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⑪ 하마스와 전쟁 장기화 속 이스라엘 국민의 단결력
최근 한국 등 주요국 전문가 초청
피해현장 보여주며 자국 입장 설명
군 지원 아래 무기 소지·군사 훈련
초기대응반·민방위대 자발적 참여
원망·낙심하기보다 재건 위해 노력
안보 문제 앞에 단합된 모습
이스라엘 국민들이 주는 교훈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의 한 축구장에 로켓포탄이 떨어져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전면전 위기에 빠지고 있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실은 골란고원 마즈달샴스 지역에 있는 축구장이 로켓 공격을 받아 어린이와 청소년 등 12명이 숨지고, 4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며, 즉시 보복 공습을 퍼부었다. 헤즈볼라는 공격 사실을 전면 부인했으나, 양측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상황과 이스라엘 국민의 단결심, 한국에게 주는 함의 등을 알아본다. 조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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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발발한 지 약 300일이다. 양측 통산 4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가자지구 남부 라파 일대에서 지상전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이집트·카타르가 함께 진행하는 휴전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요원한 가운데 전장은 점점 확대되어 가는 모양새다. 홍해 입구 지역에서 해상 공격을 이어오던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공격했는가 하면,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여타 친이란 무장 세력과 연대를 통한 이스라엘과 전면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은 물론 이스라엘 국민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예비군 동원 제도 위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큰 피해를 본 전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측의 전력 차이로 신속히 종전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하마스는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땅굴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버티고 있다. 역내 친이란 무장 조직과 연대해 이스라엘이 양면·삼면 전쟁을 하도록 한 것도 전쟁을 300일 가까이 끌고 나갈 수 있게 한 요인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의 직간접적인 전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스라엘군의 주력인 예비군 동원 제도도 위기다. 동원에 따라 정부가 보상해주고 있으나, 보상 사각지대의 예비군들은 생계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휴교가 길어짐에 따라 맞벌이 부부의 경우 동원되지 않은 배우자가 사직하고, 전적으로 돌봄을 감당해야 하는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동원된 병력이 각각 다른 수준의 위험성을 가진 지역에 배치돼 가자지구 소탕작전 같이 위험지역에 투입된 예비군들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도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예비군 복무 기준 연령을 일시적으로 늘려 부족한 병력을 메우게 되자, 병역에서 면제되는 초정통파 유대인을 징집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대법원에서 초정통파 유대인에 대한 병역면제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기는 했으나,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며 정치 세력화된 초정통파 유대인들은 대법원판결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초정통파를 포함한 극우 유대인들을 정치적 지지 세력으로 삼아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큰 정치적 도전이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 끈끈한 단결력 보여
전쟁이 길어지면서 아직 치유되지 않은 이스라엘 국민의 상처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7일 단 하루 만에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기고, 250여 명의 인질이 발생한 전대미문의 피해를 본 이스라엘 국민의 충격과 상처는 매우 크다.
하마스 등 테러리스트들은 가자지구 인근 마을에 들어와 대피 공간에 숨어 있던 주민을 일일이 찾아 사살했고, 일부는 납치했다. 집을 불태우고, 남녀 구분 없이 강간했으며,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30배가 넘는 과도한 보복으로 ‘집단학살범’으로 낙인찍혀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됐다. 국제적으로 반(反)이스라엘, 반유대 정서가 확산하며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렸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중동 전문가를 초청해 피해 상황을 보여주고,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에 필자를 비롯한 국내 10여 명의 학자와 기자도 지난 14일부터 5일 동안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주요 피해 마을과 테러 현장을 답사하고, 희생자 추모 및 기억 공간 등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만난 이스라엘 국민은 내면의 깊은 강인함을 보여줬다.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은 낙심하고 원망하기보다는 마을을 재건하고 내부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방문객들을 맞아 피해 상황을 설명해 줬다. 인질 송환과 휴전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음에도 이스라엘인 중 누구도 보상이나 책임자 처벌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하나가 되어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마을별로 구성된 초기대응반·민방위대 등 조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도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지원과 승인 아래 평소 무기를 소지하고 주기적으로 훈련을 받으며, 적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초기 대응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재해 대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 공식적으로 민방위에 포함이 되지 않는 주민들도 전투식량 마련, 돌봄 지원, 심리적 연대 등의 방법으로 전쟁을 돕고 있다.
한국군에의 함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스라엘은 경제,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예비군 운용의 어려움, 고질적인 초정통파 유대인의 군 복무 이슈, 거의 모든 국민이 입은 내상(內傷) 치료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국민의 단합된 힘’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가 힘의 원천은 국민이 가진 강인함과 희생정신, 단결력에서 나온다. 이는 9개월이 넘는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또한 전쟁이 끝나면 국가를 신속하게 재건할 수 있게 해주는 회복력이 될 것이다.
홀로코스트를 경험하고, 그것을 국가건설과 이후 사회통합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유대인들은 이번 전쟁을 제2의 홀로코스트라 칭하며 더 강하고 하나 되는 이스라엘을 만들 계기로 삼고 있다. 각자가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안보 문제에 한해서는 연대하고 단합하려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안보 환경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간 우리는 실전적 전략 전술, 첨단무기 개발과 활용 등 이스라엘군에서 배우려는 노력을 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추가로 이스라엘이 수행한 시가전·지하작전·드론 활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기습 전 정보획득 실패, 군의 초기 대응 미숙, 예비군 운용 문제 등과 관련된 교훈을 분석·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군 스스로가 ‘그들이 겪은 일은 우리도 겪을 수 있음’을 기억하고,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하나로 단합하는 이스라엘 국민의 교훈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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