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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림팩 훈련 현장을 가다] 심장 울리는 웅장한 엔진 소리…조국 명예 건 항해가 시작됐다

입력 2024. 07. 09   17:13
업데이트 2024. 07. 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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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림팩 훈련 현장을 가다 ② 막 오른 해상기동 훈련

정박 땐 홋줄 세 개…마지막 한 줄 남기면 출항 임박 신호 
함내 시계의 시간 맞추고, 5분 전 현문 사다리 걷으며 ‘결의’
기적소리 세 번 울리며 진주만 히캄기지 떠나 마침내 바다로…
율곡이이함 장병들 얼굴엔 비장함 “성공하고 돌아오겠다”


2024 환태평양(RIMPAC·RIM of the PACific·림팩) 훈련’의 하이라이트인 해상기동 훈련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림팩은 태평양 연안 국가 간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와 해상 분쟁 시 공동 대처능력 향상을 위한 연합 해상 종합기동훈련이다. 올해는 29개국에서 수상함 40척, 잠수함 3척, 항공기 150여 대 등이 참가해 황군과 청군으로 나눠 다음 달 2일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8일(현지시간) 오전 9시 하와이 진주만 히캄기지는 구름이 잔뜩 껴 흐렸다가 간간이 얇은 빗줄기가 흩뿌렸다.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DDG·7600톤급) 장병들은 대규모 훈련을 앞두고 분주했다.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훈련을 전개하는 만큼 우리 해군 장병들 가슴에는 ‘국가대표’라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와이에서 글=조아미/사진=양동욱 기자

 

2024 환태평양 훈련에 참가 중인 해군 율곡이이함이 8일(현지시간) 본격적인 해상기동 훈련을 위해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 히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2024 환태평양 훈련에 참가 중인 해군 율곡이이함이 8일(현지시간) 본격적인 해상기동 훈련을 위해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 히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출항 1시간 전…홋줄 한 가닥, 발전기 가동

“전 계류색(홋줄) 1가닥!”

출항 1시간을 앞두고 빨간색 부력방탄복을 입은 갑판병과 병기병, 갑판부사관 등 40~50명의 홋줄 요원들이 함수와 함미에 있는 홋줄을 한 가닥만 남겼다. 함정 정박 시에는 보통 6가닥의 홋줄을 3줄로 내어 부두에 고정한다. 고정된 홋줄 수를 줄여 느슨하게 하는 것은 출항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함교에서는 당직사관이 출항 준비 상황을 확인하며 항구관제탑과 교신했다. 김수민(소령) 작전관은 함교 요원들에게 함교에 있는 장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김 작전관은 “림팩훈련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전문성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하고, 언제나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의 준비가 되어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같은 시간, 중앙통제실에서는 추진기관 부사관들이 출항 전 예비 발전기를 가동했다. 함정동(원사) 추진기관장은 “출항 전 기관 엔진의 웅장한 소리를 들으면 사람의 심장 소리처럼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낀다”며 “성공하고 돌아오겠다”고 완벽한 임무수행을 다짐했다.


출항 15분 전…시간 맞추기, 도선사 승함

출항 15분 전. ‘시간 맞추기’ 함내 방송에 따라 율곡이이함 승조원들은 모든 함내에 있는 시계를 같은 시간으로 맞췄다. 또한 육지와 함정을 이어주던 현문 철거도 준비되고 있었다.

잠시 뒤 율곡이이함의 함미와 함수 좌현으로 예인선 두 대가 계류하고 출항을 돕기 위한 도선사가 승함했다. 이와 동시에 율곡이이함 마스트에 빨간색 깃발 2개가 올라갔다. 함정에서 사용하는 해상 통신수단인 기류로, 알파벳 ‘H’를 의미하는 호텔기와 코드기(Code)가 게양된 것. 김태호(중령) 율곡이이함 부장은 “함에서 기류는 함정 간 의사를 전하는 일종의 암호”라면서 “통신이 되지 않거나 표류했을 때, 장비가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함교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는 승조원들.
함교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는 승조원들.

 


출항 5분 전…현문 철거, 홋줄 모두 회수 

출항 5분 전. 함 승조원들이 현문을 닫고 철거를 시작했다. 함미에서는 홋줄 요원들이 바로 옆에 정박해 있던 충무공이순신함과 연결된 현문 사다리를 걷었다.

“전 계류색 걷어!” 충무공이순신함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함미 우현에 연결된 나머지 홋줄도 걷어졌다. 갑판병 한재민 일병은 “마지막 한 가닥 홋줄을 걷고 본격적인 연합훈련을 위해 출항하려니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다르다”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출항…기적소리 내며 서서히 후진

흐렸던 날씨가 출항을 앞두고 점차 맑아졌다. 율곡이이함 중갑판에 있는 검정색 연돌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를 보고 곧 출항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해군 관계자가 설명했다.

