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중요해진 현대전, 유연한 인지능력은 필수다
워리어 마인드셋 - 전투의 뇌과학을 들여다보다
① 현대전, 마음을 향한 전투가 시작됐다
② 인지전, 우리는 왜 뇌를 알아야 하는가?
③ 전장, 총알보다 무서운 정신적 압박
④ 군인 내면의 힘! 정신적 강인함
⑤ 인지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⑥ 내면의 힘을 끌어올리는 방법
⑦ 최강의 전사를 만드는 워리어 마인드셋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인간의 능력,
이야기 만들고 개념·신념으로 발전
대한민국 이야기는 국가관이 되고
적의 이야기는 대적관으로 정립돼
적의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올바른 사고의 틀 강화하는 교육 필수
참가자를 나눠 각각 젊은 여성과 나이 든 여성의 사진을 보여 줬다.
이후 ‘아가씨와 노파’ 그림을 제시하고 무엇이 보이는지 물었다.
그 결과 초기에 입력된 정보에 따라 각기 다른 대상으로 인식했다.
사람들이 기존 생각의 틀을 기반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한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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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혁명, 이야기의 힘
인간은 신체적으로 강한 존재가 아니다. 생태계에서 신체적 힘을 기준으로 서열을 정리한다면, 인간은 결코 최상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등극했다.
인간을 강하게 만든 힘은 무엇일까?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그 답을 ‘인지혁명’에서 찾았다. 약 7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이는 인류 역사의 판도를 바꿨다.
이 특별한 능력의 힘은 침팬지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1대 1 대결에선 침팬지가 인간을 손쉽게 이긴다. 그러나 1000대 1000의 전투라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이 침팬지를 압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침팬지는 직접적인 스킨십으로 유대를 형성하므로 50마리 이상의 집단을 유지하기 어렵다. 반면 인간은 종교, 국가, 이념 등 추상적 개념을 공유하며 많게는 수백만 명이 협력할 수 있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언어 본능에서 인간 언어의 진화가 복잡한 사회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이야기로 가치를 공유하고, 신념을 형성하며, 협력을 끌어낸다. 이러한 믿음은 돈, 종교, 국가와 같은 개념에서도 나타난다. 돈은 단순한 종이나 숫자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국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민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소속감을 느낀다.
자유, 평등, 진리와 같은 개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요소들은 ‘상상 속의 질서’를 만들어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결국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힘은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이는 보이지 않는 개념을 현실로 만들고 신념을 형성한다. 강한 신념은 개인을 단단하게 만들고, 사회를 유지하며,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이야기의 힘이 군인의 정신전력이다. 대한민국 이야기는 국가관이 되고, 적의 이야기는 대적관이 된다. 결국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이야기이며, 신념을 형성하고 행동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누구의 군대가 이기는가보다 누구의 이야기가 이기는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나이 교수의 말대로 현대전에서 이야기의 힘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강력한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상대방의 신념을 흔들고 아군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인지전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미디어와 인지전
인지전에서 미디어는 강력한 무기다. 베트남전쟁 중인 1968년 ‘구정 대공세’는 군사적으로 북베트남의 완패였으나 미국 언론은 사이공(현 호찌민)에 있던 남베트남 주재 미국대사관 공격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확산했고, 미국은 미군 철수를 결정했다.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두고 “우리는 전투에서 진 게 아니라 언론에서 졌다”고 말했다.
오늘날 미디어는 온라인으로 확장되며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인지전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접할 때 무작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존 생각의 틀을 기반으로 해석하고 판단한다. 우리 군 정신전력교육은 이러한 생각의 틀을 올바르게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현대 미디어 환경은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인 문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하는 방향의 정보는 선별적으로 수용하나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유튜브 이용자들에게서 확증편향이 두드러진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지속 추천해 자신과 같은 의견만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유튜브 콘텐츠를 접하는 이는 기존 신념을 강화한다. 우리나라는 유튜브 소비율이 높고, 뉴스·시사 콘텐츠 소비가 활발하다. 이는 정보 편향성을 심화할 가능성이 크고,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
바꿔 말하면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중요한 점은 여러 관점을 수용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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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인지 능력의 중요성
에드윈 보링의 ‘아가씨와 노파’ 실험은 관점의 중요성을 잘 드러낸다.
보링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젊은 여성의 사진을, 다른 그룹엔 나이 든 여성의 사진을 먼저 보여 줬다. 이후 ‘아가씨와 노파’ 그림을 제시하고 무엇이 보이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같은 그림을 보고도 초기에 입력된 정보에 따라 각기 다른 대상으로 인식했다.
이는 우리가 기존 경험과 지식에 따라 같은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며, 군인 역시 같은 교육을 받아도 각자 배경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장병들에게 올바른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갖가지 정보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관점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딥페이크 같은 가짜 정보가 범람하면서 정보의 진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허위정보가 심리적 혼란을 일으키며 여론을 조작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현대전에서 인지전의 핵심 전장은 미디어다. 가짜 뉴스와 조작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장병 개개인의 정보 분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 교육을 강화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연한 인지 능력은 현대전에서 필수적 역량으로, 장병들이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합리적 판단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사이버 인지전,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가짜 계정·위장된 웹사이트 ‘거점’ 감시능력 강화
민관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사이버공간은 인지전의 핵심 영역이다. 공격자가 SNS 공간을 장악하면 정부의 메시지가 교란되고, 허위 조작정보가 여론을 지배할 수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적 대응시스템 강화
사이버 영향 공작의 첫 단계는 SNS상의 대규모 가짜 계정 형성이다. 가짜 계정과 위장된 웹사이트 등 정보활동 거점을 조기에 식별하는 감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된 탐지시스템을 구축해 96% 이상의 정확도로 허위정보를 식별해야 조직적인 정보 조작 시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법·제도적 대응 강화
허위정보 유포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이를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아닌 사이버안보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다룬다면 자칫 ‘언론의 자유’ 등의 논리로 계정 폐쇄 등의 조치가 제한될 수도 있어서다.
범부처 협력 및 민간 공조
부처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슈도 결국 다른 부처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국가 이슈로 확산할 수 있다. 정부부처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이 러시아의 사이버공격 방어에 전적으로 협력했던 건 평소 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긴밀한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평시에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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