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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마음과 마음이 함께한다

입력 2024. 10. 01   16:55
업데이트 2024. 10. 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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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합동성 UP 장병 통합: 서로의 군 이해하기-각 군만의 독특한 문화·용어

육군 ‘포병 숫자’
“하나, 둘, ‘삼’, 넷”
교신 중 발음 오류 줄이려 한자어 섞어

해군 ‘15분 전·5분 전’
준비 15분 전 마치고 집행은 5분 전에
정확성 위한 ‘세계 해군의 공통문화’

공군 ‘이글루’
에스키모 얼음집 닮은 돔형 격납고
항공기 보호, 폭탄·파편도 막아줘

해병대 ‘팔각모’와 ‘빨간명찰’
‘어디든 싸우면 승리’ 팔극에서 따와
강도 높은 훈련 견뎌야만 주어지는 상징

“합동성은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전 육·해·공군사관생도들과 동행한 합동순항훈련에서 한 생도로부터 들은 말이다. 사전적·군사적 의미와 별개로 합동성에 담긴 뜻을 가장 잘 풀어낸 해석이지 않을까. ‘이심전심’이란 표현처럼 뜻이 통하려면 마음을 주고받아야 한다. 마음을 느끼는 것은 나와 다른 모습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각 군의 독특한 문화와 용어를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참가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들(위부터)이 도보부대 종합예행연습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참가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들(위부터)이 도보부대 종합예행연습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육군

“하나(1), 둘(2), 삼(3), 넷(4), 오(5)!” 자주포나 견인포를 운용하는 육군 포병부대에선 숫자를 읽는 방법이 독특하다. 하나, 둘이면 ‘셋’이지 갑자기 ‘삼’이 들어간다니? 처음 듣는 이들에겐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이 숫자는 포병부대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포병 숫자’다.

포병부대가 특이하게 숫자를 읽는 이유는 통신 교신 중 숫자가 잘못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포병 숫자는 교신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숫자를 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순우리말로 숫자를 읽으면 하나, 둘, 셋, 넷인데 ‘셋, 넷’은 발음이 비슷해 순간적으로 숫자가 잘못 전달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한자어인 ‘삼, 사’도 비슷한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순우리말과 한자어를 섞어 쓰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포병 숫자는 꽤 다양한 부대에서 통용된다. 육군 포병부대와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대 포병부대나 육군에서 넘어온 공군 방공포부대에서도 포병 숫자를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포병 숫자가 통용되는 부대에선 모든 숫자를 포병식으로 부르곤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화번호를 말할 때 ‘공일공-사팔사삼(010-4843)’이 아닌 ‘공하나공 넷팔넷삼’이라고 하는 포병부대 출신을 볼 수 있다.

만약 육군 포병부대원과 소통할 일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포병 숫자를 구사해 보는 건 어떨까? 흠칫 놀라며 반가워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해군 승조원들이 대함경례를 하는 모습.
해군 승조원들이 대함경례를 하는 모습.



해군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함정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은 타 군과 다른 색다른 문화가 많은 편이다. 함정 예절인 함상경례, 길차렷, 대함경례 등이 잘 알려진 해군만의 문화다.

해군과 함께 일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또 다른 필수지식이 있다면 바로 ‘15분 전·5분 전’ 문화다. 15분 전·5분 전 문화의 핵심은 모든 준비를 15분 전에 마치고, 집행은 5분 전에 미리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임무가 출항이다. 거대한 함정은 출항할 때 사전에 많은 작업이 필요하기에 일정한 절차에 따라 출항 준비를 한다. 출항 15분 전 출항경보를 울리고 출입항요원을 배치해 출항 준비가 완료됐음을 알린다.

출항 5분 전 구령이 방송되면 부두와 함정을 연결하는 현문을 철거하고, 부두에 매여 있던 홋줄을 걷는다. 함정은 이때부터 출항 상태인 셈이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함정은 출항을 알리는 기적 장성 한 발을 크게 울린 뒤 바다로 향한다.

