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군대 윤리와 정신전력교육: 미국의 사례와 교훈

입력 2024. 11. 03   16:11
업데이트 2024. 11. 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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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미군이 정신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한 시점은 베트남전쟁 이후부터다. 미군은 베트남전에서의 패배 원인을 무기체계나 병력, 전술이 아닌 마약, 항명, 프래깅(Fragging·전투 중 부하가 상관을 고의로 살해하는 행위) 등으로 드러난 ‘도덕의 몰락’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얻은 교훈은 ‘도덕적으로 부패한 군대는 망한다는 진리’다. 이는 비윤리적인 군대는 군기가 문란해지고 사기가 저하될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군대의 윤리 재건을 주창한 리처드 가브리엘(Richard A. Gabriel) 교수는 베트남전 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미군의 도덕적 부패를 토대로 미군의 위기 상황은 군대 내 팽배한 다음과 같은 그릇된 사고와 복무 자세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결과주의’가 장교들의 의식 속에 팽배해 있었다.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는 사고로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고 성공을 대신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충성병’이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쫓아 상관 개인에 대한 과잉 충성의 형태로 나타나며 상관의 어리석고 비윤리적인 명령이라도 문제 삼지 않는 태도다. 셋째는 ‘과잉 이미지주의’로 부대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사실을 숨기고 진실을 왜곡하는 경향을 말한다. 끝으로 ‘출세주의’다. 일부 장교들이 상업적 출세주의에 오염됐다는 점이었다.

가브리엘 교수는 이런 비윤리적 사고와 근무 자세가 미군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분석하며 군대 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미군은 사관학교를 비롯해 전쟁대학, 지휘참모대학 등 다양한 수준의 군사학교에서 모든 생도와 장교 후보생들, 그리고 장교들에게 윤리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시대에 따라 내용상에 일부 강조점의 변화는 있지만 기본적 골격은 유지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미군의 정신교육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바람직한 군인정신과 가치관의 함양을 위해 별도의 교육에 치중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신념화되고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육군의 핵심가치나 전사정신, 복무신조 등을 통해 군인정신과 군대윤리, 임무 수행에 대한 책무성을 제고하고 있다.

또 미군은 각 군 본부에서부터 사단급 이하 부대까지 모든 제대가 ‘지휘관 교육’을 계획, 시행, 감독, 평가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 부대 목표, 임무와 방침, 주요 사안, 복지 등 장병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지휘정보를 활용해 교육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휘관이다.

마지막으로 미군은 또한 간접적인 정신교육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휘관에 의해 직접 시행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은 각종 매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전달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한다. 미국의 정신교육은 어떤 교육 내용이 강의를 통해 주입식으로 전달되는 형태가 아니라, 신문, 방송, 웹사이트 매체를 통해 지휘관의 메시지, 부대 소식 및 행사, 훈련사항, 각종 뉴스, 오락 프로그램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모든 정보가 부대 관련 대상자들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부대 조직원들은 이런 정보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임무와 병영 생활, 일상생활에 스스로 참여하고 수행하게 된다.

1977년에 시작된 우리 군의 정신전력 교육은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교육 중 하나이다. ‘투철한 군인정신’을 정신전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교육의 철학과 방향, 그리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정신전력이 가치관, 태도, 신념, 도덕성 등 정신적 요소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교육’ 차원의 방식이 장병들에게 적절한지 혹은 병영 생활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체화’시키는 접근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와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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