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간호사관학교, 예비생도 기초훈련
우리는 단순한 간호사가 아니다
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군인이다
4주간 제식·사격·화생방 훈련 소화
사명감·강인함 갖춘 간호장교 준비
69기 예비생도 ‘백합의식’ 후 입학
올해는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다. 뱀은 지혜와 인내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흥미롭게도 정예 간호장교를 육성하는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의 상징 역시 뱀이다. 부대 문양에는 의료의 상징인 지팡이를 감고 있는 뱀이 새겨져 있다. 간호장교는 의료인의 사명감과 군인으로서 강인함을 동시에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국간사 예비생도들은 단순한 간호사가 아니라 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군인이 되고자 이곳을 선택했다. 입학을 앞둔 이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다짐을 증명하고 있다.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 군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통과 중인 예비생도들의 ‘기초훈련’ 현장을 다녀왔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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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전투기술 익혀 전시 상황 대응력 강화
한파가 다시 찾아온 18일 오전 6시. 짙은 어둠이 아직 하늘을 덮은 시간, 국간사 생활관에 기상나팔이 울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주가 채 지나지 않은 예비생도들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전원 집합!” 훈육장교 김유진 대위의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퍼지자 예비생도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침구류를 급히 정리하고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어 낸 생도들은 무장을 하고 밖으로 향했다. 찬 바람이 살을 에는 듯했지만, 누구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태국 수탁생 한 명을 포함한 89명의 예비생도는 지난달 27일 입교해 4주간의 기초훈련을 받고 있다.
이날은 각개전투훈련이 계획돼 있었다. 각개전투는 전장에서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신속히 기동하고 엄폐·사격태세를 갖추는 기본적인 군사훈련이다. 전투병과가 아닌 간호장교를 꿈꾸는 예비생도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간호장교도 군인이기 때문이다.
훈육관 정지윤 소령은 “간호장교는 총알이 날아오고 포탄이 터지는 전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후송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각개전투훈련 등으로 전시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기르고 개인 전투기술을 익혀야 본인이 살고, 그래야 다친 전우를 살린다”고 설명했다.
전날 예비생도들은 각개전투 이론과 행동요령 등을 배웠다. 이날은 전장처럼 꾸려진 훈련장에서 실습을 했다. 훈련은 육군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각개전투훈련장에서 실시됐다. 적 포탄과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적군이 있는 고지를 점령하는 게 예비생도들의 목표였다.
훈련장은 높은 오르막길로 조성됐다.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 특성을 반영한 것. 예비생도들은 이곳에서 적 포탄 낙하, 이동기술, 적 조우 시 행동, 적 장애물 봉착 시 행동, 목표상 전투행동 등 상황에 따른 각개전투훈련을 했다. 교관과 훈육요원은 공포탄과 연막수류탄, 폭음통을 활용해 예비생도들이 훈련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오후에는 분대별 평가가 이뤄졌다. 예비생도들은 식사시간에도 각자 전술을 짜며 평가에 대비했다. 아직 정식생도가 되기도 전이지만, 좋은 결과를 내고자 저마다 진지하게 임했다. 기초훈련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예비생도에게는 입학식 때 학교장상을 비롯한 상장을 준다. 이는 추후 임관 성적에도 반영된다.
노승은 예비생도가 이끄는 분대도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친 뒤 평가에 나섰다. “분대 돌격, 돌격 앞으로!” 분대장이 소리치자 분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적진으로 향했다. 분대장이 한 손으로 주먹을 쥐자 이번에는 분대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또 분대장이 한 손을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자 분대원들은 신속히 전진했다. 이 분대가 평가 전 숙지한 완수신호다. 이들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적 고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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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전투기술 익혀 전시 상황 대응력 강화
한파가 다시 찾아온 18일 오전 6시. 짙은 어둠이 아직 하늘을 덮은 시간, 국간사 생활관에 기상나팔이 울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주가 채 지나지 않은 예비생도들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전원 집합!” 훈육장교 김유진 대위의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퍼지자 예비생도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침구류를 급히 정리하고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어 낸 생도들은 무장을 하고 밖으로 향했다. 찬 바람이 살을 에는 듯했지만, 누구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태국 수탁생 한 명을 포함한 89명의 예비생도는 지난달 27일 입교해 4주간의 기초훈련을 받고 있다.
이날은 각개전투훈련이 계획돼 있었다. 각개전투는 전장에서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신속히 기동하고 엄폐·사격태세를 갖추는 기본적인 군사훈련이다. 전투병과가 아닌 간호장교를 꿈꾸는 예비생도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간호장교도 군인이기 때문이다.
