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주인공 - 육군50보병사단 군악병 김재영 상병
피아노 연주로 감동 선사하며 전우 사기 높여
격오지 부대 장병 찾아 군인정신 함양 일조
지난달 31일 육군50보병사단 권준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눈은 공연장 한가운데서 연주에 몰두하는 피아니스트에게로 향했다. 연주는 봄날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넘쳤다. 흑백의 건반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마치 사랑하는 이를 대하듯 섬세했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은 때로는 삼바와 같이 격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때로는 왈츠와 같이 우아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피아노와 물아일체가 된 듯한 피아니스트의 독주가 끝났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200여 명의 청중은 누구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언뜻 보면 피아노 독주회가 열린 예술회관으로 착각할 만한 수준 높은 선율을 들려준 이는 사단 군악병 김재영 상병이었다. 최한영 기자/사진=부대 제공
줄리아드음대 졸업, 맨해튼음대 박사과정 중 입대
김 상병은 이날 사단 통합 축하행사 연주의 하나로 피아노 독주를 했다. 보통 사단급 부대 통합 축하행사는 소조밴드나 성악병 공연이 주를 이룬다. 이번처럼 피아노 독주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김 상병의 연주가 박수갈채를 받은 것은 완벽을 넘어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 줬기 때문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 상병은 입대 전 미국 뉴욕 줄리아드음대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맨해튼음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한국을 빛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한 조성진과 예원중학교·서울예술고 동문이기도 하다. 김 상병은 박사과정 중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를 결심하고 귀국했다. 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하던 김 상병은 정훈실이 부착한 군악병 모집 홍보 포스터를 우연히 봤다. 군악병을 지원해 선발된 그는 음악으로 전우들의 사기를 높이고, 대외행사 때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자 동료들과 합을 맞추고 있다.
군가 통한 군인정신 함양교육 등 참여
힘든 일도 있었다. 군악 연주 특성상 평생을 다뤄 온 피아노 대신 클라리넷 연주를 할 때가 있다. 음악적 재능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평소 접하지 않았던 클라리넷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한동안 연습에 매진했다. 서른 살에 입대해 남들보다 늦은 군 생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전우들 몫이 컸다. 김 상병은 전우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면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기 마련이다. 김 상병은 본인 특기인 피아노 연주를 사단에서 실시하는 ‘군가를 통한 군인정신 함양교육’에 접목하는 기회를 얻었다. 사단 특성상 해안 소파견지나 격오지 부대가 많고, 이들 부대를 찾아갈 때는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 만도 하지만, 교육이 있으면 개인 정비나 휴식시간을 조정해 가며 연주를 지원할 정도로 임무에 쏟는 애정이 남다르다. 사단 관계자는 “김 상병이 동료 군악병들보다 2~3배 많은 연주를 하면서 사단 장병들의 군인정신 함양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 상병은 “사회에서든, 부대에서든 피아노 연주는 언제나 긴장된다”면서도 “부대에서 하는 연주는 장병과 하나 돼 호흡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장병들이 보내 주는 환호와 에너지는 연주를 즐기며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웃음을 보였다.
김 상병은 휴가 중에도 ‘어떻게 하면 내 피아노 연주로 많은 장병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전역 후 미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칠 예정이지만, 그런 계획을 세우기보다 장병들의 군인정신 함양에 도움이 되는 군가, 군에 어울리는 노래의 악보를 만들거나 편곡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 특기가 장병들에게 도움 돼 뿌듯”
김 상병에 관한 주위 평가도 좋다. 노도균(대위) 군악중대장은 “본인 재능을 장병들의 군인정신 제고에 활용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군인으로서도 뛰어난 자질을 지녔다”고 극찬했다.
김 상병은 군 생활을 마치는 날까지 군악병으로서 전우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서 맡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내가 가진 특기가 장병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연주를 신나게 들어줄 때는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며 “더욱 많은 장병이 기쁨과 감동을 느끼고, 올바른 군인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주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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