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군수사 ‘홈포트 미팅’ 10주년
전투부대 중심의 선제적 군수지원 실현 ‘집중’
전·후반기 1회씩 만나 중장기 군수정책 설계
전투부대·지원부대 핵심 소통창구 자리매김
업무 부담 덜고 승조원 편의 챙기는 대책 쏟아져
감염병 대책 ‘해피오더’·찾아가는 급식 지원 등 성과
시대 흐름 발맞춰 빅데이터 활용 수요 예측 추진도
군함이 머무는 기지를 ‘모항’, 영어로 ‘홈포트(Home port)’라고 한다. 군함은 이곳에서 창정비와 유류·탄약·급식품 등 각종 군수물자를 보충한다. 해군군수사령부는 여러 채널을 활용해 작전부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군수지원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홈포트 미팅’이다. 군수정책부서, 작전부대, 군수업무 관계관이 모여 전투부대가 싸우면 이기도록 현장 중심의 선제적 군수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2015년 문을 연 홈포트 미팅이 도입 10주년을 맞았다. 단편적인 문제 해결을 넘어 중장기 군수정책 방향까지 함께 설계하는 회의체로 발전한 홈포트 미팅을 소개한다. 조수연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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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목소리 경청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홈포트 미팅의 탄생 배경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해군군수사가 10년째 이어온 홈포트 미팅은 부대가 ‘전투부대 중심의 선제적 군수지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란 치열한 고민으로 시작했다.
홈포트 미팅은 매년 전·후반기 1회씩 개최한다. 올해 전반기 미팅은 18일 열린다. 해군·해병대 군수지원을 담당하는 해군군수사는 전투부대와 군수정책부서 관계관을 해군의 모항인 진해 군항으로 초청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투부대와 지원부대의 핵심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미팅에서는 해군군수사의 주요 추진 안건을 소개하고, 전투부대의 애로사항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함정 기술, 군수 데이터,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 특별강연도 병행해 군수지원 혁신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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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해병대 맞춤형 대책 논의
함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전투부대는 감염병 위협에 취약하다. 홈포트 미팅에선 이처럼 해군·해병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을 중점 논의한다.
홈포트 미팅은 신기술 접목이나 초국가적 위기 대응을 넘어 인구절벽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군 차원의 대응 방안까지 폭넓게 모색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군수 관계관들은 함정 승조원· 정비원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외주 정비 확대, 급식물자 적재 효율화, 조리 업무 경감 등을 토의한다. 또 병역자원 급감에 따른 장병 근무 여건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홈포트 미팅은 현장을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승조원 근무 환경 개선, 피복·급식 보급체계 정비 등 다수의 현장 체감형 대책이 홈포트 미팅에서 개발된 것.
해군군수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에도 주목하고 있다. 해군 역사 80년에 걸쳐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군수 수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는 의지다.
홈포트 미팅 초기부터 주요 과제로 선정돼 온 데이터 관련 논의는 지난해 11월 ‘군수데이터 종합 발전계획’ 수립으로 구체화했다. 이어 올해 스마트 군수 인프라 구축과 업무체계 전환을 이끄는 ‘군수데이터 업무 발전 태스크포스(TF)’가 공식 출범했다.
2021년 본격 추진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실증 사업도 대표적인 성과다. 스마트 팩토리는 제조 전 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생산성·에너지효율 강화, 제품 불량률 감소 등 생산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맞춤형 공장을 의미한다. 해군군수사는 정비 현장에 유·무선 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자동화 로봇 등 핵심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있다.
홈포트 미팅에서 논의된 감염병 대응 관련 대책은 함정 승조원 피복 보급 방식을 바꿔놨다. 부대가 개발한 ‘해피오더 배달서비스’는 기존의 직접 구매 방식에서 벗어나 국방망 주문·배달로 감염병 위험을 줄이고, 승조원 편의를 높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함정에 이동급식차를 투입하는 ‘찾아가는 급식지원 서비스’ 역시 함정 조리원의 업무 부담을 대폭 줄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홈포트 미팅 안건 중 하나였던 급식물자 적재 효율화 방안은 ‘텔레핸들러’ 장비 시범 운영으로 이어졌다. 텔레핸들러는 기존의 수작업 방식에 비해 보급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장비로, 국방부 우수 상용품 심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기관실 정비나 장비 유지보수 등에 외주 용역을 적극 도입하자는 대책이 논의돼 향후 함정 승조원과 정비원의 전투 피로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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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해군군수사령관 안상민 (소장)
“전투부대 수요 정확한 예측 필요… 올해를 군수데이터 발전 원년으로”
“해군군수사의 기조가 ‘우문현답’입니다. 풀어서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에요. 해군본부 등 정책부서와 작전부대, 단위 부대 지휘관·책임자가 한데 모이는 홈포트 미팅을 잘 활용해 고객이 감동하는 군수지원태세를 유지하겠습니다.”
안상민(소장) 해군군수사령관은 현장성과 면대면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듣는 목소리는 늘 생생하고 진솔하다”며 “10주년을 맞은 홈포트 미팅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안 사령관은 “문자나 전화, 글로 듣는 것보다 직접 만나면 애로사항을 훨씬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전투부대가 임무를 잘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려면 만나야 한다. 사정이 안 되면 화상회의라도 하는 게 좋다”고 부연했다.
2함대사령관·7기동전단장 등 작전부대 지휘관 경력이 많은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란 키워드에 몰두하고 있다. ‘데이터가 잘못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전투부대가 받는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안 사령관은 “AI가 제대로 일하려면 데이터가 중요하다. 양질의 군수데이터를 취합해 AI에 학습시킨 뒤 전투부대 수요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올해를 군수데이터 발전의 원년으로 삼고, 그 시작을 홈포트 미팅에서 하겠다”고 역설했다.
승조원 부하 경감과 외주 정비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모두 현장과 홈포트 미팅에서 귀동냥한 사연들이 바탕이 됐다. 그는 승조원 업무 부하 경감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안 사령관은 “홈포트 미팅에서 지속 제기된 애로사항을 토대로 수립된 함정 승조원 부하 경감 제도가 인상적”이라며 “승조원들은 작전 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수리·청소 등 ‘일인다역’을 한다. 인구 감소에 따라 업무 부담이 더욱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홈포트 미팅을 개시한 10년 전부터 관련 예산이 조금씩 반영되다가 이제는 많은 부분을 승조원 근무 여건 개선에 투입하고 있다”며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첨단 복합 전력을 따라가기 위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도 군수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 사령관은 진솔한 다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군수부대의 적시 지원이 어려운 이유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 전투부대에 빠르고 감동적인 군수지원이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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