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에 감사 - 해군1함대와 동해시
해군 일이라면…
시민 30명으로 결성된 ‘함대사랑회’
식당서 장병 마주치면 밥값 내주고
전역자 취업 알선·자녀 장학사업까지
고민과 애로사항 발 벗고 나서 해결
보은 위해서라면…
사학재단 설립·도로 개설·재난 지원
지방 소멸 위기 속 경제·인구문제 해결사로
지역 일이라면 제일 먼저 달려가
가장 배치받고 싶은 1함대 ‘엄지 척’
잉꼬부부? 깐부? 둘 사이를 표현하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헤맸다. 강원 동해시와 해군1함대의 관계 말이다. 1946년 8월 조선해안경비대 묵호기지 창설과 1986년 1함대사령부 승격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79년이란 세월 동안 끈끈해진 사이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해군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동해시민들의 ‘헌신’을 조명한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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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향한 순수한 사랑…‘함대사랑회’
1함대가 주둔 중인 동해시는 ‘해군 도시’로, 서로 없어선 안 되는 공존과 협력의 관계다. 함께 울고 웃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내 뒷마당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이른바 ‘님비’의 반전현상이다.
동해시 발한동엔 ‘해군산(海軍山)’이라는 이름의 산이 있다. 독특한 지명의 이곳에 해군경비대사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결성한 ‘함대사랑회’는 동해시의 지극한 해군 사랑을 가늠케 하는 단적인 예다. 2012년 시작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병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한다는 자체가 국방력을 증강하는 데 가장 기본이잖아요.” 최근 1함대 북카페에서 만난 이정학 전 동해시의원이 말이다. 이 전 의원은 함대사랑회 초대회장으로 모임 결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함대사랑회는 수병과 부사관들이 동해시에 살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을 주로 한다. 해군의 일이라면 일거수일투족 발 벗고 나서 중재하고 협력한다.
연예인을 섭외해 공연을 하고, 병사들에게 동해여행을 시켜 주기도 한다. 식사를 하다가 해군 장병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대신 밥값을 계산하는 건 일상다반사다. 지난해에는 군 다자녀 가족 대상 장학사업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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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대사랑회에는 해군을 사랑하는 30명이 ‘정예 멤버’로 있다. 모임의 성격이 변질될 것을 우려해 회원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취지다. 의외로 해군 출신은 최근 가입한 2명뿐이다. 해군 출신이 없는 함대사랑회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질 정도니 동해시에서 해군의 위상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이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7·8대 시의원 활동을 한 이유도 함대사랑회 설립 목적과 같다. 동해 토박이면서 어릴 때부터 해군을 보며 자란 만큼 중립지대에서 매개하며 서로 잘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동해상고 부사관학과 개설, 해군 장병 사기진작 공연 유치, 해군 전역자 취업 알선, 해군 자녀 장학사업, 해군 고충 처리 등 1함대와 동해시의 외교관 역할을 해 왔다.
“군과 관이 서로 뭘 하려고 할 때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중간에서 이해시켜 주죠. 제가 그것 때문에 시의원을 했습니다.”
회비는 100% 해군을 위해 사용한다. 회비도 상당하지만, 찬조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봉사정신과 해군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참 순수한 민간단체다.
4대 회장직을 맡은 정연국 회장은 “초기 멤버 그대로 10여 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군과 동해시를 사랑하는 분이 모인 덕분”이라며 “군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무너진다. 봉사라는 개념보다 우리가 조금이나마 군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는 이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1함대도 보은하기 위해 온몸을 바치고 있다. 사학재단 설립, 도로 개설, 재난 지원 등 지역의 일이라면 제일 먼저 달려갔다.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지역경제와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도 됐다.
