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방위사업

소리도, 화염도 없이…보는 즉시 ‘빛의 속도’ 타격

입력 2024. 07. 31   17:08
업데이트 2024. 07. 3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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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첫 공개

발사 동시에 20m 상공 드론 파괴
미사일과 달리 궤도 계산 필요 없어

‘한국형 스타워즈 프로젝트’ 첫 사업
시험평가서 소형무인기 100% 격추
뛰어난 성능 자랑…1호기 양산 착수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시제품.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시제품.

 


바다 위 상공에서 육지를 향해 날아오는 드론 몸체에 ‘파지직’ 불꽃이 피어났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회전날개도 멈췄다. 드론은 살충제를 맞은 벌레처럼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픽’하고 추락했다. 조각조각난 드론의 일부는 재가 돼 바닷바람에 날아갔다.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이 드론을 무력화한 것은 강력한 인공의 빛, 레이저다. ‘스타워즈’ 같은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말께부터 순차적으로 군에 배치·운용될 ‘레이저대공무기 블록(Block)-Ⅰ’의 시연 장면이다.

방위사업청(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달 30일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공개한 레이저대공무기 시연은 순식간이었다. 시연은 서용석 ADD 수석연구원의 “탐지하겠다”는 신호와 함께 시작됐다. 레이저대공무기 제어실 내 발사통제원은 표적을 빠르게 추적했다. 이어 조준 카메라 정중앙에 드론이 잡혔다.

“발사”라는 말과 동시에 레이저가 발사됐고, 드론은 바로 파괴됐다. 불과 수 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실 ‘타버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레이저대공무기의 정밀 타격 모습은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상황이기에 ADD는 타격 모습을 다시 한번 선보였다. 이번엔 야외에서다. 참석자들의 시선은 근해에 다시 떠오른 드론에 집중됐다. 시연은 이번에도 빠르게 지나갔다. 시연에 쓰인 드론은 날개가 4개 달리고 기동성이 뛰어나 감시·정찰에 자주 사용되는 쿼드콥터(팬텀-4) 드론이었다. 레이저대공무기는 거리 1㎞, 고도 20m 상공에 떠오른 드론을 정확히 추적·타격했다.


지난달 30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이뤄진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시연’ 중 표적 드론이 레이저대공무기의 공격을 받고 무력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이뤄진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시연’ 중 표적 드론이 레이저대공무기의 공격을 받고 무력화되고 있다.

 

레이저대공무기 타격 장면. 근적외선 영상카메라로 촬영됐다. 방사청 유튜브 화면 캡처
레이저대공무기 타격 장면. 근적외선 영상카메라로 촬영됐다. 방사청 유튜브 화면 캡처



서 연구원은 “미사일을 활용한 대공방어는 미사일이 어디로 향할지 궤도를 계산하는 데 오래 걸리지만, 레이저는 보이는 그대로 쏘면 된다”며 “표적이 급기동해도 따라갈 수 있으면 맞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연에 이어서는 레이저대공무기 블록-1 시제품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무기체계는 크게 레이저 발사장치, 표적위치확인장치, 빔 집속기, 통합냉각장치로 나뉜다. 시제품은 현재 3명이 운용한다. 각자 사격지휘반장, 발사통제원, 레이다 등 탐지장치와 연동하는 연동통제원 임무를 수행한다.

이른바 ‘한국형 스타워즈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인 이 사업은 2019년 8월 착수, 871억 원 예산을 들여 지난해 4월 체계개발에 성공했다. ADD에서 체계개발을 주관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제 기업으로 참여했다.

레이저대공무기는 개발 단계에서 이뤄진 시험평가에서도 소형무인기, 멀티콥터 대상 100% 격추에 성공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방사청은 신속한 양산을 위해 지난해 말 사전 품질보증·선생산을 승인했고, 올해 초부터 부품 수급·조립 등 1호기 양산에 착수했다. 양산에는 1277억 원이 투입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진화적 개발 전략에 따라 블록-Ⅰ 양산과 병행해 ADD 주관으로 올해 말까지 레이저발진기(빔을 발생시키는 장비)를 보다 높은 출력의 국산품으로 개발 완료할 예정”이라며 “개발된 레이저발진기는 블록-Ⅰ 양산 물량 일부와 블록-Ⅱ에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국산 레이저발진기가 개발·적용되면 레이저대공무기의 국산화율은 현재 76%에서 87%로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김해령 기자/사진=방사청 제공



레이저대공무기는…
빛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하드킬 방식
교전 시간 단축 ‘장점’…군, 연말 배치 예정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은 광섬유로부터 생성된 광원 레이저를 표적에 직접 조사해 무력화하는 무기체계다. 고에너지 레이저무기로도 불린다.

2019년부터 총 871억 원을 들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을 이어왔고, 지난해 체계개발을 완료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1277억 원을 투입해 양산에 들어간다. 이어 올해 말께부터 군에 배치 운용될 예정이다.

레이저대공무기는 표적위치확인장치로 탐지된 표적의 위치를 확인한 뒤 발사장치로 추적·조준해 레이저를 발사·격추하는 개념이다. 레이저는 크게 하드킬과 소프트킬로 나뉘는데, 레이저대공무기는 하드킬 방식이다.

하드킬은 레이저라는 빛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표적에 직접적인 물리적 손상을 가하는 것이고, 소프트킬은 빛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돼 물리적 파손 없이 기능·성능을 마비시키거나 저하하는 방식이다.

레이저대공무기는 탄약 공급이 필요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도 없다. 레이저만 쏘면 되기에 교전 준비 시간과 실제 교전 시간도 짧다. 출력을 조절해 원하는 부위를 정밀 타격할 수도 있다. 특히 전기만 공급하면 운용할 수 있어서 1회 발사에 드는 비용도 저렴하다. 표적의 수준과 레이저 발사량에 따라 다르지만, 약 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보이지 않으면 타격이 어렵다. 직사만 되는 탓에 산이나 건물 등이 가리면 쏠 수 없다. 대기 조건에도 민감하다. 습도가 높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빛이 산란해 성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에 ADD는 극복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출력과 정밀도 등 성능을 높이고, 소형화·경량화를 이뤄간다는 방침이다. 여러 대의 레이저대공무기를 통합·분리하는 다양한 운용 방식도 연구 중이다. 현재 수십 킬로와트(㎾) 수준인 레이저대공무기 출력을 100㎾까지 늘리기 위한 개발도 전개하고 있다. 출력이 더욱 커지면 포탄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파손도 가능하다는 게 ADD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100㎾ 수준의 레이저 무기를 개발했다. 또 2030년까지 200~500㎾, 2030년 이후에는 메가와트(㎿) 수준의 레이저 무기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블록-Ⅱ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라며 “고정형인 블록-Ⅰ과 달리 블록-Ⅱ는 이동형으로 성능·기능이 더욱 향상되고,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도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우·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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