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첫기지를 가다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8979부대(상)
해발 1450여 m서 철통 방어
‘천궁’ 운용하는 미사일방어부대
적 항적 MDL 넘기 전에 신속 대응
격오지 생활 전투력과 직결…복지 힘써
악기상에도 흔들림없다
겨울 체감 영하 40도…5월에도 눈꽃
강풍도 심해 동계작전 대비 더욱 철저
발사대부터 레이다·도로까지 관리 심혈
공군을 일컫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은 비단 비행 임무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 미사일 공격 등 공중 위협을 막는 중역(重役)도 포함된다. 최근까지 이어진 북한 핵·미사일 위협 속 공군에게 완벽한 방공능력이 요구되는 이유기도 하다. 방공 작전 핵심인 미사일방어부대와 관제부대는 임무 특성상 대다수가 전국 각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2미사일방어여단 8979부대와 방공관제사령부 8386부대는 그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전군 통틀어 제일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국방일보는 하늘이 아닌 땅에서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을 보여주는 ‘하늘 아래 첫 부대’ 탐방기를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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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찾은 8979부대 주변은 온통 새하얀 모습이었다. 일찍이 첫눈이 내리고 한 송이 한 송이 겹겹이 쌓여 기지를 감싸는 숲이 하얗게 변하면서다. 하늘과 맞닿은 기지를 둘러싼 구름은 눈부심을 더했다. 8979부대가 위치한 곳은 경기도 가평군 일대, 해발 1450m 이상의,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이다. 군사분계선(MDL)과는 약 35㎞ 떨어진 최전방 미사일방어부대다.
최전방·최고도에서 천궁으로 철통 방어
8979부대는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을 운용하며 경기북부·강원권 지역 방공·미사일 방어 임무를 수행한다. 막중한 역할에 따라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도 유사시 대응절차를 숙달하기 위해 천궁 발사대가 직립됐다. 모든 발사대에는 실제 천궁이 들어 있다. 훈련 상황이 전파되자 장병들은 꽁꽁 언 도로를 가로질러 발사대를 향해 질주했다. 이어 즉각적으로 천궁이 발사될 수 있도록 무장 절차를 실시했다.
8979부대는 적 항적이 발견되면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지시를 받아 신속히 장병들을 천궁 발사대에 투입해 대응한다. 모든 조치는 미사일과 항공기 등이 MDL을 넘기 전에 이뤄진다. 산악지형 특성상 부대 환경은 다른 부대에 비해 열악하지만, 장병들은 최전방, 최고도에서 영공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정문수(상사) 사격통제운용담당은 “8979부대 장병들은 대한민국 전군에서 가장 높은 땅인 이곳,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높은 자부심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대비태세 능력을 갖추기 위해 추위도 모른 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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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섬’의 전투력 비결은 ‘행복’
8979부대는 ‘섬’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땅에서 멀다. 부대 각 시설 이름에 ‘하늘’이 붙은 것도 이 까닭이다. 간부들이 거주하는 행정지역과 부대는 20여 ㎞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굽이굽이 휜 산악 도로를 통하는 탓에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온도 차이도 크다. 가령 행정지역이 영하 5도면, 포대는 영하 15도 정도. 강풍으로 겨울철 체감온도는 평균 영하 30~40도가 유지된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격오지 생활이지만 장병 복무 만족도는 높다. ‘행복이 전투력을 좌우한다’는 부대 철학에 따라서다. 부대는 장병들의 더 나은 의식주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전 장병에게는 방한화, 방한 내·외피, 보온용 비니, 신발용 아이젠 등이 보급된다. 식사는 인근 부대에서 보급받아 국군 표준식단을 따르고 있으나 월 1회 이상 가평 읍내식당 음식을 포장해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또 부대원들에게 ‘내집’ 같은 편안함을 주고자 생활관에 2층 침대를 없애고 1층 침대만을 놓았고 일과 이후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지회관과 실내체육관, 무인 군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장병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단연 체력단련시설이다. 부대는 실내 풋살장도 설치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풋살장일 것이다. 이 밖에 눈사람 만들기 콘테스트, 썰매 체력단련 등 부대원의 사기진작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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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앞당겨 찾아온 추위에도 굳건히
8979부대의 겨울은 길다. 올해처럼 느긋하게 겨울을 기다린 적도 없었는데, 이곳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체감온도 영하 10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이날도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돌았다. 꽃이 피는 5월에 눈이 오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임형섭(소령) 부대장은 “지난해 하루 적설량이 70㎝ 이상인 날도 있었다”며 “우리는 10월부터 5월까지를 겨울철로 보는데, 이 기간 평균 체감온도는 영하 40도, 월평균 60㎝ 눈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미 부대 주변은 녹지 않은 눈이 쌓이고 또 쌓여 딱딱하게 굳어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다. 제설 차량으로 눈을 치운 작전도로 측면에는 눈이 뭉쳐 흡사 ‘봅슬레이 경기장’처럼 남아있기도 했다.
