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6전대 해상구조훈련
“긴급 구조 요청”…탐색구조헬기 약 140㎞ 한달음에
조난 조종사 발견→인양→의료원 후송
깊이 알 수 없는 곳 물 먹고 체온 떨어져도
‘SART’ 사명감으로, 어떠한 위험도 무릅쓰고 적진 앞으로
공군항공구조사(SART)가 조종사 생명을 구하는 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전천후 탐색구조 능력 유지·발전을 위해 험난한 산악지형,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등 ‘최악의 환경’만을 찾아가는 까닭이다. 이번엔 바다다. 뜨거운 폭염 속, ‘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의 목숨은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망망대해에 뛰어든 항공구조사들의 대규모 해양 탐색구조훈련 현장을 다녀왔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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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으로 이젝션(Ejection·탈출)하겠다! 긴급 구조를 요청한다!”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진 지난 13일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6전대)에 조종사의 다급한 구조요청이 들어왔다. 공군기동정찰사령부 주관으로 이뤄진 훈련은 이 같은 상황으로 시작됐다. 복좌 전투기에서 원해(遠海)로 비상탈출한 2명의 조종사를 구하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다.
“전달! 전달! 전달! 14시 부 스크램블(긴급발진) 발령! 사유 탐색구조!”
6전대는 비상탈출한 조종사 위치를 파악, 신속히 탐색구조헬기와 항공구조사를 투입했다. 조종사들의 위치는 충남 태안반도 인근 바다 한가운데. 6전대가 있는 청주기지에서 85마일(약 140㎞) 떨어진 곳이었다. 항공구조사들은 HH-60, HH-32 탐색구조헬기를 타고 조난 현장으로 출동했다. 국방일보 취재진은 CH-47 수송헬기를 타고 구조현장에 동행했다. 이날 훈련에는 MC-130K 특수전용 다목적 수송기도 투입됐다. MC-130K는 전방관측 적외선장비를 활용해 사고지역 해상을 탐색하고 탐색구조헬기 진입 경로와 투하지점을 표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여름철 서해안의 평균 수온은 평균 20도. 뜨거운 날씨 덕에 춥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물 속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30배나 빨라 체온 손실이 그만큼 빨리 이뤄진다. 체온이 1.5도만 내려가도 피부 수축, 의식장애 등 증상이 나타나고 30도 아래로 떨어지면 아예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무엇보다 파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어 의식이 사라지면 어디로 휩쓸려갈지 모른다.
취재진은 조난 조종사 역할을 할 항공구조사(조난자)들과 CH-47에 함께 탑승했다. CH-47이 ‘조난 포인트’에서 급강하, 후방 램프 도어를 열자 조종복을 입은 조난자들이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자동팽창 구명조끼에 의지한 채 각자 헤엄치며 탐색구조헬기를 기다렸다. 헬기에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릴 신호탄도 터뜨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 요란한 프로펠러 회전음이 들렸다. 항공구조사들이 탑승한 탐색구조헬기들이었다. 조난자가 바다에 빠진 지 40분 만이었다. 드넓은 바다에서 조난자를 발견한 HH-32는 머리 위 약 10m, 낮은 고도로 정지비행(Hovering)하며 구조용 인양기(Hoist)를 내렸다.
인양기를 잡고 내려간 항공구조사 이동현 중사(진)는 조난자 위치를 탐색한 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항공구조사는 조난자 상태를 확인하고, 헬기 조종사에게 수신호로 상황을 알렸다.
강하게 회전하는 헬기 프로펠러 탓에 바닷물이 사방으로 흩날렸고, 기체는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항공구조사들은 침착함을 유지한 채 구조 활동에 집중했다. 헬기 조종사는 세밀하게 기체를 움직였고 인양기를 담당하는 ‘호이스트 오퍼레이터’ 이민근 중사는 정확하게 이 중사(진)와 조난자 위로 인양기와 구조용 바스켓을 떨어뜨렸다.