15분 전·5분 전에 의한 출항 절차는 세계 해군의 공통문화다. 출항뿐만 아니라 함정생활 거의 모든 분야에서 15분 전·5분 전 문화를 철저하게 적용한다. 가령 과업 수행을 위한 집합, 당직 교대 등이 15분 전·5분 전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기상도 마찬가지다. 이를 알리는 방송은 실제 기상시간보다 15분 전에 울린다.

해군의 15분 전·5분 전 문화는 무슨 업무를 하든 항상 시간에 여유를 두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해군 장병들은 일상생활에서도 15분 전·5분 전 원칙에 따라 생활하곤 한다. 그러니 만약 해군과 함께 일할 일이 있다면 15분 전 먼저 움직이는 건 어떨까?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글루로 불리는 공군 항공기 격납고.
이글루로 불리는 공군 항공기 격납고.

 


공군

공군 비행단에 처음 방문한 A씨. 쭉쭉 뻗은 활주로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인솔자로부터 생소한 말을 들었다. “○○번 이글루로 모시겠습니다.” 북극도 아닌데 이글루라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공군에서 이글루는 ‘항공기 격납고’를 통칭한다. 항공기가 들어가는 돔형 격납고가 마치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의 얼음집 ‘이글루(igloo)’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항공기가 발달하지 못했던 초기에는 날씨 변화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려고 격납고가 필요했지만, 오늘날에는 소음을 방지하고 정비·점검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한다. 이글루는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폭탄이나 주변에서 폭발하는 파편을 막아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에스키모가 사는 이글루처럼 공군 이글루 내부에 들어서면 돔형 천장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항공기가 긴 날개를 갖고 있으므로 격납고 내부에는 기둥을 세울 수 없다. 기둥 없이 지붕의 하중을 덜 받는 돔형이 항공기 격납고로 쓰이는 이유다.

공군에선 이글루 이외에도 지붕이 없는 리베트먼트에 항공기를 보관하기도 한다. 리베트먼트는 일종의 방호벽으로, 다른 항공기용 격납고보다 비교적 약하지만 주변에 폭탄이 떨어졌을 때 날아오는 파편 정도는 막아 줄 수 있다.

이글루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도화하는 추세다. 적의 핵·미사일, 화생방 공격에 버틸 수 있는 강화격납고(HAS)가 대표적이다. 드론·무인기를 위한 이글루도 있다.

 

 

해병대 ‘빨간명찰’ 수여식.
해병대 ‘빨간명찰’ 수여식.

 

포병 숫자 삼(3)의 수신호.
포병 숫자 삼(3)의 수신호.



해병대

“팔각모~! 팔각모~! 팔각모 사나이!” 해병대를 대표하는 군가 ‘팔각모 사나이’다. 어떻게 ‘팔각모’는 해병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을까?

팔각모는 이름 그대로 8개의 꼭짓점을 가진 모자다. 해병대 팔각모는 ‘지구상 어디든지 가서 싸우면 승리하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팔극(八極)’에서 따왔다. 각 중심점은 8가지 해병대의 길을 상징한다. △평화와 독립 수호 △적에게 용감 △엄정한 군기 △긍지와 전통 △희생정신으로 국가에 헌신 △불굴의 투지 △가족적인 단결 도모 △필승의 신념으로 승리 쟁취 등이다.

해병대만의 또 다른 상징으로는 ‘빨간명찰’이 있다. 명찰의 진홍색 바탕은 피와 정열, 용기, 약동하는 젊음을 조국에 바친 해병대 전통을 상징한다. 황색 이름은 명랑하고 활기찬 해병대원을 가리킨다.

해병에게 빨간명찰은 큰 의미가 있다. 해병대에 도전해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뎌 낸 자에게만 주어지는 ‘해병의 상징’이 그것. 장교·부사관·병 계층 모두 빨간명찰을 가슴에 달기 위해선 양성교육 중 이뤄지는 천자봉 고지 정복훈련을 완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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