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제10회 서해수호의 날] ‘누가 어떻게 지켜낸 바다인가’ 수백 번 되새긴 질문에 지금, 이 포성으로 답한다

입력 2025. 03. 26   17:20
업데이트 2025. 03. 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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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서해수호의 날
지켜낸 영웅들, 기억될 이름들

해군2함대, 고강도 해상기동훈련


‘55용사’ 필승 정신으로 무장…강화된 함정·대잠전투체계 탑재하고 서해로
전투전대는 NLL 넘은 적 경비함 격침하고 대전함은 어뢰공격 ‘강력 응징’

 

아침부터 해무가 자욱하게 내려앉았던 25일 서해.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시야가 트이자 해군2함대의 해상기동훈련이 펼쳐졌다. 제10회 서해수호의 날을 계기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이 벌어졌던 이곳에서 서해수호 55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2함대 대전함에 편승해 강도 높은 해상기동훈련을 지켜봤다. 글=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

25일 서해상에서 열린 제10회 서해수호의 날 계기 해상기동훈련에서 3100톤급 호위함(FFG-Ⅱ) 대전함이 5인치 함포를 사격하고 있다.
25일 서해상에서 열린 제10회 서해수호의 날 계기 해상기동훈련에서 3100톤급 호위함(FFG-Ⅱ) 대전함이 5인치 함포를 사격하고 있다.

 

 

“적 경비함 NLL 침범” 수십 초 만에 전투배치 완료

이날 파고는 1.5m로 일고, 공기가 혼탁해 시정(물체가 보이는 최대 거리)이 5㎞ 정도로 짧았다. 짙은 안개가 바다를 덮쳐도 해군 함정은 멈추지 않았다. 서해수호의 날을 맞는 3월이면 들끓는 복수심을 연료 삼아 더 힘차게 나아간다.

이날 기자가 편승한 대전함은 서해 중부 해상까지 기동했다. 해무 탓에 평소보다 더 많은 견시요원을 배치한 상태였다. 충남함·서울함·인천함·충북함·한상국함·홍시욱함과 함께 전투전대를 이뤘다.

전속으로 기동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거의 없었다. 기계식·전기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사용해 수중방사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전동기로 기동하면 적 잠수함에 발각될 확률이 낮고 함 자체 소음도 작아 적을 탐지하기 쉽다는 게 승조원들 설명이다.

이날 훈련에서는 북방한계선(NLL) 인근 적 경비함에 도발 징후가 있다는 상황이 부여됐다.

전투전대 함정들은 대함·대잠 경계태세를 상향하고, 무장 통제상태를 적으로 식별된 표적에 대해 교전이 가능한 상태로 조정했다. 전술집행관이 함장에게 전투배치를 건의하자 승조원들이 ‘전투배치’를 세 차례 복창하며 숨 가쁘게 움직였다. 수십 초 만에 함 총원이 정위치에서 즉각 전비 태세를 갖췄다.

잠시 후 함정들의 레이다에 적 경비함 남하 기동이 포착됐다. 전투전대는 NLL로 남하하는 적 경비함에 경고 통신을 했다. 이를 무시하고 적 경비함이 NLL을 침범하자 경고사격이 이뤄졌다. 하지만 적 경비함이 기동을 멈추기는커녕 전투전대 함정들을 향해 기습 공격을 가해오자 전투전대 함정들은 주포를 이용해 적 경비함을 조준 사격해 격침했다.

김상현(소령) 대전함 작전관은 “대전함은 우리 방산기술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대잠능력이 우수한 함대의 주력 호위함”이라며 “서해수호 55용사의 호국정신을 계승해 대한민국의 바다를 굳건히 사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전화수가 갑판 요원들에게 함교 지시를 전달하고 있다.
전화수가 갑판 요원들에게 함교 지시를 전달하고 있다.

 

견시병이 전방을 살피고 있다.
견시병이 전방을 살피고 있다.

 


대잠전도 병행 ‘입체 작전’

실제 상황에선 한 가지 전투만 할 수 없다. 전투는 대잠·대지·대함 사격에 더해 화재 진압 등 복잡하게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전투전대도 적 수상함의 공격이 있었던 만큼 작전구역 내 적 잠수함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대잠수함작전을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했다.

적 잠수함이 식별된 상황이지만, 적 잠수함으로 최종 판명하는 덴 절차가 필요했다. 대전함이 수중 통신을 시도하자 적 잠수함이 돌연 어뢰공격을 가해왔다. 대전함은 신속히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로 대응하고 전속력으로 회피 기동했다. TACM은 기만 어뢰로, 함정보다 더 큰 음파를 내 적 어뢰를 엉뚱한 곳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대전함은 함대 지시에 따라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 교전을 결정하고 발사했다. 잠시 후 수십 미터에 달하는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음탐조종실에선 수중 폭발음을 청취했고, AW-159 대잠헬기가 피격된 적 잠수함에서 나온 부유물과 기름띠를 확인하는 것으로 가상훈련을 마무리했다.

박희원(중령) 대전함장은 “해군은 서해수호 55용사가 보여줬던 필승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적이 또 다시 도발한다면 강력하게 응징해 우리의 바다를 철통같이 지키겠다”고 밝혔다.


해도를 보며 함정 위치를 산출하고 있는 승조원들.
해도를 보며 함정 위치를 산출하고 있는 승조원들.

 

훈련에 참가한 3600톤급 호위함(FFG-Ⅲ) 충남함이 기동하고 있다.
훈련에 참가한 3600톤급 호위함(FFG-Ⅲ) 충남함이 기동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 후 해군 대잠능력 강화 

이날은 훈련을 위해 가상의 상황을 부여한 것이지만, 서해는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경계작전이 진행되고 실제 경고사격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시뮬레이션 훈련은 매일, 해상기동훈련도 수시로 진행한다.

해군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적 잠수함과 어뢰 등 수중 위협에 대한 탐지·대응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타국에 비해 대잠능력 강화를 위한 무기체계를 일찌감치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신형 호위함과 3000톤급 잠수함 건조, AW-159·MH-60R 해상작전헬기 및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도입 등 수상·수중·항공전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노후화된 구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을 대체해 인천급(FFG-Ⅰ)·대구급(FFG-Ⅱ)·충남급(FFG-Ⅲ) 등을 순차적으로 건조해 해역함대의 전투력을 보강하고 있다. 신형 호위함은 국내 개발 전투·무기·소나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해룡 전술함대지유도탄은 적 지휘소 등 육상시설을 함정에서 직접 타격할 수 있어 해역함대의 합동작전 능력을 한층 강화했다.

또 우리 해군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대구급 호위함부터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도입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른 도입 시점이다. 속력을 내야 하는 전투 상황에선 가스터빈을 사용하고, 평시 경비임무 땐 디젤 발전기로 추진 전동기를 구동해 항해하는 방식이다.

충남급 호위함은 함정의 두뇌 역할인 전투체계를 비롯해 함포·어뢰·대지미사일·소나체계 등 주요 탐지장비와 무장을 모두 국산 장비로 탑재했다. 특히 국내 기술로 개발한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다를 처음으로 장착했다. 레이다는 이지스레이다와 같이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다로 전방위 대공·대함 표적 탐지 추적 및 다수의 대공 표적 동시 대응이 가능하다.

이번 해상기동훈련은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27일까지 이어진다. 26일에는 훈련에 참가한 모든 함정이 제2연평해전 전투시간을 되새기기 위해 오전 10시25분에 동시 대함 사격을 실시했다. 천안함 피격 시간인 오후 9시22분에도 폭뢰 투하 대잠 사격을 하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투의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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