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우리는 바다사나이] 바다가 좋아서, 제복이 멋져서…이유는 달라도 해양수호 자긍심은 같다

입력 2024. 12. 19   17:02
업데이트 2024. 12. 2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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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자원 급감으로 모병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입니다. 특히 함정에서 해상근무를 하는 해군병, 이른바 수병의 모병률이 저조한 편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은 수병으로서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수병 양성교육과 군사특기(직별) 등을 소개하는 ‘우리는 바다사나이’를 연재한 이유입니다. 지난 1년간 취재 현장에서 각양각색의 임무를 수행하는 수병들을 만났습니다. 바다가 좋아서, 하얀 제복이 멋져서…. 해군을 지원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우리 바다를 지킨다는 자긍심은 같았습니다. 우리는 바다사나이를 통해 소개한 ‘수병 A부터 Z까지’를 정리했습니다. 글=이원준 기자/사진=국방일보 DB

 


‘해군의 꽃’ 갑판병

갑판병은 해군에서 가장 일반적인 병종으로, 흔히 육군 보병에 비유되곤 한다. 갑판 특기가 수행하는 임무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복잡하다. 갑판병은 갑판부사관을 보좌해 △함정 출·입항 작업 △항해 중 견시 당직 △단정 운용 △헬기 이·착함 △인명구조 △해상보급 △선체 유지·보수 등을 주로 수행한다.

특히 ‘군함과 하나 되는’ 임무에 투입된다. 닻을 해저에 내리고 고정하는 투묘, 출·입항에 필요한 홋줄 작업이 대표적이다. 항해 중에는 외부 갑판에서 바닷냄새를 맡으며 인명구조, 해상보급, 비상이함 등의 훈련을 한다. 각종 작업과 작전 현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함정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존재가 갑판병이다.


군함 운전하는 조타병 

육·해·공군 가리지 않고 인기 있는 보직 중 하나가 운전병이다. 해군에는 운전병과 비슷한 조타병이 있다. 조타병은 타기(舵機·배의 키)를 잡고 수백~수천 톤에 달하는 군함을 조종한다.

조타병의 핵심 임무는 조타장·조타사를 보조해 함정의 타기를 운용하는 것이다. 임무 대부분이 함교에서 이뤄져 육체적으로 힘이 덜 드는 편이지만, 한 번의 실수가 모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다재다능 정보통신병, 잠들지 않는 눈 전탐병 

정보통신은 군 통신망을 활용해 각종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는 군사특기다. 정보통신병은 정통부사관을 보조해 정비·유지·보수를 주로 담당한다. 다른 수병과 달리 함정에서 ‘통신 당직’이라는 개념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전문(전보의 내용이 되는 글)을 지휘통제부대로부터 수신하고, 통신망 내용은 즉시 인지·처리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사람의 눈은 2개이지만, 거대한 함정은 다양한 눈을 가지고 있다. 함정 곳곳에 달린 레이다, 전자광학추적장치를 비롯한 탐지 장비가 그것이다. 함정에서 전탐병은 전탐부사관을 보조해 레이다와 전투체계장비를 운용한다. 근무 장소는 주로 함교와 전투지휘실(CCC)이다. 이곳에서 탐지 장비를 운용하며 항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 수집한다.


‘바다 위 요리사’ 조리병 

함정 급식은 특별하다. 드넓은 바다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 근무자는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경험한다. 따라서 함정에선 매끼 특식에 버금가는 음식이 제공된다. 끼니도 세끼가 아닌, 아침·점심·저녁에 야식까지 포함해 네 끼가 제공된다.

조리 군사특기는 이름 그대로 해군 장병의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다. 조리병은 식자재 준비, 조리 등 급식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수행한다. 조리병은 전공·경력에 관계 없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관련된 자격이나 면허가 있다면 가산점을 받는다. 입대 전 복무지역(1·2함대)을 선택할 수 있는 ‘복무지원선택병’에 조리병도 포함돼 있으니 특정 지역 복무를 희망한다면 사전에 확인하면 된다.


함정 건강 책임지는 추진기관병 

‘이곳은 함정의 심장부다’. 해군 함정 기관실 입구에 붙은 이 문구는 추진기관 군사특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장이다. 추기는 함정의 동력을 담당하는 추진·발전 계통 장비의 관리와 운용 및 정비를 담당하는 군사특기다. 추기병은 기관실에서 추진기관 부사관을 보조해 배의 심장인 디젤엔진, 가스터빈 등을 관리한다. 또 기관실에 있는 각종 장비를 관리·수리하며 함정의 건강을 책임진다.

함정 기관실은 다른 격실과 비교하면 덥고 시끄러운 환경이다. 엔진과 가스터빈이 상시 가동되는 데다 가열된 청수 배관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형 함정은 기관실에 방음·방열 처리가 일부 돼 있어 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승조원 생명 돌보는 의무병 

의무는 바다 위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전우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군사특기다. 의무병은 군의관·의무부사관을 보조해 각종 부상·질병에 대한 응급처치 및 치료 임무를 수행한다. 또 전염병 확산 방지, 위생 관리, 함정 청결, 의무 물자 관리 등 임무도 맡고 있다. 육상부대에서는 의무대와 군 의료병원 등에서 근무한다.

