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 79기 졸업·임관식
해양수호 주역 무게감 더했다
졸업생 이름 부르면 한 사람씩 입장 ‘이색 연출’
한 명 한 명에 부여된 책임감 더 크게 느껴져
혈연보다 진한 전우애 빛났다
할아버지·아버지 따라… 父子·남매 해군장교…
“강한 해군, 해양 강국 건설 임무 반드시 완수”
해군사관학교 79기 생도 졸업·임관식이 열린 지난 7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는 성큼 다가온 봄을 알리듯 순풍이 불었지만, 군항엔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장교의 길을 선택한 해군·해병대 소위들의 용기를 날씨마저 대변하는 듯했다. 이제 막 거친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는 청춘들을 위해, 1600여 명의 참석자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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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의 후예’ 자부심으로 새출발
사관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망망대해로 출항하는 해사 79기 신임 장교들의 출정식이 열렸다. 해군이 창설 80주년을 맞은 해 임관하는 것이라 의미를 더했다.
풍성한 꽃다발을 안은 졸업생 가족과 친지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행사장을 메웠다. 군악대 공연에 이어 졸업생들이 입장할 차례. 올해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졸업생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 연병장에 한 명씩 입장했다. 미 해군사관학교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 명 한 명이 해양 수호 주역이라는 무게감을 더한 것.
사회자가 졸업생의 이름을 또박또박 호명할 때마다 한 손에 임관사령장을 들고 하나둘 연병장 한가운데 등장했다. 화면에는 졸업생 사진과 함께 각오 한마디가 송출됐다.
자신을 믿는 가족과 선배들 앞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졸업식이 또 있을까. 입학부터 학교생활, 졸업까지. 신임 장교들이 걸어온 길은 뭐든 평범하지 않았다. 장교로 거듭난 순간 국민을 등에 업고 떠나는 여정이기에 그 책임감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날 연병장 옆 해상에는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DDG) 세종대왕함, 1만4500톤급 대형수송함(LPH) 마라도함, 3000톤급 잠수함(장보고-Ⅲ) 신채호함 등 우리 해군의 최신예 전력이 도열해 위용을 뽐냈다. 특히 이날은 태극기와 만국기로 단장해, 새출발하는 신임 소위들의 임관을 축하했다. 해상작전헬기(Lynx),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무인헬기(S-100) 공중사열도 펼쳐졌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자랑스러운 79기 해사 졸업생들은 해군 80년 역사의 새로운 전통을 이끌어갈 책무 앞에 서 있다”며 “‘강한해군, 해양강국’ 건설이란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률(중장) 학교장은 “여러분은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지성·인품·용기를 함양하고, 전투체력을 연마한 믿음직한 신임 장교들”이라며 “충무공 정신을 바탕으로 싸우면 이기는 필승해군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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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어 헌신하는 신임 장교들
이번에 임관한 신임 해군·해병대 소위 중에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이들이 눈에 띄었다.
주민서 해군소위는 베트남전쟁에 육군병으로 참전한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아버지(예비역 해병대령)의 뒤를 잇는다. 주 소위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자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며 “해군 장교로 임관해 영광이다. 대한민국 해양 주권 수호에 최선을 다하는 장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준영 해군소위는 아버지 정해섭(해사 52기) 중령과 부자(父子) 해군 장교가 됐다. 정 소위는 “해군 장교로 27년 동안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켜온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해군 장교의 길을 꿈꿨다”며 “혈연보다 진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아버지와 함께 우리 바다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황세진 해군소위는 2년 전 먼저 임관한 누나 황세운 중위(해사 77기)와 남매 해군 장교가 됐다. 황 소위는 “누나의 조언과 격려 덕분에 4년의 생도생활을 보람차게 보냈다. 누나와 함께 ‘강한해군, 해양강국’ 건설에 이바지하는 멋진 장교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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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 부름에 가장 먼저 응답하겠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은 김태민 해군소위(함정)가 차지했다. 국무총리상은 홍승재 해군소위(함정), 국방부장관상은 이지원 해군소위(항공), 합동참모의장상은 이상민 해군소위(함정), 한미연합군사령관상은 조한검 해군소위(항공), 해군참모총장상은 서하늘 해군소위(항공), 육군참모총장상은 이영서 해군소위(함정), 공군참모총장상은 오동헌 해군소위(함정)에게 돌아갔다. 해병대사령관상은 이찬희 해병소위(포병), 해군사관학교장상은 박준휘 해군소위(함정)가 받았다.
대통령상을 거머쥔 김 소위는 “국가와 국민 부름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해군 장교가 되겠다”며 “선배 전우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대한민국의 바다를 적의 도발과 위협으로부터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푸릇푸릇한 해군·해병대 소위들은 모자를 일제히 하늘로 던져올리며 보다 넓은 세상으로 간다는 희망과 설렘을 발산했다. 임관식을 마치고 나서야 밀려오는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도 보였다.
졸업·임관식이 끝난 연병장 앞 바다는 윤슬로 빛났다. 4년 동안 고된 훈련과 교육을 극복하고, 푸른 야전에서 청춘을 보낼 이들의 앞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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