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정밀하고 정확해야 하기에… 호흡마저 집중하고 몰입했다

입력 2024. 10. 29   17:12
업데이트 2024. 10. 29   17:18
0 댓글

육군32보병사단 ‘군·경·해경 합동 저격수 사격훈련’

경찰특공대 정확·정밀사격 노하우 공유

K14·AW308 저격총 든 25명 저격수들
전술·전기 일치…목표는 단 하나 ‘완벽한 한 발’
엎드려쏴·760m 표적 사격·서서쏴
누구 할 것 없이 백발백중
“사격 전·후 호흡 조절까지 중요…틈은 없다”


한 발의 총성이 적막을 깬 순간, 이를 지켜보는 저격수들 마음은 ‘명중’을 향한 염원으로 하나가 됐다. 군·경·해경을 대표해 모인 저격수들이 만들어 낸 강력한 에너지는 주변의 공기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육군32보병사단이 마련한 ‘군·경·해경 합동 저격수 사격훈련’은 유능한 저격수들의 완벽한 협력 현장이었다. 서로 다른 저격총을 들었지만, 각자의 작전 노하우와 상황대처 요령을 공유하며 전술·전기를 단련했다. 목표는 단 하나 ‘완벽한 한 발’. 군·경·해경 저격수들에게서 피어오르는 긴장감은 마른침을 삼키게 했다. 글=박상원/사진=이경원 기자

 

 

육군32보병사단 기동대대 저격수(위)와 관측수가 29일 충남 예산군 덕산사격장에서 열린 군·경·해경 합동 저격수 사격훈련중 표적을 겨누고 있다.
육군32보병사단 기동대대 저격수(위)와 관측수가 29일 충남 예산군 덕산사격장에서 열린 군·경·해경 합동 저격수 사격훈련중 표적을 겨누고 있다.

 


훈련 마지막 날…사격술 집중


29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사격장. 인적이 드문 이곳에 산과 바다, 도심에서 각각 임무를 수행하는 32사단 기동대대, 중부해양경찰특공대, 서울경찰특공대가 모였다. 지난 25일 시작된 훈련은 이날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단은 각 기관의 저격수들이 노하우와 훈련 방법을 공유하고, 타 기관의 저격총을 직접 사격해 보며 사격 기술을 가다듬는 것에 훈련 중점을 뒀다.

특히 도심, 해상, 산악 지형 등 각기 다른 환경의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이들이 빈틈없는 태세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25명의 군·경·해경 저격수는 자신이 애용하는 K14·AW308 저격총을 들고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의 대미를 장식한 이날은 경찰특공대의 사격술을 적용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경찰특공대는 정밀사격과 신속 사격술 노하우를 군과 해경 저격수들에게 소개했다.

경찰특공대 소속 교관은 차분하게 정밀사격 절차를 설명했다. 군·해경은 경찰특공대의 사격 방법을 꼼꼼히 메모하며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사격에서 정확도와 정밀도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정확도는 목표를 향해 쏜 탄환이 목표 중심에 얼마나 가까이 맞는지를 의미하고, 정밀도는 연속된 사격에서 각 탄환이 얼마나 일정하게 모이는지를 뜻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정확도와 정밀도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찰특공대 교관은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사격술 이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임무를 수행할 때 경찰특공대가 준비하는 11단계의 사격 절차를 소개했다.

 

 

목표물을 조준하는 서울경찰특공대원들.
목표물을 조준하는 서울경찰특공대원들.

 


다양한 환경에서 실전 대응력 강화

“본격적으로 실사격을 진행합니다. 항상 총구는 위를 향하도록 하십시오.” 황하송(상사) 32사단 기동대대 저격2조장은 실사격에 앞서 다시 한번 안전 수칙을 강조했다.

저격수들은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엎드려쏴 자세로 10발을 사격했다.

실사격 전에는 휴대용 풍속계를 이용, 풍속과 풍향을 측정하고 탄도를 계산했다. 저격에서는 날씨와 바람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계산을 통해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각자 지정된 사격 위치에 들어간 저격수들은 저격총을 어깨에 견착한 뒤 호흡을 고르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저격수들이 방아쇠를 당기자 우렁찬 총성이 훈련장을 가득 메웠고 긴장감은 배가됐다.

관측수들은 사수들이 올바르게 탄착군을 형성했는지 주시하며 조언을 이어갔다.

목표물을 향한 사격은 정밀하게 이뤄졌다. 누구 할 것 없이 백발백중(百發百中). 평소 이들의 기량과 훈련 몰입도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다음은 760m 떨어진 표적을 향한 사격이 진행됐다. 각자 배운 방식은 달랐지만, 결과물은 똑같았다. 단발의 총성이 정적을 깨고, 관측수의 “히트(명중)!” 외침이 이어졌다.

훈련 중에는 보기 드문 ‘실수’도 있었다. 저격수 중 한 명이 표적 옆에 있는 돌을 사격한 것. 사수와 관측수가 서로 식별한 물체를 혼동한 까닭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 저격수들은 관측수와 사수의 표적 식별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군·경·해경은 ‘엎드려쏴’에서 ‘서서쏴’로 자세를 전환했다. 일반적으로 저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세는 엎드려쏴다. 신체를 지면에 최대한 밀착해 총의 흔들림을 줄이기 위함이다. 반면 서서쏴는 흔들림이 크고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 선호하지 않지만 특정 상황에서 꼭 필요하기에 숙달할 필요가 있다.

거치대에 저격총을 거치한 저격수들은 지체없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발바닥을 지면에 최대한 밀착한 뒤 거치대 중간 부분을 잡았다. 이어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 정밀한 사격술로 숨어 있던 표적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한 목표 타격을 위해 사격 전·후 호흡 조절이 중요합니다. 침착하게 목표를 바라보고 자신이 집중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순간은 저격수로서 큰 보람이 됩니다.” 기동대대 이진호 중사는 반짝이는 눈으로 소감을 밝혔다.

 

 

사격 정보철에 제원을 적는 기동대대 장병.
사격 정보철에 제원을 적는 기동대대 장병.



실전 같은 훈련으로 자신감 고취

훈련에 참여한 기동대대 장병들은 이번 훈련이 사격술 연마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훈련 첫날 해상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사격하며 파도와 바람 등 외부요인을 극복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병력 가운데 저격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저격술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유능한 저격수 한 명이 지닌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사단이 경찰·해경과 힘을 모아 저격능력 강화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황하송(상사) 기동대대 저격2조장은 “이번 교류를 통해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손오승(중령) 기동대대장은 “기동대대는 사단이 임무 수행에 돌입할 때 어떤 환경에도 즉각 출동할 준비가 끝났다”며 “사단의 최정예 부대로서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적과의 전투에서 빈틈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