해군 의무병은 보건학과 전공자나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 하지만 전공이 무관하거나 자격증이 없더라도 의무병 근무를 희망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국군의무학교에서 4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은 뒤 각 부대에 배치된다. 일부는 해병대 부대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군항 지키는 군사경찰병

해군 군사경찰 특기 임무는 크게 기지방호, 전장순환통제, 포로·민간인 억류자 처리, 군기·군법 및 질서 유지 등 4가지로 구분된다. 군사경찰병은 특히 기지방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위병소·감시초소·상황실에서 근무하며 군항을 비롯한 육상기지를 든든하게 수호하는 것이 군사경찰병의 주 임무다. 부대원이 근무에 번갈아 투입되는 육군과 달리 해군은 군사경찰병이 초병·경계병 임무를 전담한다.

군 기강 확립을 위한 순찰, 모터사이클(MC) 기동, 특임대(SDT) 임무도 있다. 일부 군사경찰병은 도서기지에 배치돼 경계 임무를 맡는다.


‘바다의 119’ 심해잠수병

해난구조전대(SSU)는 세계 최고의 잠수·구조 능력을 보유한 해군의 자랑이다. SSU 일원이 되기 위해선 심해잠수 군사특기를 지원해야 한다. 잠수병은 1년에 딱 한 번 모집한다. 주로 11~12월에 접수가 이뤄진다. 입대는 이듬해 3월이다. 특수부대인 만큼 잠수병은 다른 군사특기에 비해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잠수병은 기초군사교육을 수료하면 특기교육 없이 해난구조전대에 배치된다. 그리고 6월부터 시작하는 해난구조 기본과정에 입교한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은 장교·부사관·병을 통합해 12주간 열리는 심해잠수사 기본훈련이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SSU 일원이 됐음을 상징하는 ‘심해잠수사’ 패치를 부착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 보급병 

보급장교와 부사관이 전체적인 물자의 계획, 발주, 획득, 분배 등 커다란 업무를 수행한다면 보급병은 실질적으로 이를 관리한다. 구체적으로 부대 운영에 필요한 각종 보급품과 군수물자를 수령·저장·불출한다. 이들 덕분에 함정을 비롯한 부대는 적절한 시기에 물자를 받을 수 있다.

불출 물자에 따라 담당하는 업무도 다양다다. 주·부식, 피복, 수리부속, 유류 등이 주요 물품이다. 간부들의 피복을 관리하는 피복판매소 운영 역시 보급병이 담당한다. 주로 육상근무를 하지만, 함정에 배치될 수도 있다.


‘든든한 지원군’ 공병·수송병

공병과 수송은 육상에서 바다를 지키는 군사특기다. 공병이 각종 장비·도구를 활용해 전투를 지원하는 ‘해군의 손’이라면, 수송은 차량으로 인원·물자·수리부속 등을 옮기는 ‘해군의 발’이라고 할 수 있다.

공병의 주요 임무는 해군이 필요로 하는 시설의 소요제기 및 유지관리, 전시 공병작전, 군용 부동산 및 육상 장비관리, 환경관리 등이다. 전시에는 기동건설을 바탕으로 전투근무 지원작전을 수행한다. 주로 항만·활주로 피해복구작전에 투입된다.

수송병은 일반 운전, 대형 운전, 중장비 운전 등 3가지 세부 특기를 받는다. 운전과 정비를 따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장비를 정비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 대부분의 수송병은 육상근무를 하지만, 중장비 중 지게차를 배정받은 경우 대형수송함(LPH) 등에 배치될 수 있다.


해군이라 더 특별한 군악·의장병 

군악병은 음악을 통해 해군을 알리고, 군과 시민을 연결한다. 또 다른 중요한 임무는 장병들의 군인정신과 애국심을 함양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국가와 해군에 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군악대의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악병은 면접, 실기평가, 신체검사 등의 전형을 거쳐 선발한다. 실무역량이 중요한 군사특기인 만큼 악기를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

의장병은 해군 행사의 주역이다. 해군 의장대는 전군 최초로 창설된 부대이자 1976년 ‘세계 의장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의전행사, 의장행사, 기수행사, 안장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지원한다.


해군병 이렇게 양성된다
‘해군의 출발점’ 해군교육사령부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해군교육사령부는 ‘해군의 출발점’으로 불린다. 수병뿐만 아니라 부사관, 일부 장교 양성교육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5주의 기초군사교육은 크게 △입영주 △군인화 △해군화로 나뉜다. DI로 불리는 훈련교관의 체계적인 지도 아래 정예 해군으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수병이 되려면 수영을 잘해야 하나?” 이에 대한 답은 ‘아니요’다. 전투수영훈련은 구명의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행하기에 수영을 못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초군사교육이 끝나면 대망의 수료식이 열린다. 정예 해군으로 거듭난 이들은 직별에 따라 해군교육사 예하 학교에서 전문성 향상 교육을 받은 뒤 자대에 배치된다.


이렇게 근무한다
함정근무 등 특별한 기회도

수병은 육·공군 및 해병대와 달리 함정 근무라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해외로 나갈 기회가 많은 편이다. 하와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환태평양(RIMPAC·림팩) 훈련, 임관을 앞둔 해군사관학교 생도를 위한 순항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아덴만의 평화를 수호하는 청해부대원으로 함께할 수도 있다. 해군에서 실시하는 해외훈련은 1년에 10여 차례. 매 훈련마다 50여 명에서 100여 명의 수병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상대적으로 잦은 격무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함정은 한 번 출항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주간 임무를 수행한다. 대신 해군은 함정에서 근무하는 수병의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함정에서 근무하면 봉급 이외에 월 3만2700원의 수당과 하루 4000원의 출동가산금을 받는다. 조기 진급도 할 수 있다. 물론 함정 근무가 맞지 않는다면 4개월 후 희망에 따라 육상부대에 재배속될 수 있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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