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드론 소음 식별·은밀한 무선통신 가능해 보급 확산

입력 2024. 07. 31   15:38
업데이트 2024. 07. 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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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전쟁 - 새롭게 주목받는 골전도 전술 헤드셋

귓구멍 막지 않아 주변 소음 확인 가능
우크라·이스라엘군 보병부대서 주목
장시간 사용 피로감 없고 안정적 착용
넵튠 스피어 작전서 특수부대 첫 사용
민간 공개는 2015년…수요 증가 추세

소대급 이하 소부대 전투에서 무선통신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1인칭 시점(FPV) 드론의 군사적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무선통신 보조장치가 있다. 바로 골전도 방식의 헤드폰과 헤드셋이다. 귓구멍을 막지 않아 자연스럽게 주변 소리를 들으면서도 은밀한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골전도 방식의 헤드폰과 헤드셋은 우크라이나군과 이스라엘군 보병부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소대급 이하 소부대 전투에서 무선통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자폭 드론의 활용 범위가 확장되면서 골전도 전술 헤드셋이 주목받고 있다. 출처=더바하블로그.워드프레스 홈페이지(thebahablog.wordpress.com/)
소대급 이하 소부대 전투에서 무선통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자폭 드론의 활용 범위가 확장되면서 골전도 전술 헤드셋이 주목받고 있다. 출처=더바하블로그.워드프레스 홈페이지(thebahablog.wordpress.com/)



드론이 변화시킨 보병 전투 

초목이 무성한 벌판을 은밀히 이동하던 병사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손바닥만 한 자폭 드론이 지면에 격돌하면서 폭발한다. 잠시 후 적군의 추가 공격이 없음을 확인한 지휘관 명령에 흩어졌던 병사들이 다시 모여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동을 시작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실제 보병 전투 모습이다. 소대급 이하로 작전하는 일반 보병이 육안으로는 식별하기도 힘든 높은 하늘에서 지면을 향해 뚝 떨어지는 자폭 드론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공격 직전까지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은 물론 상위 제대에서 보유한 대드론 방어장비나 드론 탐지장비의 적시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적군 자폭 드론의 기습공격에도 이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은 비결은 바로 귓구멍을 막지 않는 골전도 방식의 전술 헤드셋 덕분이다. 골전도 방식의 전술 헤드셋은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은밀한 무선통신이 가능하고 주변 소음을 가감 없이 확인할 수 있어 최근 우크라이나군 장병 사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제 보병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적군의 초소형 자폭 드론이며, 특히 자폭 드론 특유의 소음을 식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전투부대에서는 골전도 방식의 전술 헤드셋을 필수 무선통신 보조장치로 인정하고 있다.


기존 헤드셋의 한계를 극복하다

기존 무선통신용 보조장비로 사용되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는 귓구멍을 아예 막아버려 자폭 드론 공격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무전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소음차단 기능을 갖춘 전자식 귀마개의 문제점 역시 계속 보고되고 있다. 전자식 귀마개의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소음차단 기능이 오히려 드론 특유의 비행 음을 불필요한 소음으로 인식하고 차단해 버린다는 것. 이처럼 기존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음악이나 무선통신 중인 상대방의 목소리 같은 특정한 소리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인지능력을 심하게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음악감상이나 무선전화 통화와 같은 일상생활에서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는, 특히 자폭 드론의 공격으로 생사가 좌우되는 전쟁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골전도 방식의 전술 헤드셋은 이러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극한 환경서 사용 위해 개발

골전도 방식이란 특별히 설계된 진동장치를 피부와 두개골에 접촉해 소리를 속귀(내이)로 전달하고 귀로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특정 음량 이하에서는 일반적인 이어폰이나 헤드셋보다 아예 소음이 발생하지 않거나 주변에 소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골전도 방식의 헤드폰과 헤드셋은 청각장애자 혹은 고막에 직접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의 기존 이어폰 및 헤드폰으로는 무선통신이 불가능한 극한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무선통신 보조장비다. 골전도 방식의 이론적 토대는 1550년 정립됐다. 청각장애가 있던 베토벤이 피아노와 연결된 금속 막대에 턱을 얹고 1808년 완성된 교향곡 5번을 작곡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하지만 최초의 골전도 보청기는 1923년이 돼서야 등장했으며,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적 완성품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골전도 전술 헤드셋을 특수부대가 처음 실전에 사용한 사례는 2011년 5월 진행된 넵튠 스피어 작전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일반에 특수부대를 위한 군용 골전도 방식의 전술 헤드셋이 처음 공개된 것은 2015년이다.


골전도 전술 헤드셋의 장단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골전도 전술 헤드폰 또는 헤드셋의 가장 큰 장점은 귓구멍을 막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해도 피로감이 거의 없으며 주변 소음을 가감 없이 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청력을 통한 인지력에 영향을 미치는 기존 전술 헤드폰이나 헤드셋에 비해 대드론 전투 과정에서 엄청난 장점을 제공한다. 귓구멍을 막거나 귀 주변을 장시간 덮는 전술 헤드폰 혹은 헤드셋 사용으로 인한 고막손실, 피부질환, 청각장애 등에서도 자유롭다.

골전도 방식의 특징으로 인해 머리에 밀착시킬 수 있고 격렬한 움직임에도 안정적인 착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골전도 방식으로 인한 높은 가격과 소리의 왜곡으로 작은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거나 변질되는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관자놀이 혹은 광대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사용자에 따라서는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귓구멍을 막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이어폰, 헤드셋과 비교하면 청각 보호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골전도 전술 헤드셋 역시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민간 시장의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웨어러블 기술을 적용해 방탄모나 전투용 고글 등에 골전도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면 별도의 보조장치 없이도 자유로운 무선통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전쟁터와 같은 고소음 환경에서도 깨끗하고 안정된 음질로 무선통신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골전도 전술 헤드셋의 미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레저스포츠 보조 장치로 민간 시장에서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형태의 골전도 헤드폰과 헤드셋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가격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의 방위산업체에서 선보이고 있는 특수부대용 골전도 전술 헤드셋은 구성에 따라 200~500달러 수준이지만 중국의 경우 20달러 내외의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작동 성능이나 신뢰성과는 별개로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도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사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드론으로 인한 보병전투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우크라이나군과 이스라엘군에서는 새로운 보병용 무선통신 보조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이스라엘군 모두 적군 혹은 적대적 세력에서 대량으로 운용하는 자폭 드론 공격에 큰 피해를 강요받고 있으며,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 보병 전투 양상의 특징 중 하나는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는 전투보다 소규모 병력에 의한 산발적인 근접 전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당백의 전투력을 요구받는 장병들이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무선통신장비의 충분한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폭 드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급변하는 현대 보병 전투 양상 속에서 골전도 전술 헤드셋의 중요성 역시 점점 강조되고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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