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유해발굴사업 담당
사명감·책임감으로
모두의 관심 집중되도록
마중물 역할 계속할 것
시간과의 전쟁
국군 전사자 13만3000여 명
비무장지대 등에 묻힌 채 손길 기다려
더 늦으면 무명용사로 남을 수도
발굴사업 진일보
NGS 장비 도입해 5촌까지 관계 증명
시료 채취 온라인 신청 국민 참여 유도
지면투과·탐색기술 개발에도 총력
호국영웅에 대한 ‘국가 무한책임’을 실천해 온 국방부의 유해발굴사업이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그간 1만1460여 명이 넘는 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등 많은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6·25전쟁 전사자 가운데 약 90%가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있다. 영웅들을 찾는 건 이제 ‘시간과의 전쟁’이다. 시간이 흐른 후 발견되는 영웅들은 무명용사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해발굴사업이 진일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아미 기자/사진=국방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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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사업이 걸어온 길
유해발굴사업은 6·25전쟁 전사자 가운데 수습하지 못한 유해를 찾아 가족 품으로 모시는 국가적 호국보훈사업이다.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추진됐고, 육군본부에서 관련 조직을 3년간 운영했다.
당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모티브가 된 고(故) 최승갑 하사를 시작으로 3년간 933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에 따라 사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됐으며, 국가적 보훈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2003년 7월부터 국방부가 주관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2007년 1월 창설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사업 성공의 기폭제가 됐다. 다음 해 ‘6·25 전사자 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로 법적 근거가 생겼다. 이어 ‘6·25전사자 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6·25전사자 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훈령’이 제정됐다.
2009년에는 국방부 단독사업이라는 한계를 넘기 위해 국무총리 훈령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추진에 관한 업무운영 규정’을 제정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동원했다. 이를 근거로 매년 관계기관 협의회를 개최하며, 현재 17개 부처·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유해발굴사업 25년 성과
국방부에 따르면 수습되지 못한 6·25전쟁 국군 전사자는 13만3000여 명이다. 북한지역에 3만여 명, 비무장지대(DMZ)에 1만여 명, 남한지역에 9만여 명이 잠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발굴사업에는 매년 10만여 명의 장병이 투입된다. 누적 인원은 250만여 명이다. 이들은 35~40개 지역에 달하는 6·25전쟁 격전지에서 호국영웅을 찾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이 같은 노력은 25년 동안 1만1469명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자양분이 됐다.
국군 전사자 신원확인은 발굴된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국방부는 유가족 시료 채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국민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21일까지 채취한 유전자 시료는 7만1900여 명에 달한다. 전사자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가 ‘일치’로 확인되면 유가족 자택 등지에서 유해를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한다. 24일을 기준으로 248명의 호국영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6·25전쟁 참전국의 유해발굴을 위한 국제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유엔군 전사자·실종자 유해를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미국·벨기에·호주·네덜란드·캐나다·콜롬비아 6개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특히 미국과는 매년 유해발굴 연례회의와 공동 조사·감식·발굴 등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군 전사자 유해 313구를 미국을 거쳐 국내로 봉환했다. 국내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 26구도 미국으로 봉송됐다. 이러한 성과는 국내 유일의 유해발굴 전문기관인 국유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유단은 2021년 3월 전사자 신원확인 관련 기능을 통합한 ‘신원확인센터’를 열었다. 이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올해 유해발굴사업 주요 정책
국방부는 올해를 유해발굴사업 ‘디딤돌의 해’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무한책임’ 이행을 기본 방향으로 △성과 있는 유해발굴작전 시행 △발굴 유해 신원확인 확대 △유가족 참여 및 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맞춤형 홍보 강화 △민·관·군 협업 및 국제협력 강화 △정책 발전 및 비전을 5대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유전자 시료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국방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전사자 유해(머리뼈)를 안면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3D 기술로 복원된 두상은 영정·흉상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신원확인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한국인정기구(KOLAS) 인증을 추진 중이다.
유가족이나 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맞춤형 홍보에도 힘을 쏟는다. 국방부는 기존 현장 방문과 전화로만 가능했던 시료 채취 신청을 온라인으로도 받는다. 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유유 캠페인: 당신(YOU)도 유가족일 수 있습니다’를 병행한다.
서울·수도권 소재 7개 대학교와 학술·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유해발굴 현장학습 등 교류·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입대 장병의 감소 등 병력구조 변화에 대비한 유해발굴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병력 위주에서 기술 중심으로 유해발굴사업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함께 유해발굴 지면투과 및 탐색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유해 감식과 유전자 분석 기술 부분에서도 변화를 줬다. 기존 유전자 분석 기술인 ‘짧은연쇄반복(STR)’ 방식은 전사자 친족 관계 확인에서 3촌 이내가 한계였다. 국방부는 2023년 9867개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장비를 도입했다. 이로써 최대 5촌까지 관계 증명이 가능하게 됐다.
국방부는 향후 유가족 고령화에 따라 시료 채취 범위를 현재 5촌에서 8촌까지 가능하도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협력해 새로운 기술·장비 도입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 박인주 육군중령 국방부 유해발굴사업
사명감·책임감으로 모두의 관심 집중되도록 마중물 역할 계속할 것
“매달 하루씩 더 앞당겨 호국영웅들이 12일 더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짐하며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박인주 육군중령은 국방부에 근무하는 유일한 유해발굴사업 담당이다. 지난해 10월 말 담당으로 보직됐다. 유해발굴사업의 정책적인 사안을 수행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22년 군 생활 가운데 유해발굴사업 업무가 처음인 박 중령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며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해발굴사업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하고 학습했어요. 그 결과 답을 내린 것은 ‘절박함’이었습니다. 아울러 이 사업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 중령은 유해발굴 관련 자료를 모아 공부하고, 국유단 전문가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등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한 사람, 한 사람 유가족의 사연을 접하다 보면 유가족 ‘대신’이라는 책임감도 뒤따른다고.
“점점 일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실효성이 있도록 뒷받침하면서, 가장 중요한 유가족의 시료 채취를 어떤 방법으로 알려야 할지 온종일 그 생각뿐입니다.”
유해발굴사업은 25년 동안 알토란 같은 열매를 수확했다. 그러나 박 중령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도록 전투화 끈을 동여맬 계획이다.
“유해발굴사업은 우리 국군 장병과 정부,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집결됐을 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 부처·기관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국민적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잘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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