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생애 2번째 헌혈을 하기 위해 헌혈카페에 갔다. 그곳에 있던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홍보부스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서약을 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란 백혈병을 포함한 혈액암 환자들에게 건강한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완치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비혈연관계에서 기증자와 수여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 형질이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후 대학교에서 임상병리학과 1학년을 마치고 2024년 9월 초 해군 의무병으로 해병대에서 복무 중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분이 나타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파견을 나가 있는 상태여서 부대 복귀 후 의무반장·중대장님께 보고 후 대대장님의 승인을 받게 됐다. 군의관님의 협조로 유전자 확인검사를 했는데, 환자와 유전자형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 기증을 하기로 했다.
이후 해군해양의료원으로 전출 가게 됐지만, 협회에서 협조공문을 받아 부대에 제출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밀 건강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1월 초 청원휴가 5박6일을 받고 사흘간 집 근처 병원에서 조혈모촉진제(그라신)를 맞았다. 이는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나오게 하는 주사제다. 부작용도 동반할 수 있는데, 다행히 약간의 요통과 두통 말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이후 대학병원에 사흘간 입원했다. 생일이었던 입원 둘째 날, 중심정맥관 삽입을 통해 성분 헌혈과 비슷한 방법으로 4시간에 걸쳐 조혈모세포를 채취했다. 평소 헌혈을 자주 해 채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증 당일 저녁 담당 코디네이터님으로부터 조혈모세포가 잘 채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생일에 뜻깊은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뿌듯했다. 퇴원 후 바로 부대로 복귀해 주말 동안 쉬고 월요일부터 바로 과업에 참여할 정도로 건강했고, 부작용도 없었다.
기증 2주 뒤 부대에서 상병 신체검사 때 혈액 수치를 확인했는데, 모두 정상으로 나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이후 2월 초 협회에서 환자분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 혈액 수치가 안정되고, 조혈모세포도 잘 안착돼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해군 의무병으로서 혈액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새로운 삶과 건강을 선물해 줄 수 있어 더없이 기뻤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생명나눔실천본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헌혈의 집 등 5곳에서 가능하다. 나의 기증 기사를 보면서 국군 장병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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