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TYS] 당신은 군인으로, 난 군인 아내로…“쭉 같이 가요”

입력 2024. 08. 16   16:14
업데이트 2024. 08. 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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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S (Thank You for your Service) ⑪ 육군7군수지원단 한상길 원사

‘집안일 신경 안 쓰게 해야지’ 아내는 남편 배려하고 
‘미안해서라도 더 노력해야지’ 남편은 아내 챙기고…
8년간 한결같은 애정과 믿음으로 힘이 되어준 부부
“희귀질환 투병 힘든 시간도 아내 덕에 버틸 수 있었죠”


전래동화 ‘우렁 각시 이야기’를 아십니까. 노총각 혼자 사는 집에 어느 날부터 누군가 집안일을 대신 해줬는데, 알고 보니 우렁이가 사람으로 바뀌어 일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여기 현실 세계에도 우렁 각시 못지않게 군과 가정 모두에 헌신하는 ‘우렁 군인’이 있다고 소개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TYS(Thank You for your Service) 열한 번째 이야기로 한상길(원사) 육군7군수지원단 보급대대 경계소대장의 아내 장해인 씨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해당 글은 24-1차 자랑스러운 육군 가족상 수기 공모 입상작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정리=배지열 기자/사진=한상길 원사 제공

지난해 제14회 위국헌신상을 수상한 한상길 원사와 가족들.
지난해 제14회 위국헌신상을 수상한 한상길 원사와 가족들.


‘우렁 각시’ 군인에 날아든 난치병 진단 

한 원사의 아내 장씨는 남편을 ‘우렁 각시’라고 표현합니다. “군 생활을 오래 한 남편은 제가 타지에서 홀로 힘들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부부가 서로 일을 나눈 것도 아닌데 누구의 일이든 신경 안 쓰고 해줬지요. 설거지가 있으면 보는 대로 해주고, 빨래가 보이면 말없이 세탁하고, 쓰레기 정리가 안돼 있어서 ‘조금 후에 해야지’ 생각하고 나가면 벌써 다 돼 있어요. 남편이 바쁜 걸 잘 알아서 ‘집안일은 신경쓰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남편은 내색 하나 없이 저녁 늦게 퇴근하든 새벽에 일찍 출근하든 여건이 되면 제가 필요한 건 뚝딱 만들어주고 언제나 우렁 각시로 저를 도와줬어요. 덕분에 결혼 후 지금까지 집안일 때문에 남편과 마찰이 있었던 적이나 서운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아내의 칭찬에 한 원사는 멋쩍어했습니다. “훈련부사관 때는 말 그대로 ‘별 보고 나갔다가 별 보고 들어오는’ 하루였습니다. 아내가 이해한다고는 했지만, 제가 미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하지 말라고 하면 그냥 눈에 보여서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도 출근할 때 음식물쓰레기나 쓰레기봉투 등은 꼭 들고 빈손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한 원사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리던 한 원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병명은 궤양성 대장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할 만큼 완치가 어려운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한 약을 쓰느라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도 피해야 하고 당장의 일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몇 날 며칠을 베란다에 나가 생각에 잠기곤 하던 한 원사에게 아내가 다가갔습니다.

“남편 손을 꼭 잡고 ‘나도 군인의 아내이고 지금껏 당신 열심히 한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지금껏 당신 혼자 짊어진 짐들을 조금만 잠시 내려놓고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난 뒤 몸이 어느 정도 치유되면 그때 다시 당신은 군인으로, 나는 군인의 아내로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어요. ”

한 원사는 “부대에서 배려해 주셔서 정기적으로 검진받고 약을 먹으면서 많이 나아졌다”며 “처음에는 체중도 많이 빠졌는데, 아내가 식단도 잘 조절해 주고 많이 도와줘서 지금은 정상 체중으로 복귀했다”고 아내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제 4명의 가족으로 불어났습니다. 8살이 된 첫째 아들은 장래 희망으로 망설이지 않고 군인이 되겠다고 할 만큼 컸습니다. 올해는 늦둥이 막내아들까지 찾아왔습니다.

한 원사는 아내에게 “정말 고생 많이 했고, 지금도 고생하는 것 알고 있다”며 “조금만 더 버티면서 믿고 따라와 주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는, 우리 가족의 더 나은 가장이 되겠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이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내 장씨도 편지 글을 통해 남편을 향한 긴 글을 남겼습니다. 아내가 남편 한 원사에게 전하는 편지 원문을 그대로 전하면서 이번 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아내 장해인 씨가 남편 한상길 원사에게 보내는 편지

남편에게 결혼 전에는 편지를 가끔 적었는데 결혼 후에는 한 통도 적어주지 못하고 받기만 한 것 같아 마음을 같이 전해 보네요.

결혼 후 처음으로 당신에게 작은 이야기를 띄우네요.당신을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고 하나가 된 지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렀답니다. 항상 군인의 아내로 지내서 힘들 거라는 당신의 생각에 당신이 제게 해준 많은 배려로 지금은 꿋꿋하게 군인의 아내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항상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본 당신이었기에 당신과 함께하면서 말로 표현하는 배려보다는 말없이 전해주는 배려를 알게 되었답니다.

당신이 희귀질환 판정을 받고 집중 치료를 할 때 독한 약을 쓰며 가족들 몰래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힘들어하는 당신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그런 상상을 하면 안 되지만 어쩌면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한 번씩 들면서 너무나 불안하고 무서웠답니다. 그때마다 고통을 이겨내고 나와서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당신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며 하늘에 감사했었지요.

조금씩 몸이 회복되는 당신을 보면서 당신이 제게 전달해 준 따뜻함과 믿음을 이제는 제가 전해줄까 한답니다. 당신이 많이 아플 때 우리 했던 말 기억하지요? 두 아이를 다 키우고 당신도 최고의 군인으로 명예롭게 전역해서 노년이 되면 서로 손 꼭 잡고 해지는 석양을 보며 산책도 하고 차 한잔을 마시며 다정히 이야기하는 날이 올 거라고…. 저는 당신과 꼭 그날이 올 거라 믿고 있답니다. 제가 그렇게 꼭 만들 거예요. 당신이 희생해 준 긴 시간 이제는 당신이 모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따라가며 밀어줄 거랍니다.

얼마 전 제가 당신의 용돈을 인상해 준 일을 기억하고 있나요? 당신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답니다. 예전 당신과 함께 근무한 분이 전역 후 찾아와 같이 저녁을 먹었을 때 당신이 집안이 어려운 부하들에게 휴가 나갈 때 과일이라도 사가라며 몰래 용돈을 주었던 일을 알게 된 이후였답니다. 그리고 ‘군인의 아내로서 그러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당신이 군인으로 더 배려를 잘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러니 당신도 잘 이겨내고 언제든 우리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우리 약속한 것처럼 꼭 손잡고 석양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요. 당신에게 매일 넥타이를 매어주며 출근시키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잘 정돈된 군복과 군화를 준비하며 당신이 그렇게 명예롭게 여기던 군인이라는 두 글자에 걸맞은 아내가 되어 드릴게요. 그러니 조금만 더 마음 내려놓고 건강 회복한 뒤 최고의 군인이 되기 위해 함께 걸어가 봐요. 이제는 혼자가 아닌 저와 함께, 아니 우리 소중한 아이들과 한가네 온 가족이 함께해요. 항상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고 든든한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준 당신!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24년 어느 햇빛 좋은 날 당신의 반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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