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24. 국가안보와 과학기술
빠르고 치명적 저가 무인체계 등장 속
우리 군, 인력 구조 근본적 변화 직면
병력·국방비 효율성 극대화 방안 필요
과학기술 강군 건설 핵심은 ‘사람’
국방 인재, 군사적 전문성 더불어
과학기술 이해·직무 활용 가능해야
지난 3년여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유·무인 전투체계가 전쟁의 주역이 됐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생포된 북한군 병사는 김정은 정권의 폭압과 인권유린뿐만 아니라 실전에 투입된 현용 드론의 위력, 유·무인 복합전투 양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우리 군이 AI에 기반한 과학기술 강군으로 도약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군이 처한 전략적 환경은 매우 도전적이다. 이번에는 국가안보와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진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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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처한 전략환경은?
미국과 중국 경쟁,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이미 상수가 됐다. 북한은 핵 능력을 지속 확대하고, 핵 무력정책 법령과 핵 사용 훈련을 통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공표했다.
주변국의 비대칭적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군사적·비군사적 수단과 방법이 망라된 회색지대 분쟁과 하이브리드전이 일상화됐다. 빠르고 치명적이며, 저가의 무인체계가 게임체인저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방 인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보건·복지·교육 등의 예산 수요가 증가해 적정 수준의 국방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효율적 국방운영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환경에 적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병력운용과 국방비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국방의 패러다임·속도를 대전환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10년에 불과하며, 10년 내 과학기술 강군으로 일신해야 한다.
현대전 양상과 미래전 예측
현재 진행 중인 다중분쟁은 전통적 군사전술,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 자율시스템이 통합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드론과 위성기술은 포병작전을 혁신시켰다. AI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앱이 지휘통제체계의 핵심 수단이 됐다.
협소한 거리, 다수의 시민, 지하공간 등이 밀집한 도시지역작전, SNS 선전전, 물리적 전장과 디지털 영역에서의 동시 전투는 시가전과 정보 공간의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공간이 심해·우주·지하 등 극한의 영역과 사이버·전자기·심리 등 가상 공간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쟁의 본질이 적의 생각과 가치, 행동에 영향을 줘 아군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인지전 또는 인지영역작전(Cognitive Domain Operation)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전문 전투원과 높은 수준의 기술적 능력을 지닌 비전투원을 통합해야만 전쟁 수행이 가능해졌다.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전장 모습은 어떻게 될까? 군사과학기술 혁명이 가속화하면서 정찰감시-정밀타격체계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진행돼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유·무인 복합전투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도시지역에서의 작전 소요가 훨씬 증대하면서 네트워크화·소형화·기동화된 보병부대의 전투 수행 능력과 무인체계를 활용한 정밀교전 능력이 필수적이다. SNS에 기반한 심리전, 대리전쟁(Proxy War), 테러와 반정부 세력이 결합한 회색지대 분쟁과 하이브리드전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초연결 네트워크, 인공지능 무기, 장사정 타격체계, 우주 군사력이 게임체인저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방 구성원이 다가올 현실을 냉철하게 자각하고, 사고와 마인드를 혁신해야 한다. 초지능·초연결·초융합의 시대에 대비해 군의 교육체계를 혁신적으로 개편해야 하며, 미래 우리 군을 이끌어 갈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과학기술 강군 도약 위한 우리 군의 노력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국방부는 2021년 ‘미래국방혁신구상’을 공론화했다. 미래국방혁신구상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과학기술군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상이다. 국방부는 △국방정책·전략 및 개념 발전 △AI 기반 무인체계 전력화 가속화 △국방과학기술 발전 및 산·학·연·군 협력 시스템 구축 △국방조직 및 제도 개선 △국방 리더십의 인식 제고 및 인재 양성 등 5대 중점 분야를 제시했다.
미래국방혁신구상은 2022년 국방혁신 4.0 추진을 통한 AI 기반 ‘과학기술 강군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로 발전됐다. 그 결과 국방전략서 작성, 국방기획관리체계 개선, 국방 리더십에 대한 과학기술 소양 교육 등 여러 방안이 추진됐다. 2023년 4월 ‘2023-2037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을 통해 향후 우리 군이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할 10대 분야 30개 국방전략기술을 제시했다.
군사전문성과 과학기술 소양 겸비한 인재 양성 필요
국방태세를 유지하고, 미래 전장을 선도하는 과학기술 강군 건설의 핵심은 인재 양성이다. 국방전략기술을 개발하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산·학·연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장교단을 포함해 국방을 이끌어 갈 인재의 과학기술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다. 국방 인재들이 군사적 전문성(Military Expertise)과 더불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력(Science& Technology Literacy)을 겸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다수의 장교단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직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해 국방대학교는 2025년 ‘국가안보와 과학기술’이란 과목을 신규로 개설, 공통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모든 학위과정 입학생이 전공을 불문하고 수강토록 했다.
비록 개론적 수준이나 미래 국방을 이끌어 갈 리더들이 국가안보와 과학기술의 융합적 이해를 갖추기 위한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평가한다. 미래 국방의 리더들은 국가안보와 군사전략, 국방경영, 국방과학의 분야별 지식을 융합해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과 소양을 갖춘 인재가 돼야 한다. 아울러 이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노력도 배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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