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전천후 해군 살림꾼 가장 작지만 가장 확실하다

입력 2024. 09. 24   17:07
업데이트 2024. 09.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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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 16. RIB 수병 

이 작은 녀석이 함정?
최대 50노트 속력으로 빠르게 기동
군항·전진기지 오가며 경계작전 수행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
저수심 해역 거뜬…서해의 중요 전력
높은 파고 견디며 장거리 항해도 가능
긴장의 끈 놓을 수 없어
한 번 출동하면 1~2주간 임무 수행
다른 함정과 낭만·전우애도 남달라

구축함, 상륙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유도탄고속함, 고속정…. 이런 함정 명칭은 어떻게 분류할까요. 전통적인 관습과 국제조약이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함정 크기와 임무 목적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구축함·호위함·유도탄고속함 등 전투함은 크기 차이에 따라 분류할 수 있고, 상륙함·군수지원함 등은 이름에서 그 임무 성격을 엿볼 수 있죠. 우리 해군은 다양한 함정을 운용 중인데, 가장 작은 함정은 무엇일까요? 답을 찾기 위해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인방사)로 향했습니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 27전투전대 고속단정이 군항 일대를 빠르게 기동하고 있다.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 27전투전대 고속단정이 군항 일대를 빠르게 기동하고 있다.

 


대잠전·구조작전 등 특화된 고속단정도

태양이 내리쬐던 무더운 여름날, 인천 군항에는 고속정(PKMR)·항만경비정(HP)·군수지원정(LCU)을 비롯한 다양한 함정이 부두에 계류돼 있었다. 해군 함정은 배수톤수를 기준으로 500톤 이상이면 ‘함’, 그 이하면 ‘정’으로 구분한다. 대표적으로 유도탄고속함(PKG)은 만재배수량이 500톤이 넘기 때문에 함이고, 500톤이 안 되는 고속정은 정이 붙는다

‘고속정·항만경비정 모두 정인데, 뭐가 제일 작지?’라는 의문점이 생길 때쯤 옆에 있던 인방사 정훈과장 박귀현 대위가 힌트를 줬다. “해군에서 가장 작은 배라고 하면 통상 고속정이나 전투근무지원정을 떠올리지만 더 작은 친구가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곧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바다 쪽으로 다가가니 부두 구조물에 가려져 있던 작은 배가 드디어 눈에 들어왔다. 둥글둥글한 모습에 검회색 빛깔을 띤 고속단정(RIB)이었다. ‘어라, 이 흔한 녀석이 함정이라고?’ 흔들리는 동공을 느꼈는지 박 대위가 옆에서 또다시 설명한다.

“고속단정도 엄연한 함정입니다. 최대 50노트(약 93㎞/h)의 속력으로 빠르게 기동하며 경계작전을 전개하죠. 특히 저수심 해역에서도 원활한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심이 얕고 갯벌이 발달한 서해에선 없어서는 안 될 전력입니다. 또 단시간에 출동할 수 있어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전력입니다.”

박 대위의 설명대로 고속단정은 궂은일을 도맡는 ‘해군의 살림꾼’이다. 크기는 작지만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고 높은 파고도 견딜 수 있다. 인방사 고속단정은 군항과 전진기지를 오가며 경계작전을 펼친다. 한 번 출동하면 1~2주간 전진기지에 머문다. 접적해역을 기동하며 작전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고속정과 큰 차이점은 없다. 정장을 비롯한 간부 2명, 수병 2명 등 총 4명이 한 부대를 이룬다.

고속단정은 다른 해군 부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잠전·구조작전·특수작전에 특화된 고속단정도 있다. 해·강안을 책임구역으로 하는 육군, 해병대 각급 부대도 고속단정을 운용한다.

 

 

홋줄작업을 하고 있는 고속단정 수병 김정연 병장.
홋줄작업을 하고 있는 고속단정 수병 김정연 병장.

 

고속단정을 조함하는 모습.
고속단정을 조함하는 모습.

 

김정연 병장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김정연 병장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서해 임무 수행, 실제 상황 빈번하게 발생

인방사에는 고속단정에 승조하는 수병이 15명가량 있다. 인방사 27전투전대 소속인 이들은 해군에서 가장 작은 배를 타며 서해를 수호한다는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김정연 병장은 바다와 사랑에 빠져 해군에 지원했다. 대학에서 레저스포츠학을 전공 중인 그는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일반조종 1급)를 보유한 실력자다. 입대 전엔 수상레저업체에서 일하며 직접 배를 몰았다. 전역 뒤에는 119수상구조대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통신병인 김 병장은 처음 인방사에 전입했을 때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날렵한 모습의 고속단정이 무척이나 멋져 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서해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실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어선 퇴거작전에 투입됐습니다. 거리를 두고 쫓아가며 어선을 몰아냈습니다. 저는 다른 함정에서 오는 교신을 받아 정장님께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속단정이 다른 함정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김 병장은 실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냉·난방시설이 없다 보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환경이다. 빠른 속력으로 기동하다 보면 멀미가 쉽게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김 병장은 고속단정 승조원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낭만과 전우애가 있어서다.

“고속단정은 다른 함정과 다른 낭만이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푸른 바다를 힘차게 항해합니다. 한 번 출동하면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 동안 임무에 나섭니다. 부대원과 24시간 온종일 함께 생활하기에 끈끈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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