이 중사(진)가 숙련된 동작으로 조난 조종사를 바스켓에 눕히고 인양기에 연결된 고리에 결박, 조난자는 헬기에 무사히 탑승했다. 이제 같이 조난된 다른 조종사를 구할 차례. 이 중사(진)는 3m가량 떨어져 있던 또 다른 조난자를 발견하고 급히 헤엄쳐 갔다. 이 중사(진)와 조난자가 거센 파도를 이겨내고 만나자 HH-32는 다시 움직여 인양기를 내렸다. 이번엔 2인용 레스큐시트가 내려왔다. 이 중사(진)는 조난자를 먼저 시트에 고정하고 자신의 고리도 연결한 뒤 HH-32로 안전하게 탑승했다. 이후엔 HH-60이 찾아와 같은 방식으로 2명의 조종사를 구조했다.
조난자와 항공구조사를 태운 탐색구조헬기들은 공군항공우주의료원으로 향했다. 항공구조사들은 기내에서 조난 조종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훈련은 조난 조종사를 안전하게 항공우주의료원으로 후송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조난 조종사 임무를 수행한 항공구조사 최환희 하사는 “파도로 바닷물을 끊임없이 먹고 체온이 점점 떨어지는 극한의 환경에서 조난된 조종사가 돼보니 항공구조사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다시 깨달았다”면서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반복해 탐색구조능력을 연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상 탐색구조훈련은 다수 해상조난자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갖추자는 목적으로 2018년부터 매년 실시 중이다. 해마다 이뤄진 훈련이지만 항공구조사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 해당 훈련을 진행한 것은 흔치 않다고 6전대는 설명했다. 해당 훈련은 해군 함정과 합동으로 대형 선박 사고 시 대규모 조난자 발생 상황을 상정해 펼쳐지기도 한다. 이처럼 항공구조사들은 평시에는 각종 재난·재해 및 사건·사고 발생 때에도 현장에 투입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항공구조사 최부용 상사는 “대규모 해상조난자 발생 시 임무 수행을 위해선 구조 절차를 숙달하고 변수가 많은 바다에서도 신속히 대응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조난자 모두를 구조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실전적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군 조종사 해상생환훈련
조난 시 구조만 기다린다면 진짜 공군 조종사 아냐
나를 지키는 힘 키우기 위해 훈련 또 훈련
낙하산 멘 교관 견인선에 연결된 줄 하나로 “레디, 고” 강하
산소마스크 분리·구명대 팽창 등 물 흐르듯 바다로 풍덩
생환은 전·평시 공중근무자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난됐을 때 조기에 구조전력에 의해 귀환하거나, 조난자 스스로 자력으로 원대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중 해상생환은 활동 범위가 제한되고 환경에 따라 악조건에 처할 수 있어 무엇보다 교육·훈련이 중요하다. 지난 14일 경남 남해군 공군 해상생환훈련장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종사 해상생환훈련’ 시범·체험 현장을 소개한다. 글=서현우/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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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해상생환훈련은 조종사들이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반드시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강도 높은 훈련 중 하나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서는 방수복 착용 체험이 먼저 이뤄졌다. 실제 교육생들이 훈련을 위해 입는 것으로, 조종복처럼 상·하의가 연결된 일체형이다. 해수 온도 섭씨 16도 이하에서 해상비행 시 조종사들은 방수복을 상시 착용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수복은 바닷물로부터 신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았고, 외부로 연결되는 손목과 목 부위는 강한 조임으로 답답함마저 들었다. 바다에 빠져도 이 방수복을 입고 있으면 몸이 젖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수복을 입고 300톤급 규모 생환훈련함 갑판에 오르자 한낮 뜨거운 뙤약볕이 그대로 내려왔다. 방수복에 이어 구명정이 부착된 하네스와 헬멧을 착용했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방수복 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날 시범은 △낙하산 견인훈련(DRAG·드래그) △탐색구조훈련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PARASAIL·패러세일) 등 3가지였다. 첫 과정은 낙하산 견인훈련, 일명 드래그 훈련이었다. 이 훈련은 해상 착수 때 낙하산을 안전하게 분리해 바닷물 흡입과 강풍으로 인한 충격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바람에 의한 끌림 현상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자세가 중요합니다. 물속에서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중심을 잡지 못해 숨을 쉬지 못하거나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범·체험을 진행한 생환교관(SERER)은 자세를 강조했다. SERER은 우리 군의 최정예 특수요원 중 하나다. 극한의 상황을 견디며 생존을 위한 혹독한 교육·훈련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강인한 체력은 물론 전문적인 지식도 갖추고 있다. 그들의 마크인 SERER은 생존(Survival), 도피(Evasion), 저항(Resistance), 탈출(Escape), 귀환(Recovery)을 의미한다.