양태식(상사) 발사반장은 “고지대 특성상 기온 변화가 심해서 낮에는 비가 내리고, 밤에는 눈으로 내리는 날이 잦다”며 “이럴 때면 다음 날 아침 부대 모든 건물·장비가 얼음조각처럼 변해 있고 영화 ‘겨울왕국’처럼 반짝반짝 눈이 부시는,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부대원들은 ‘눈만 오면 다행’이라는 입장. 세찬 바람이 장병들을 가장 괴롭게 한다. 작년엔 평균 시속 74㎞의 강풍이 불어 야외 풋살장 기둥과 창고 지붕이 무너지기도 했다.
타부대보다 일찍 추위가 찾아오는 만큼, 부대는 한파에 대비해 10월 초부터 월동 준비에 돌입했다. 어떠한 계절적 환경에서도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작전·기지경계·군수·공병 등 모든 분야에서 동계작전을 대비하고 있다.
너무 높은 곳에 있다 보니 구름 위에 있는 일도 많다. 동화 같은 일이지만 구름은 작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름 속에 포함된 수분과 산소가 철로 구성된 각종 장비를 쉽게 녹슬게 만들어서다. 이 같은 이유로 부대원들은 천궁 발사대, 레이다 등 장비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8979부대 주변을 멀리서 바라보면 한없이 고요하다. 하얗고 잔잔한 풍경 속 단단하게 서 있는 방패와 같다. 부대가 굳건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덕에 인근 지역 영공이 오늘도 평화롭다.
전군 최고(最高)지 부대는?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8979부대와 방공관제사령부 8386부대는 전군 통틀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부대로 꼽힌다. 두 부대는 해발 1450m 이상 고지에 자리 잡아 ‘구름 위 부대’로 불린다. 각자 유사한 높이 산봉우리를 차지하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이 밖에 동부전선 육군21보병사단 가칠봉중대와 12보병사단 향로봉중대도 고지대 부대로 유명하다. 두 부대 모두 해발 1200m 이상 고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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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979부대장 임형섭 (소령)
“적 도발 즉각 대응 임무수행능력 유지”
“모든 부대원이 ‘내가 이 부대에서 보내는 하루가 우리 가족,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는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갖고 있다.”
임 부대장은 소속 장병들이 전군에서 ‘가장 높은 땅’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명감과 자부심은 곧 빈틈없는 미사일 방어 태세와 연관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장병들의 적극적인 전투 의지를 바탕으로 언제,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임무수행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다양해지는 적 공중 위협에 단호히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부대장 역시 격오지라고 불리는 열악한 곳에 있지만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임무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아침 출근길 차량에 체인을 장착하고 험한 작전도로를 달려서 부대 앞에 도착하면 해가 뜨면서 구름이 산 아래로 펼쳐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장관을 볼 때면 출근길의 힘듦이 다 사라지는 것 같다”며 “또 작전 근무를 수행하다 보면 밤에 수많은 별이 아름답게 보이는데 이런 경치를 보면 부대원들이 우리 가족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부대장은 “무엇보다 작전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임무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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