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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의 조혈모세포 기증

입력 2025. 03. 17   16:50
업데이트 2025. 03. 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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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상병 해군해양의료원
최규한 상병 해군해양의료원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생애 2번째 헌혈을 하기 위해 헌혈카페에 갔다. 그곳에 있던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홍보부스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서약을 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란 백혈병을 포함한 혈액암 환자들에게 건강한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완치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비혈연관계에서 기증자와 수여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 형질이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후 대학교에서 임상병리학과 1학년을 마치고 2024년 9월 초 해군 의무병으로 해병대에서 복무 중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분이 나타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파견을 나가 있는 상태여서 부대 복귀 후 의무반장·중대장님께 보고 후 대대장님의 승인을 받게 됐다. 군의관님의 협조로 유전자 확인검사를 했는데, 환자와 유전자형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 기증을 하기로 했다.

이후 해군해양의료원으로 전출 가게 됐지만, 협회에서 협조공문을 받아 부대에 제출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밀 건강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1월 초 청원휴가 5박6일을 받고 사흘간 집 근처 병원에서 조혈모촉진제(그라신)를 맞았다. 이는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나오게 하는 주사제다. 부작용도 동반할 수 있는데, 다행히 약간의 요통과 두통 말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이후 대학병원에 사흘간 입원했다. 생일이었던 입원 둘째 날, 중심정맥관 삽입을 통해 성분 헌혈과 비슷한 방법으로 4시간에 걸쳐 조혈모세포를 채취했다. 평소 헌혈을 자주 해 채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증 당일 저녁 담당 코디네이터님으로부터 조혈모세포가 잘 채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생일에 뜻깊은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뿌듯했다. 퇴원 후 바로 부대로 복귀해 주말 동안 쉬고 월요일부터 바로 과업에 참여할 정도로 건강했고, 부작용도 없었다.

기증 2주 뒤 부대에서 상병 신체검사 때 혈액 수치를 확인했는데, 모두 정상으로 나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이후 2월 초 협회에서 환자분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 혈액 수치가 안정되고, 조혈모세포도 잘 안착돼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해군 의무병으로서 혈액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새로운 삶과 건강을 선물해 줄 수 있어 더없이 기뻤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생명나눔실천본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헌혈의 집 등 5곳에서 가능하다. 나의 기증 기사를 보면서 국군 장병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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