선 신호를 보냈다. 고속정은 적의 도발에 대비해 어선에 최대한 근접해 보호에 나섰다. 어선이 “GPS 오류로 항적에 착오가 있었다. 남하하겠다”고 회신하며 훈련은 종료됐다.
이 편대장은 “현장에서 해경 경비정과 소통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어장 개방 기간 우리 어선들이 마음 놓고 조업할 수 있도록 부여된 임무 완수에 전력투구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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