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국방안보

희망을 보여준 '행진'...76년을 곁에서 국민과 나아가다

입력 2024. 09. 27   16:44
업데이트 2024. 09. 29   16:47
0 댓글

국군의 날 의미와 각국 사례 

핵심은 단결과 사기
1956년 국무회의서 제정
3군 체제 완성한 날…헌신과 노고 격려·위로

시가행진 의미
국산 무기체계·전력 총출동
국민에 신뢰, 장병에 사기, 적에게는 경고

주요 국가 사례
美 ‘통합 기념일’ 佛 ‘혁명기념일’ 지정
OECD 37개국 중 67.6% 군사 퍼레이드

올해 국군의 날 행사는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 아래 국방의 중요성, 국군의 존재 가치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강한 국군의 압도적인 국방력을 과시하며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는 ‘정예 선진강군’의 능력·태세·의지를 체감케 한 시가행진은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처럼 의미있는 국군의 날 제정 배경과 시가행진 의미 및 각국 사례를 정리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과거 국군의 날 펼쳐진 시가행진 모습. 국방일보 DB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과거 국군의 날 펼쳐진 시가행진 모습. 국방일보 DB


국군의 날은 왜 10월 1일일까?

국군의 날이 10월 1일로 정해진 데는 여러 설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가설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최초로 38도선을 돌파해 북한을 향해 진격한 날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각종 포털,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38도선 돌파가 기원으로 나온다.

하지만 국군의 날 제정 제안서와 심의 경과표 등에는 38도선 돌파에 관한 언급은 없다. 그렇다면 38도선 돌파가 국군의 날 기원으로 널리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분석이 있지만 한때 최후 전투까지 각오했던 국군이 38도선 돌파를 계기로 북진과 승리의 희망을 품었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달 28일 서울 수복을 통해 국군과 유엔군은 전황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절망 속에서 일궈낸 기적은 국민의 마음속에 승리의 불씨를 지폈고, 38도선 돌파는 이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했다. 38도선 돌파가 주는 의미는 지금의 우리가 하는 생각 그 이상이었다. 38도선 돌파 부대의 연대장이었던 고(故) 김종순 소장(당시 중령)은 생전에 이렇게 회고했다. “내가 38선을 막 넘었을 때 오두막 독립가옥이 하나 있었는데, 백발 노파가 구겨진 태극기를 들고나와 흔들며 눈물을 흘려요. 정말 감격스러워 나도 울었습니다. 이때는 이 저주스러운 민족 분단선이 영영 무너지고 꼭 통일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제정 취지를 살펴보면 국군의 날은 특정한 사건을 기념한다기보다 ‘육·해·공군, 해병대의 단결과 국군의 사기’가 핵심인 걸 알 수 있다.

1956년 9월 14일 국무회의에 제출된 국군의 날 제정 제안서와 심의경과표 등을 보면 이런 내용이 확인된다.

문서에는 국군의 날 제안 이유와 배경에 대해 ‘3군 통합 정신과 국군의 사기, 그리고 국민의 국방사상을 함양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재정·시간을 절약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군의 날 제정 전에는 육·해·공군, 해병대가 창설일을 자체적으로 기념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는 종래 군별 기념일을 10월 1일로 통합, 국군의 날을 제정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출범한 공군 창립일이 10월 1일이라는 점에서 우리 군이 육·해·공군, 해병대로 이뤄진 국군 체제를 완성하게 됐기에 그날에 맞춰 국군의 날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과거 국군의 날 펼쳐진 시가행진 모습. 국방일보 DB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과거 국군의 날 펼쳐진 시가행진 모습. 국방일보 DB


종합해 보면 국군의 날은 육·해·공군, 해병대의 국군 체제를 완성한 날이면서도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고 국군의 헌신과 노고를 격려·위로하기 위한 날임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은 통합된 기념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5월 셋째 주 토요일을 국군의 날(Armed Forces Day)로 정했다. 영국은 ‘빅토리아 십자훈장’의 첫 수여식이 있던 다음날인 6월 27일이 국군의 날이다. 폴란드는 1920년 러시아 침공에 맞서 승리한 8월 15일이고, 이스라엘은 히브리력 이야르(Iyar)월 넷째날을 우리 현충일에 가까운 개념인 ‘욤 하지카론(기억의 날)’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프랑스의 혁명기념일(7월 14일)과 러시아의 조국수호자의 날(2월 23일)도 우리 국군의 날과 같은 개념이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과거 국군의 날 펼쳐진 시가행진 모습. 국방일보 DB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과거 국군의 날 펼쳐진 시가행진 모습. 국방일보 DB


헌신·노고 기리고 국가안보 의지 다져야

국군의 날 기원을 무를 자르듯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제정 취지가 존재하나 38도선 돌파설이 지난 70여 년 동안 회자되며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다른 나라들도 각자 의미를 부여해 국군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기원에 대해 설왕설래하기보다는 국군의 날 제정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고 국군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 이날을 더욱 뜻깊게 만들 것이다. 정부가 국군의 날에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계용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사 부장은 “국군의 날에는 육·해·공군, 해병대가 모두 창설돼 국군이 완성된 날이라는 의미와 함께 우리 국군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이라는 의미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날을 통해 군인들의 희생·헌신을 재확인하고, 국가안보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왕실 근위대 행진
영국 왕실 근위대 행진

 

프랑스 혁명기념일 퍼레이드
프랑스 혁명기념일 퍼레이드


‘국민에게 신뢰를, 적에게 경고를’ 시가행진 의미는 

지난해 건군 75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부활한 국군의 날 시가행진도 뜻깊다. 올해 2년 연속으로 이뤄지는 시가행진에는 K방산 위상을 떨치고 있는 국산 무기체계를 비롯한 우리 전력이 총출동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기존에 없던 호국영웅 카퍼레이드를 통해 그들의 희생·헌신을 기리는 이벤트가 열린다. 또 국민이 직접 시가행진에 참여해 군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를,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국민들은 우리 군의 확고한 군사대비태세와 굳건한 국토방위 의지를 마주하고, 장병들은 국민이 보내는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사기를 높인다.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며 위협을 억제하는 데도 의미가 크다.

시가행진에 관한 국민 의견은 긍정적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2월 5~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군의 날 시가행진 의견수렴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61.9%가 찬성을 나타냈다. 특히 18~39세의 응답자는 7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프랑스·벨기에·튀르키예·스페인 등 9개국 매년 시가행진

세계 주요국도 국군의 날을 비롯한 각종 기념일에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보면 전체 37개 나라 가운데 25개 나라(67.6%)가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13개 나라는 1500~1만 명 수준의 도보 부대와 100~200여 대 전차·항공기를 동원한 대규모 행사를 하고 있다. 항공기 편대비행과 에어쇼도 병행한다. 프랑스, 벨기에, 튀르키예, 스페인, 핀란드, 멕시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콜롬비아 등 9개 나라는 매년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이탈리아는 5~10년 주기로 시가행진을 잇고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위스, 슬로바키아, 독일, 칠레 등 12개 나라는 도보행진 위주로 소규모로 한다. 미국은 2019년 독립기념일 때 28년 만에 이례적으로 워싱턴DC에서 전략폭격기 공중분열을 포함한 대규모 퍼레이드를 전개했다. 서현우·임채무 기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