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유비무환 자세로 ‘국민 안전’ 지킨다

입력 2024. 11. 01   17:29
업데이트 2024. 11. 03   13:20
0 댓글

육군31보병사단 영암 F1경주장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

드론 화생방 공격… 폭발물·인질 테러… 꿈도 못 꾸게
다중이용시설 복합적 테러상황 대비 
민·관·군·경·소방 11개 기관 투입
횃불여단 5분대기조… 적시 초동조치
테러 발생 시 “즉·강·끝 응징태세 확립”

테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알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은 테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황을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면 평소에 대비 절차를 숙달하고 체계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수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전개된 육군31보병사단의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31사단의 초소형 감시 정찰 드론.
31사단의 초소형 감시 정찰 드론.
합동 훈련에 함께한 전남경찰특공대원들이 급속 헬기 로프 하강을 하고 있다.
합동 훈련에 함께한 전남경찰특공대원들이 급속 헬기 로프 하강을 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 굉음이 테러 폭발음으로 

지난달 31일 전남 영암군에 있는 국제자동차경주장. 2010년 개장한 이곳은 포뮬러1(F1) 코리아 그랑프리를 포함해 각종 국제대회와 모터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국내 모터스포츠의 중심지다.

따뜻한 가을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평화로운 오후가 찾아오나 했는데,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경주용 자동차들이 연습 주행 중 내는 엔진음. 가만히 있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큰 소리에 이곳이 국내 유일의 국제공인 1등급 서킷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31사단 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RST) 장병이 현장 잔류오염도 검사를 하고 있다.
31사단 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RST) 장병이 현장 잔류오염도 검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남 영암군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진행된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육군31보병사단 횃불여단 5분대기조 장병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남 영암군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진행된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육군31보병사단 횃불여단 5분대기조 장병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는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이 진행됐다. 전남경찰청과 국가정보원 광주지부가 공동주관하고, 사단과 공군1전투비행단(1전비), 영산강유역환경청, 전남소방본부 등 11개 기관 180여 명이 투입됐다. 훈련은 국내외 다수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물 및 인질 테러, 드론에 의한 화생방 공격 등 복합적인 상황을 가정해 전개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한순간에 바뀐 분위기. 또 다른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미상의 드론이 나타나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 위로 노란색 물질을 뿌리기 시작한 것. 인파 중 일부가 곧바로 쓰러지고 많은 사람이 대피하면서 비명과 함께 혼잡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고 받은 경찰은 곧바로 군과 소방, 지자체, 화생방테러 초동조치 지원기관에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고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먼저 보호복을 착용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환자 구호 활동을 펼쳤고, 경찰특공대는 재밍건으로 드론을 무력화했다.

다음은 군의 차례. 사단 군사경찰대 대테러특임대와 횃불여단 5분전투대기조가 현장에 투입됐다. 대테러특임대는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테러를 전담 대응하도록 지정한 부대로, 테러 발생 시 현장 보존·통제, 테러범 추격·진압 등을 수행한다.

거의 비슷하게 K806 차륜형 장갑차로 현장에 도착한 사단 예하 횃불여단의 5분대기조 장병들도 신속하게 기동했다. 5분대기조는 유사시 상황이 발생하면 5분 이내에 긴급출동해 원점을 보존하면서 적과 접촉 유지 등 적시적인 초동조치에 나선다. 이를 위해 평시에도 전투준비 상태에서 언제 어디든 현장으로 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희선(소위) 여단 5분대기조장은 “상시 전투복을 착용하고 훈련물자를 준비한 채 24시간 대기해야 해서 부담감은 크지만, 이번 훈련으로 우리가 필요한 곳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계기관 현장지휘소 통해 통합 대응 

현장지휘본부에 모인 사단과 영암경찰서, 영암소방서, 영암보건소,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가 상황판단회의를 열었다. 발생 개요와 피해 내용, 동원병력과 장비, 조치사항 등을 공유한 각 기관은 역할을 나눠 맡아 상황을 해결하기로 했다.

소방과 환경청에서 현장 탐지 및 시료 채취와 오염물질 판독을 하고 나자, 1전비 화생방신속대응팀 K10 제독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제독차는 제독제를 살포해 오염된 지역에 대한 제독뿐만 아니라 차량에 설치된 크레인을 통해 탑재 장비를 하차시켜 별도의 인체제독소나 장비제독소를 운용할 수도 있다. 1회 작전 중 1500㎡ 규모의 지역을 제독할 수 있다. 제독이 완료되자, 뒤이어 사단 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RST)가 잔류오염도 검사에 힘을 보탰다.

대화생방테러작전을 지휘한 김진홍(소령) 화생방대대 정작과장은 “이번 훈련은 핵·WMD 등 복잡해지는 테러 위협에 대비해 민·관·군·경·소방이 통합방위 능력을 극대화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테러 발생 시 최단 시간 내 현장에서 작전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항상 ‘즉·강·끝’ 응징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화학테러에 실패한 테러범들이 탈취한 차량으로 경기장에 진입해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급속 헬기 로프 하강으로 진입한 경찰특공대가 성공적으로 테러범을 제압했다.

이어서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사단 공병대대 위험성 폭발물개척팀(EHCT)이 추가 탐색을 벌였고, 테러범들이 설치해 놓은 폭발물을 발견했다. 합참 지정 대테러 초동조치부대인 EHCT는 폭발물 의심 물체에 대한 탐지식별, 위험범위 판단 및 안전조치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30분 출동대기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 폭발물처리반(EOD)이 안전하게 폭발물을 해제하면서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모상묘 전남경찰청장은 훈련을 마친 뒤 강평에서 “지속적인 테러 예방 활동과 함께 상황 발생 시 즉시 대비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협업 체제를 구축해 테러로부터 안전한 전남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테러에 대비해 각 기관에서 운용 중인 장비 소개 시간도 가졌다. 사단은 부대에서 활용하는 초소형 감시 정찰 드론을 선보였다. 주로 도시지역작전에서 각종 건물과 구조물로 인한 차폐 지역과 교각·지하공동구 등 접근이 제한되는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역할을 해낸다. 레이저 표적측정기와 조명, 스피커 등의 장비가 탑재돼 다목적 운용이 가능한 장비로 손꼽힌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