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1함대·국군대전병원·대전소방본부 합동 의무지원훈련
해상 함정 전상자 발생 가정
전방전개외과팀 함정 급파
승조원식당 외과 수술실 변신
현장서 응급수술…부상병 생존율 높여
대전소방본부 등 기관 간 협조체계 강화
27일 오전 11시30분 동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2800톤급 호위함(FFG-Ⅱ) 포항함이 적의 공격을 받아 다수의 전상자가 발생했다. 복부가 파열된 승조원은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함정 승조원식당에 긴급 수술실이 마련됐고, 해상기동헬기가 1함대 헬기장에 안착했다. 그리고 고속단정을 타고 포항함에 도착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메스를 잡았다. 글=송시연/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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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1함대와 국군대전병원은 이날 동해 군항 일대에서 ‘합동 의무지원훈련’을 했다. 훈련은 국군대전병원 전방전개외과팀(FST)이 함정에 급파돼 응급의무지원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절차를 숙달하고, 유관부대·기관 간 항공의무지원 협조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필두로 출동
훈련에는 1함대 포항함과 의무대, 국군대전병원 FST, 해군항공사령부 UH-60 해상기동헬기 1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119항공대 AS-365 헬기 2대, 대전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소방항공대 BK-117 헬기 1대가 참가했다.
오전 8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1함대는 상황 접수 즉시 의무대를 출동시켰다. 포항함에 도착한 의무대원들은 현장 확인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승조원들을 부상 정도에 따라 분류하고 필요한 응급조치를 했다.
응급수술과 후송이 필요하다는 상황을 전달받은 1함대는 국군대전병원에 FST 전개를 요청했다. 국군대전병원 FST는 전방지역 외상환자의 신속한 처치를 위해 군의관, 간호장교, 의정장교로 꾸려진 정예 수술부대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취임 후 만들었다. 작전지역에 급파돼 90분 안에 수술실을 설치하고, 응급수술로 부상 장병의 생존율을 높이는 게 이들의 임무다. 이 원장을 필두로 한 FST가 해상기동헬기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헬기를 타고 출동했다. 동해 군항에 내린 이 원장과 FST는 고속단정(RIB)을 이용해 포항함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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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장병 호흡기 줄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함미 갑판 격납고에는 응급조치를 마친 승조원들이 열을 지어 누워 있었다. 이 원장은 도착과 동시에 승조원 상태를 확인했다. 복부 파열로 인한 장기 노출, 팔·다리 화상, 오른쪽 발목 개방성 골절, 화상, 쇄골 골절, 찰과상 등.
승조원식당 테이블에는 긴급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 수술방이 마련돼 있었다. 이 원장이 도착하기 전 1함대 의무대가 설치했다. 환자를 눕힐 수 있도록 고정식 테이블 위에 수술포를 깔고, 칸막이와 링거대를 설치한 공간이다. 2평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원장은 훈련에 참여한 의무대원과 승조원들에게 환자를 수술대로 옮기는 과정부터 세세하게 설명했다. 이 원장은 “실제 함정은 엄청나게 흔들린다. 환자는 큰 부상을 입은 상태라 의식이 없기 때문에 들것과 팔을 고정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우동 가락처럼 늘어진 팔이 여기저기 부딪혀 부러진다”고 말했다.
긴급 수술실에는 FST가 가져온 캐리어 5개가 펼쳐졌다. 수술복부터 환자 모니터기, 흡인기, 헤드램프, 인공호흡기, 전기소장기 등 외과수술에 필요한 장비들이 담긴 캐리어다.
한 사람도 이동하기 힘든 공간에서 5개의 캐리어를 옮기고, 수술 장비를 설치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움직이는 함정에서 정밀함을 요하는 외과수술이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원장은 “실제 전장과 움직이는 함정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수술 장병의 호흡기 줄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한다.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며 “모든 일이 정해진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평소 훈련이 굉장히 중요하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훈련은 응급수술이 끝나고 전문 치료를 위해 헬기 후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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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합동 대민 의료지원 펼쳐
김효진(소령) 1함대 의무대장은 “전방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함정에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전문 의료진이 현장에서 적절하게 응급조치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며 “유관부대·기관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유사시 전우의 생명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동해시 송정경로당에서 1함대·국군대전병원·동해보건소·동해동인병원 의료진이 함께하는 민·관·군 합동 대민 의료지원을 했다. 이들은 혈압·혈당 측정, 심전도 검사, 건강검진·상담, 초음파 검사(복부, 유방, 경동맥), 물리치료, 한방치료 등 동해 시민의 건강을 살피고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 -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함정·격오지 부대에 FST 구축 꼭 필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중증외상 분야를 알리고 발전시킨 주인공이다. 골든타임 사수가 중요한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수술을 위해 민간 대학병원에 있을 때부터 ‘닥터헬기’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국군대전병원장 취임 후 첫 번째로 한 일도 전방전개외과팀(FST)을 만드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전쟁 개념이 많이 바뀌어 대규모 전투보다는 국지전이나 소규모 도발, 특수부대 기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며 “대학병원의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진이 곳곳에 배치돼 있으면 좋겠지만, 의료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FST는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FST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가장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함정은 물론 해발 1000m 이상에 있는 격오지 부대까지 최상의 의료지원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항공전력을 활용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문제가 생기면 고도로 숙련된 의료진이 출동할 수 있다”며 “FST는 대한민국 국토와 영해를 수호하는 창끝부대 전력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실전에서의 완벽한 작전 수행을 위해 의료전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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