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명부 추모비 안치로 시작
진중가요 제창·헌시로 희생 추모
70여 년 지났지만 생생한 기억에
노병은 눈을 감고 전우를 기린다
“조국에 목숨 바친 영웅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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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
26일 강원도 철원평화문화광장 철의 삼각지대 전투 전몰장병 추모비 앞. 영웅 제복을 입은 6·25 참전용사들이 육군6보병사단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진중가요 ‘전우야 잘 자라’를 제창했다. 6·25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대에서 함께 싸우다 산화한 전우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었다. 담담한 노래 소리와는 다르게 얼굴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70여 년이라는 긴 세월에 무뎌질 만하건만, 아직도 노병들에게 6·25전쟁은 어제 일처럼 생생한 기억이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철의 삼각지대 전투 전몰장병 추모제가 열렸다.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가 주관하고 국가보훈부(보훈부),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6사단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6·25전쟁 참전용사, 국회의원, 지역 기관장, 군 장병, 일반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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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철의 삼각지대 전투에서 전사한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국가 위기에 헌신한 참전유공자의 명예를 드높여 자라나는 세대와 국민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고양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철의 삼각지대 전투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해 건립된 추모비 앞에서 행사가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이 추모비는 6·25참전유공자회원들이 모은 성금 3억600만 원을 비롯해 보훈부와 철원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3억2400만 원과 4억5000만 원을 투입해 2012년 건립됐다.
유공자회 관계자는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장이었던 철의 삼각지대 전투에서 산화한 영웅들을 추모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며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잊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현역 장병이 철의 삼각지대 전투 전사자 명부를 추모비 제단에 안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뒤이어 개회 선언, 국민의례, 헌화·분향, 전사 보고, 공로·감사패 증정, 추모사, 헌시, 추모공연, 진중가요 제창, 전몰장병에 대한 경례가 진행됐다.
한기호 의원은 “첫 행사부터 매년 참석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가는 참전용사님들을 보면서 가슴이 매우 아프다”면서 “여기 계신 분들이 최선을 다해 지켜온 대한민국을 이제는 후손들이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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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규 강원서부보훈지청장은 “보훈부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호국영령과 참전유공자분들의 공헌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진성(소장) 6사단장은 “선배 전우들의 피와 땀으로 물들었던 이곳이 이제는 자유와 풍요로움이 넘치는 기회와 번영의 땅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적에 맞서 절대 물러서지 않았던 선배 전우님들의 임전무퇴 기상을 본받아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헌시와 추모 공연에서는 전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2년여에 걸쳐 치열하게 적과 전투를 벌인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행사는 참석자 전원이 진중가요 ‘전우여 잘 자라’를 제창한 뒤 전몰장병들에게 단체 경례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손희원 6·25참전유공자회장은 추모사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호국영웅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오늘 행사가 위국헌신의 6·25정신을 계승하고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뜻깊은 행사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임채무/사진=조종원 기자
철의 삼각지대(Iron Triangle)는 6·25전쟁 당시 제임스 밴 플리트 미8군사령관이 “적이 전선을 사수하려는 철의 삼각지대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은 평강, 철원, 김화를 잇는 지역으로 교통이 발달해 있고 넓은 철원평야가 자리해 중부전선의 요지다. 1951년부터 휴전까지 2년여 동안 국군 9개 사단과 유엔군 6개 사단, 중공군 11개군 26개 사단이 백마고지전투를 비롯해 저격능선전투, 금성지구전투 등 크고 작은 전투를 벌였다. 그 결과 중공군이 9만여 명의 피해를 입었고, 아군도 3만여 명의 전·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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