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방위사업

바닥 통로로 구조정 투하·회수 ‘센터웰’ 방식 독보적

입력 2025. 02. 05   16:19
업데이트 2025. 02. 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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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리포트 - 잠수함구조함 강화도함(ASR-Ⅱ) 

세계에서 두 번째 적용
파고 4m 악천후에도
500m 깊이서 임무 수행
잠수함 조난사고 발생하면
20노트 속도로 현장 도착

방산 분야 연중 기획으로 ‘방산 리포트’를 신설합니다. 한 주간의 방산 소식을 전하는 ‘주간 K방산 브리핑’에 더해 주요 이슈를 한 걸음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방산 리포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로는 올해 작전 배치 예정인 해군의 5600톤급 잠수함구조함(ASR-Ⅱ) 강화도함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잠수함이 심해에서도 안심하고 작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수호자’ 강화도함의 특징과 작전 배치 의미를 들여다봤습니다. 서현우 기자/도움말=방위사업청

 

2021년 강화도함 진수식 모습. 이경원 기자
2021년 강화도함 진수식 모습. 이경원 기자



강화도함은 지난해 11월 11일, 해군 창설기념일에 맞춰 취역기를 게양했습니다. 2018년 건조계약이 체결되고, 2020년 건조 돌입 후 2021년 10월 진수식을 한 지 3년여 만입니다.

해군의 잠수함구조함 취역은 1996년 도입한 청해진함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앞선 청해진함은 전력화 이후 맹활약해 왔습니다. 1998년과 1999년 각각 북한 잠수정·반잠수정을 인양했고, 천안함과 참수리 295호정 인양작전에도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잠수함구조함의 주 임무는 잠수함이 작전 중 조난됐을 때 심해잠수구조정(DSRV) 등을 활용해 승조원을 구출하는 것입니다. 잠수함이 현대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해상전력 핵심으로 작용하는 만큼 잠수함의 안전하고 완전한 운용을 뒷받침하는 잠수함구조함의 중요성도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상함과 달리 잠수함 사고는 해저에서 일어나는데요. 잠수함을 구조할 수 있는 함정은 잠수함구조함이 유일합니다. 잠수함 작전의 안정적인 수행뿐만 아니라 승조원의 생존성 강화에도 잠수함구조함은 꼭 필요합니다.

잠수함 구조는 △조난 위치 탐색 △조난 환경 분석 △DSRV 투입 △조난 승조원 구조 등의 절차로 이뤄집니다. 이 같은 임무를 위해선 구조 장비도 갖춰야 합니다. 이에 잠수함구조함은 수중무인탐사기(ROV), 포화잠수체계(DDS), 음탐기, DSRV 등을 탑재합니다.

그중 포화잠수체계는 수백m 수심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장비인데요. 잠수사에게 작업 수심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주는 감압실과 조종실, 기체저장실, 인원이송장치 등으로 구성됩니다.

또 DSRV는 잠수함이 심해에서 조난됐을 때 잠수함과 접합해 승조원을 구조하는 장비입니다. 마치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이 도킹할 때처럼 조난 잠수함과 DSRV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잠수함 승조원을 구조하는 방식입니다. 깊은 바닷속에서 작전이 이뤄지기에 DSRV는 강한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강화도함은 길이 120m, 폭 19m, 높이 40m입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잠수함 조난사고가 발생하면 20노트(시속 약 37㎞) 속력으로 24시간 내 현장 도착이 가능합니다. 연간 작전 가능 일수는 약 350일로, 청해진함의 약 190일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함정 중앙부에 설치된 바닥 통로인 ‘센터웰(Center Well)’입니다. 센터웰을 통해 DSRV를 진수·회수하는데요. 기존 청해진함은 함미에 설치된 A자 형태 크레인으로 DSRV를 수중으로 내리기 때문에 파고가 높을 땐 운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습니다. 센터웰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적용한 방식입니다. 기상 영향을 현저하게 덜 받아 비·눈·강풍 등 악기상에도 구조작전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파고 4m의 악천후에도 500m 깊이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강화도함이 배치되면 해군의 구조 전력은 수상함구조함(ATS) 통영함·광양함, 기존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과 함께 4척 체제로 완편됩니다. 해군은 강화도함이 잠수함 승조원의 수호신으로 최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입니다.


송왕근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예비역 해군대령
송왕근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예비역 해군대령


송왕근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예비역 해군대령
세계 최강 ‘심해의 119’…K잠수함 수출 든든한 조력자 기대

수평 유지 기술 독자개발 
일본 능가하는 혁신 구비
우리 해군 도전정신 뽐내


잠수함은 대한민국 해군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이자 전략자산이다. 만약 잠수함이 심해에서 위기에 처하면 누가 구해줄까? 바로 잠수함구조함(ASR)이다. 거친 바닷속에서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된 잠수함엔 ASR이 ‘119 구조대원’이나 마찬가지다.


변변한 전투함 하나 없이 창설된 우리 해군은 오늘날 도산안창호함(장보고-Ⅲ) 같은 세계적 잠수함을 보유한 강군으로 변모했다. 지난 40년간 민·관·군이 함께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다. 하지만 진정한 잠수함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었다. 심해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해난 구조를 목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ASR은 청해진함이다. 청해진함은 1996년 취역 후 거의 30년간 많은 공로를 세웠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 후속 조치로 심해 활동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개발된 차기 잠수함구조함(ASR-Ⅱ)이 강화도함이다.


강화도함의 다양한 성능 가운데서도 백미는 센터웰(Center Well) 방식을 적용한 DSRV 진수·회수장치(LARS)다. 함정 중앙에 엘리베이터형 수직 통로를 뚫어 구조정을 바닷속으로 내리거나 끌어올리는 형태다. 함미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구조정을 제어하는 청해진함의 A-프레임 방식과 비교해 월등한 안정성을 보인다.


잠수함 구조작업은 바다 한복판에서 되도록 정지상태로 이뤄져야 하기에 파도와 싸우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기존 A-프레임 방식은 파고 2m 이하에서 운용하는데, 센터웰 방식은 4m까지 견딜 수 있다. 잠수함구조함을 보유한 나라는 20여 개국에 이르지만, 센터웰 방식의 구조장비 진수·회수 장치를 갖춘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강화도함은 단순한 구조 방식 차이를 넘어 일본을 능가하는 혁신적 기술력까지 구비했다. 함 전체가 서핑하듯 요동치는 환경에서 균형을 잡고, 구조정 인양장치의 장력과 수평을 유지하는 안정화 성능이 핵심이다. 여기에 적용된 ‘상하요동 보상 적극제어 시스템’과 ‘4-리프팅 윈치 시스템’은 독자 개발한 값진 성과다.


잠수함구조함 성능 향상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군사 대국도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다. 특히 센터웰 방식은 지난 30년간 어느 나라도 건조한 실적이 없는 분야다. 이런 생소한 여건에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한 것은 우리 해군 도전정신의 개가라 할 만하다. 강화도함은 ‘세계 최강급 잠수함 구조요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북미, 유럽,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K잠수함 진출이 성사될 전망도 밝다. 잠수함 도입국 입장에선 혹시라도 고가의 잠수함에 사고가 나면 한국 해군이 지원해 줄 역량을 갖췄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강화도함의 잠재력은 매우 높다. 강화도함이 ‘잠수함 강국 코리아’ 위상을 더 강화하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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