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땅에선 시간과의 싸움’

입력 2024. 08. 15   16:05
업데이트 2024. 08. 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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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쓰레기풍선 낙하 상황 화생방훈련

공군10전비 화생방지원대 CRRT 급파
휴대용 화학작용제탐지기로 초기 정찰
화학물질 분석 어렵자 CSMT 출동 요청

서로 다른 종류 탐지기, 교차 탐지·체크
즉시 분석·방제…팀장에 실시간 전달돼
유기적 합동대응·단계별 협조 훈련 성공

쓰레기풍선은 새로운 북한 도발 양상의 상징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우리 지역을 겨냥해 11차례, 3800여 개에 이르는 쓰레기풍선을 날려 보냈다. 군은 풍선 낙하 지역에 신속히 출동, 내용물 분석·수거 작업을 벌였고 지금까지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 그러나 쓰레기풍선은 ‘신(新) 도발 사례’이기에 여전히 각별한 대응이 필요하다. 군 화생방대응부대들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하나로 쓰레기풍선 낙하 상황을 가정한 대응훈련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14일 경기도 수원시 공군1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합동 대화생방테러훈련에서 공군10전투비행단 화생방지원대 화생방신속대응팀(CRRT) 장병들이 현장 통제를 하고 있다. 
14일 경기도 수원시 공군1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합동 대화생방테러훈련에서 공군10전투비행단 화생방지원대 화생방신속대응팀(CRRT) 장병들이 현장 통제를 하고 있다. 


“기지 내에 쓰레기풍선이 떨어졌다!”

14일 오전 10시 공군10전투비행단(10전비) 화생방지원대에 부대원의 한 신고가 들어왔다. 영내에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풍선이 낙하했다는 것. 화생방지원대는 즉시 현장에 화생방신속대응팀(CRRT)을 급파했다. 현장에 도착한 10전비 CRRT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미 실제상황을 수차례 수행한 데다 유사 반복 훈련으로 대처능력을 숙달해서다.

상황 전파 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CRRT는 곧바로 현장통제선을 구축하고 인원과 차량을 통제했다. 이어 휴대용화학작용제탐지기(K-CAM2) 등을 활용해 초기 정찰에 돌입했다.

현장은 기자가 실제로 봤던 쓰레기풍선 낙하 현장과 유사하게 연출돼 있었다. 바람이 채워진 풍선과 찢어진 비닐 안에는 불규칙하게 잘린 종이들이 잔뜩 있었다. 종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흰색 가루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삐삐삐삐-!” K-CAM2 경보가 울렸다. 화학물질이 발견됐다는 신호다. CRRT는 가루를 오염원점으로 보고 어떤 물질인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CRRT가 가진 장비로는 정확한 종류 파악이 어려웠다. CRRT는 식별 불가능 판단과 함께,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화생방사) 대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SMT)에 출동을 요청했다.


쓰레기풍선 낙하 신고를 받고 현장에 급파된 공군10전투비행단 화생방신속대응팀 대원들이 휴대용 화학작용제탐지기 등을 활용해 현장 정찰을 하고 있다.
쓰레기풍선 낙하 신고를 받고 현장에 급파된 공군10전투비행단 화생방신속대응팀 대원들이 휴대용 화학작용제탐지기 등을 활용해 현장 정찰을 하고 있다.

 

CRRT가 시·군·구 단위에서 일어난 화생방 상황에 대응하는 작전부대라면, CSMT는 국가급 화생방작전 전문부대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화생방 무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원도 CRRT보다 2명이 추가된 5명이다. 추가된 둘은 각각 화학과 방사능 분석 임무를 수행한다.

CRRT는 오전 11시께 CSMT에 현장을 인수인계했다. ‘더티 가이(Dirty Guy·디맨)’과 ‘클린 가이(Clean Guy·씨맨)’ 두 명의 요원을 ‘미지 물질’ 분석 작업에 투입했다. 디맨이 미상의 물질에 가까이 다가가면 씨맨은 분석에 필요한 장비를 전달해준다. 디맨이 수술실 의사라면 씨맨은 간호사다.

디맨 김능현 공군중사가 “화학탐지장비를 달라”고 하자 씨맨 이민준 공군일병은 해당 장비를 전달했다. CSMT는 CRRT와 다른 종류의 화학탐지기로 미지 물질을 다시 탐지했다. CSMT는 다양한 장비를 가지고 있어 한 물질에 대한 ‘교차 탐지’가 가능하다. K-CAM2가 화학물질이라고 탐지했지만, 오판의 가능성도 있기에 크로스 체크하는 절차다.

 

현장에서 발견된 미상 물질의 표본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현장에서 발견된 미상 물질의 표본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CSMT의 탐지기에서는 미지 물질을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분석은 해봐야 한다. 김 중사는 가루를 챙겨 화학담당 정준영 공군하사에게 넘겼다. 정 하사는 적외선화학분석장비를 활용해 현장 분석을 했다. 결과는 일반 밀가루로 판명 났다. 이들은 정밀 검사를 위해 가루 일부를 따로 챙기기도 했다.

CSMT의 대응 절차는 모두 인근 안전지대에 있는 조동호(공군대위·진) CSMT 팀장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씨맨이 장착한 카이샷(영상전송시스템)으로 찍은 영상이 송출되는 것이다. 조 팀장은 영상과 무전으로 상황을 지휘했다. 또 과정 모두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됐다.

훈련은 CSMT가 채취한 표본을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공인 분석기관인 국군화생방방어연구소로 후송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대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가 원점 제독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대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가 원점 제독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화생방사는 쓰레기풍선은 한 사례일 뿐, 화생방 긴급 상황에서 유기적인 합동 대응능력과 단계별 상호 협조체계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각급 화생방 대응 부대는 군의 완벽한 작전 수행과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유지한 채 다양한 합동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양태주(공군소령) 화생방사 3특임대장은 “CRRT와 CSMT 간 임무인계 절차 숙달은 물론, 하급 부대인 CRRT의 능력 배양을 위한 목적도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훈련과 합동훈련으로 화생방전에서 지원태세와 초동조치 능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근우(소령) 10전비 화생방지원대장은 “우리 부대는 영내뿐 아니라 민간지역에 쓰레기풍선이 떨어졌을 때도 출동하는 만큼, 국민이 안전할 수 있도록 임무 능력을 향상하겠다”고 말했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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