시범 교관이 나서 동작을 선보였다. 이어 교관의 자세를 따라 했다. 허리를 곧게 세워 정면을 바라보고, 몸을 뒤집어 상체를 세운 뒤 다리를 쭉 펴서 벌렸다. 바닷속이 아닌 갑판 위인데도 불구하고 자세를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교관의 시범을 따라 한 후 방수복을 벗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럼증마저 들어 더는 무리일 듯했다. 방수복 안에서 고여 있던 땀이 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낙하산 견인훈련 시범에 이어 탐색구조훈련과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이 진행됐다. 탐색구조훈련은 함정이나 헬기에 구조될 당시 행동절차를 숙지·숙달하는 데 중점이 있다. 또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은 항공기 비상 탈출 후 낙하산을 이용해 안전하게 해상으로 입수하는 데 목표가 있다.
그중 패러세일로 불리는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 시범이 눈길을 끌었다. 시범은 해상훈련함에서 낙하산을 멘 교관이 견인선에 연결된 줄을 통해 하늘로 끌어올려지면, 공중·해상에서의 절차를 진행한 뒤 구조선이 구조하는 방식이었다.
이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바람마저 없는 게 아쉬움이었다. 바람이 너무 없거나 반대로 너무 세면 훈련이 어렵다는 것이 교관의 설명이다. 훈련에 가장 좋은 바람 세기는 약 10m/s 내외라고 한다.
신호가 주어지자 후면에 대기하던 견인선이 서서히 속도를 내 훈련함 측면을 앞질렀다. 견인선과 연결된 줄이 조금씩 당겨졌다. “레디, 고” 외침과 함께 시범 교관은 이내 60~70m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공중에서는 낙하산 강하 절차가 이어졌다. 강하는 낙하산 상태 점검 △헬멧 바이저 올림 △산소마스크 분리 △서바이벌 키트 열기 △구명대 팽창 등 5가지 절차로 구성됐다. 시범 교관이 양팔을 이용해 5가지 절차를 이행했고 완벽한 동작으로 바다에 빠졌다.
시범 절차·과정은 완벽했고,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시종일관 실전 같은 모습으로 임한 교관이 구조선에 올라타는 것으로 시범은 마무리됐다.
현장에서 만난 오형모(중령) 공군 8126부대장은 “해상생환훈련은 실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조종사들의 생존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통해 공중근무자들의 생존성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상생환훈련은 초급과 고급으로 구분된다. 초급과정은 임관 후 비행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고급과정은 기존 공중근무자를 대상으로 4년6개월 주기로 진행된다. 훈련은 지상교육대에서의 이론교육과 해상훈련장에서의 실습교육으로 구분된다.
실습은 기자가 체험한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 △낙하산 견인훈련 △탐색구조훈련에 더해 △심해표류훈련이 더해진다. 심해표류훈련은 차가운 바닷물로 인한 저체온증, 폭염에 의한 화상, 해양생물 공격 방지 등을 위한 구명정 활용과 조난 위치 확인용 신호법 등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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