함대 관계자는 “해군 장병들이 1함대에 배치받고 싶어 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함대사랑회”라며 “동해시의 해군 사랑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함대사랑회는 옛 경남 진해시가 군항제를 열어 지역을 홍보하는 것처럼 해군과 연계해 동해시를 널리 알리는 그런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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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세운 배움터, 일심학교
발한동에 가면 해군이 세운 ‘일심학교’ 터를 만날 수 있다. 해군산에 오르면 ‘해군1함대 부속 일심학교 터’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산속 군부대 울타리에 있던 ‘일심중·고등학교’다. 학교 건물은 헐렸지만 역사를 알리는 안내문도, 졸업생들이 선생님들께 고마움을 표시한 표석도 그대로다.
일심학교는 ‘주경야독’하는 학생들이 모인 야간학교였다. 1함대는 1967년 중학교 과정을 개설했다. 1965년 해군 권세춘 중사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6명을 가르친 게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1975년에는 고등학교 과정까지 추가했다.
학교는 1함대의 전폭적 지원으로 운영됐다. 동해시민이 후원하고 선생님들이 모금했으며, 대통령 하사금도 받았다.
해군이 운영하는 학교이기에 해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교장은 1함대사령관, 교감은 군목이 담당했다. 교사로는 대학에 재학 중인 해군 병사들이 지원해 참여했다. 여학생 교복은 해군복과 같은 세일러복이고, 교기는 배를 정박시키는 닻 그림이다.
일심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도 있었다. 1973년 부임한 김수남 군목은 학생들의 학업과 취업을 돕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그러던 중 과로로 별세했고, 졸업생들은 그의 헌신을 기려 학교 터에 표지석을 세웠다.
1983년, 1986년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각 폐교됐지만 군인정신이 깃든 배움터였던 일심학교는 동해시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일심학교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1함대는 일심학교의 사례를 본받아 강원 영동지역에 협약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동해시와 1함대가 이어온 아름다운 공존의 역사는 탁 트인 동해를 따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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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기지서 시작한 79년 역사…해군의 과거·현재 상세히 기록
오종식 동해문화원장 『파도 위의 기억-동해를 지켜온 사람들』 펴내
“노량진에서 재수하려고 갔어요. 가서 보니까 그 서울역에 하얀 제복을 입은 해군들이 있더라고. 아, 멋있더라고요. 거기에 반해 해군을 지원했어요.”(『파도 위의 기억-동해를 지켜온 사람들』 59쪽)
동해문화원은 지난달 15일 구술자료집 『파도 위의 기억-동해를 지켜온 사람들』을 펴냈다. 동해시민과 함께 동해시의 또 다른 역사인 해군의 과거·현재를 말해 주는 책이다. 동해시와 1함대가 긴 세월 동안 쌓아 온 추억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모여 탄생했다.
책은 동해시에 자리 잡은 1함대 창설부터 오늘날까지 해군 장병과 동해시민들이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했다. 동해 해안안보 역사부터 일반시민, 1함대 전역자들과 그 가족의 삶을 담담하게 소개하는 245쪽 분량의 구술집이다. 해군 전역자들이 어떤 군 생활을 했었고, 전역 후 어떻게 동해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지 생생히 기록했다. 군인들의 회식 이야기나 지독한 뱃멀미에 적응하는 과정도 상세히 적혀 있다.
동해시와 해군의 근현대사 구술작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동해시와 해양문화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큰 힘을 갖는다. 구술사 작업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경제·사회적 변화를 생생하게 기록하는 데 의미가 있다. 변화하는 역사와 과정, 그 중심에 있던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삶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스토리텔링 전문가 이학주 박사, 지역학 전문가 이영식 박사, 기록 전문가 김시동 대표 등이 오랜 시간 구술자들의 곁에 머물며 재미난 에피소드를 끌어내고 받아 적었다. 동해역사문화연구회와 홍협·김대영·방광선 위원 등 전문가들의 참여로 신뢰도와 완성도를 높였다.
오종식(사진) 동해문화원장은 “해군1함대와 관련된 모든 이가 단 하루를 살더라도 동해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우리 고장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새로운 문화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구술집이 1함대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리는 동시에 동해시민들과 끈끈한 유대를 확인하고, 이를 계승할 미래 세대에 값진 지침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은 동해시의 지원을 받아 비매품으로 발행됐다. 책과 관련된 문의는 동해문화원(033-531-3298)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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