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 동계 설한지 훈련

입력 2025. 02. 12   16:54
업데이트 2025. 02. 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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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운 시기에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혹독하게…동장군도 잡는다

영하 20도, 온몸으로 맞서다
상의 탈의하고 눈밭 뒹굴며 체조
꽁꽁 언 땅 파고 들어가 은·엄폐
적지종심작전 수행 ‘고강도 훈련’

해발 1407m, 한 몸처럼 극복하다
폴대 없이 소총 든 채 빠르게 활강
야지 전술기동·헬기 하강훈련도 척척
“적진 먼저 침투, 상륙본대 눈·귀 될 것”

연이은 추위와 폭설로 강원도의 산과 들이 순백의 설원으로 변했다. 관광객에겐 절경이지만, 전장이었다면 최악의 환경이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설원에선 기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산은 적에게 표적이 되기 십상인 ‘하얀 도화지’일 뿐이다. 해병대 장병들이 매년 겨울 강원 평창군에 있는 황병산을 찾아 극악의 훈련을 자청하는 이유다. 11일 찾은 ‘2025년 동계 설한지 훈련’ 현장에서 전술전기와 정신전력을 담금질하는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을 만났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11일 강원 평창군 황병산 산악종합훈련장에서 진행된 설한지 훈련 중 마린온(MUH-1) 헬기에서 하강한 뒤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11일 강원 평창군 황병산 산악종합훈련장에서 진행된 설한지 훈련 중 마린온(MUH-1) 헬기에서 하강한 뒤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혹한 속 ‘김 펄펄’ 체력단련

11일 강원 평창군 황병산 산악종합훈련장. 산봉우리마다 눈으로 뒤덮였고, 훈련장은 장엄한 겨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아이젠까지 착용했지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종아리까지 푹푹 빠졌다.

전시 해병대원들이 임무를 수행할 곳은 혹한과 적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 등 극한의 환경이다. 해발 1407m 황병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고, 겨울이면 폭설이 잦은 지역이다. 이는 해병대가 여러 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란 뜻이다.

해병대 수색대대원들은 매년 이곳을 찾는다. 가장 추울 때,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하기 위해서다. 상의를 탈의한 채 설상을 뒹굴며 체력을 단련하고, 은거지 활동·정찰감시 등 동계 훈련에 매진한다.

매 겨울 펼쳐지는 해병대 수색대대의 설한지 훈련 목적은 대규모 동계 상륙작전에 앞서 적진에 침투해 적지종심작전 수행 능력을 숙달하는 것이다.

이날 설산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밑으로 뚝 떨어졌지만,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원들은 체조와 뜀걸음으로 하루를 열었다. 상의를 탈의한 채 눈밭에 등을 딱 붙이고 한 치 오차 없이 체조를 소화했다. 장병들의 몸에서 아지랑이 같은 김이 피어올랐다. 어찌 춥지 않을까. 매 겨울 반복해온 훈련이기에 ‘춥지만 춥지 않다’는 자신감과 패기로 극복할 뿐이었다.

 

 

팔굽혀펴기로 체력을 단련하는 수색대대원.
팔굽혀펴기로 체력을 단련하는 수색대대원.

 

수색대대원이 땅을 파 구축한 은거지에서 경계하는 모습.
수색대대원이 땅을 파 구축한 은거지에서 경계하는 모습.

 

완전군장과 개인화기로 무장한 수색대대원들이 활강하고 있다.
완전군장과 개인화기로 무장한 수색대대원들이 활강하고 있다.

 

뜀걸음으로 설산을 누비는 수색대대원들.
뜀걸음으로 설산을 누비는 수색대대원들.

 

수색대대원들이 눈을 뿌리며 포효하고 있다.
수색대대원들이 눈을 뿌리며 포효하고 있다.



스키로 순식간에 활강 

이번엔 ‘설상기동훈련’ 차례였다. 끝이 보이지 않도록 까마득히 높은 눈밭 위로 수색대대원들이 새하얀 설상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내 스키를 타고 대형을 바꿔가며 연막을 뚫고 빠르게 활강했다. 발이 빠져 기동이 어렵던 눈 위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졌다.

해병대가 설한지 훈련에서 사용하는 스키는 일반적인 장비가 아닌 ‘텔레마크 스키’다. 부츠를 착용하지 않고, 동계 전술화나 군화를 신은 상태에서 그대로 플레이트를 장착하기 때문에 기동성이 뛰어나다.

설상기동훈련이 일반 스키와 다른 점은 30㎏이 넘는 완전군장에 개인화기 등으로 무장하고 기동한다는 점이다. 폴대도 없이 소총을 든 채 균형을 잡고 슬로프를 내려와야 한다. 상당한 근력과 균형감각을 요하기 때문에 일반 스키보다 난도가 배로 높다.

슬로프를 지나 깊은 산속으로 한참 들어가니 전호식 잠적호가 설치돼 있었다. 동굴 형태로 땅을 판 뒤 그 위를 흰색 천으로 덮은 잠적호였다. 6명의 장병이 은·엄폐한 채로 적을 정찰하고 감시하기 편리하도록 설계됐다. 인근의 감시소 장병들과 교대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항아리식·비트식·자연식 등 형태를 어떻게 지을지 신속히 판단해 은거지를 구축합니다.” 김두환(대위) 2중대장의 설명이다.

김 대위는 “추운 산속에선 손이 얼어 병기를 다루기 어렵고, 여러 가지 제한 사항이 있는데 매년 동계 훈련을 하다 보니 어떤 임무가 주어져도 부담 없이 수행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물같이 침투해 불같이 타격하고 바람처럼 퇴출하라’는 해병대 수색대 구호처럼 어떤 작전환경 속에서도 적진에 먼저 침투해 상륙본대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말했다.

수색대대 장병들은 노르딕·아이젠 등을 이용한 야지 전술기동법을 익혔다. 또 마린온(MUH-1) 헬기를 이용한 급속 헬기 로프 하강 훈련으로 상륙작전지역에 투입하는 절차를 숙달하며 이날 훈련을 마무리했다.

동계 설한지에서 발휘하는 전투력의 중요성은 우리 땅에서 겪은 전훈에서도 드러났다. 바로 세계 3대 동계전투로 꼽히는 6·25전쟁 장진호전투다. 장진호전투는 미 해병대1사단이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벌인 전투다. 당시 낮에는 영하 20도, 밤에는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눈은 60㎝까지 쌓였다고 한다.

해병대 수색대대의 동계 설한지 훈련은 이런 장진호전투를 상기하기 위해 탄생했다. 수색대대원들이 이 악명 높은 훈련을 견디는 건 70여 년 전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무적 해병’의 후예는 저절로 태어나지 않는다. 극한의 설산에서 혹독한 훈련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전투력과 전우애, 정신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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