훈육관 정지윤 소령은 “간호장교는 총알이 날아오고 포탄이 터지는 전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후송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각개전투훈련 등으로 전시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기르고 개인 전투기술을 익혀야 본인이 살고, 그래야 다친 전우를 살린다”고 설명했다.
전날 예비생도들은 각개전투 이론과 행동요령 등을 배웠다. 이날은 전장처럼 꾸려진 훈련장에서 실습을 했다. 훈련은 육군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각개전투훈련장에서 실시됐다. 적 포탄과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적군이 있는 고지를 점령하는 게 예비생도들의 목표였다.
훈련장은 높은 오르막길로 조성됐다.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 특성을 반영한 것. 예비생도들은 이곳에서 적 포탄 낙하, 이동기술, 적 조우 시 행동, 적 장애물 봉착 시 행동, 목표상 전투행동 등 상황에 따른 각개전투훈련을 했다. 교관과 훈육요원은 공포탄과 연막수류탄, 폭음통을 활용해 예비생도들이 훈련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오후에는 분대별 평가가 이뤄졌다. 예비생도들은 식사시간에도 각자 전술을 짜며 평가에 대비했다. 아직 정식생도가 되기도 전이지만, 좋은 결과를 내고자 저마다 진지하게 임했다. 기초훈련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예비생도에게는 입학식 때 학교장상을 비롯한 상장을 준다. 이는 추후 임관 성적에도 반영된다.
노승은 예비생도가 이끄는 분대도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친 뒤 평가에 나섰다. “분대 돌격, 돌격 앞으로!” 분대장이 소리치자 분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적진으로 향했다. 분대장이 한 손으로 주먹을 쥐자 이번에는 분대원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또 분대장이 한 손을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자 분대원들은 신속히 전진했다. 이 분대가 평가 전 숙지한 완수신호다. 이들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적 고지로 향했다.
‘군인’으로서 정체성 확립
그때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노 분대장의 턱 부근에 피가 흘렀다. 개인화기를 들고 움직이다가 소총 개머리판에 턱이 부딪히면서 찢어진 것으로 판단됐다. 훈련장에 있던 훈육요원들은 간호장교답게 다친 부위를 파악하고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노 분대장은 “훈련을 마치고 치료받겠다”고 했지만, 상처가 깊은 탓에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 분대장처럼 부상이 발생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훈련이 진행될수록 모든 예비생도의 얼굴엔 땀과 먼지가 뒤섞여 얼룩졌다. 장애물을 넘어 전진하는 과정에서 신음도 새어 나왔다.
이들이 지쳐 멈추려 할 때마다 훈련지도 생도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투 상황에서는 여러분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생사를 가릅니다!” “여러분이 살려야 할 환자는 바로 앞에 있습니다!”
훈련지도 생도는 국간사 생도로 구성된다. 겨울방학에 쉬는 것을 포기하고 후배 육성에 헌신하고자 이곳에 모였다. 2학년인 이다영 생도는 본인의 기초훈련 당시 훈련지도 생도를 보고 동경하는 마음이 생겨 지원하게 됐다. 이 생도는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하는 후배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훈련이 끝난 후보생들의 전투복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됐다. 이들은 서로의 전투복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줬다. 장예원 예비생도는 “기초훈련을 하며 전우애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며 “훈련에서의 기억을 잊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챙기는 간호장교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군인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이채원 중대장 예비생도는 “기초훈련이 힘들지만, 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동기들과 함께 모든 과정을 이겨 내고 자랑스러운 69기 간호사관생도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예비생도는 중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린 경험이 있다. 당시 매우 큰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고, 3번의 입시 끝에 국간사에 입학했다고 한다.
예비생도들은 가입교 기간 각개전투뿐만 아니라 제식·사격·화생방 훈련 등 여러 군사훈련을 소화한다. 생도 생활을 시작하기 전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군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아울러 백합동산에서 명예와 헌신을 되새기는 ‘백합의식’도 치른다. 백합의식으로 예비생도들은 군인정신과 간호인으로서 소명의식을 기르며, 간호사관생도로서 정체성을 확립한다. 기초훈련을 수료한 예비생도들은 오는 25일 입학식과 함께 정식생도가 된다. 뱀은 결정적인 순간 전광석화처럼 움직인다. 국간사 생도들은 급박한 전장에서 전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역량을 체득하고자 4년간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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