기적소리가 크게 3번 울려 퍼지고 율곡이이함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율곡이이함이 진주만 히캄기지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함 현측에 정렬한 출항 요원들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비장함까지 서려 있었다. 서서히 걷혀가던 구름을 뚫고 이들의 얼굴에 밝은 햇살이 내려앉았다. 조국 영해 수호를 넘어 대양 해군을 향해 항진하는 그들의 빛나는 얼굴에서 깊은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율곡이이함 갑판요원들이 출항을 앞두고 함수 갑판에서 홋줄을 걷고 있다.
율곡이이함 갑판요원들이 출항을 앞두고 함수 갑판에서 홋줄을 걷고 있다.



대잠전 훈련 이범석함, 18일 ‘하푼’ 발사 예정
손원일급 실사격은 처음

2024 림팩훈련에 참가 중인 손원일급 잠수함 이범석함(1800톤·214급)이 동급 처음으로 잠대함 유도탄 ‘하푼(SUB-Harpoon)’을 발사한다.

8일 하와이 진주만 히캄기지에서 만난 이도엽(대령·진) 이범석함장은 출항을 앞두고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약 23일 동안 대잠전 훈련에 돌입한다”며 “특히 18일 태평양미사일사격시험장에서 ‘하푼’ 1발을 실사격하는데 손원일급에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림팩에서 이범석함은 ‘하푼’ 실사격을 비롯해 △9종목 24차례 훈련 △우방국과의 상호 이해·운용성 증대 및 캐나다 잠수함 수출을 위한 분위기 조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범석함 승조원들은 유도탄 실사를 위한 사전 훈련만 100회 이상 전개했다. 실사격 표적은 미 해군의 3만8000톤급 퇴역 상륙 강습함 타라와함이다. 올해 림팩 훈련에는 한국과 미국, 단 두 나라 잠수함만 참가했다.

이 함장은 하푼 실사격과 관련해 “이범석함의 전투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점을 실사격으로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가 발전시켜온 연합작전능력을 바탕으로 이번 환태평양훈련에서 부여받은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존 웨이드(중장) 미 3함대사령관과 크리스티안 모나한(캐나다 해군준장)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이 이범석함을 방문했다. 이들은 잘 정돈된 이범석함을 둘러보며, 오랜 기간 함께 임무수행을 하는 잠수함 승조원들의 팀워크에 박수를 보냈다. 이들은 특히 현재 건조 중인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의 장시간 잠항이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큰 관심을 표했다.

현재 캐나다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 12척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 크리스티안 모나한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 
“리더십·의지·끈기 보여준 한국…프렌드십 키워 파트너십 이어가야” 

2024 림팩 훈련에서 우리 해군은 해상지휘관을 지휘하는 ‘연합해군구성군사령부(연해구사)의 부사령관’이라는 임무를 최초로 수행하고 있다. 연해구사는 원정강습단, 항모강습단 등으로 구성된 연합해군 전력을 지휘하는 부대다.

8일 하와이 포드 아일랜드에 위치한 콘퍼런스 센터에서 크리스티안 모나한(캐나다 해군준장)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을 만나 임무와 우리 해군과의 협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올해 림팩에서 중점사항은?

“림팩 지휘통제실에서 24시간 내내 서로 관계를 형성하며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간 파트너십이 한층 더 두터워질 것이다. 림팩의 이번 모토는 ‘파트너’ ‘통합’ 그리고 ‘준비’다. 이와 관련해 3단계를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기어가는 단계 △걸어가는 단계 △도약하는 단계다. 함상 리셉션 등을 통해 국가 간 유대감을 쌓아 올리는 것이 기어가는 단계다. 지휘통제 관계를 이해하고 숙달하는 것이 걷는 단계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휘통제 구조를 실전으로 옮기는 것이 도약 단계다.”


-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연해구사 부사령관을 맡았다. 한국군의 수행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각종 회의를 통해 한국 해군의 리더십, 의지, 끈기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림팩의 상징이 유대성, 유대감 형성, 상호 운용성인데 이러한 것이 업무에 반영되고 있다. ‘프렌드십(우정)’을 잘 키워가야 ‘파트너십’이 더 잘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문종화(대령) 연해구사 부사령관과 함께 훈련과정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아울러 지금 참가하는 모든 나라와 지휘관들에게는 공통의 목적이 있다. 자유롭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다. 이런 목적하에 더욱 더 단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범석함을 방문해 우리 군의 잠수함을 인상 깊게 봤다고 들었다. 

“지휘관으로서 각 함정의 능력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범석함을 방문했다. 한국 잠수함의 능력을 살피고 함장 및 승조원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다. 올해 림팩은 지휘관으로서 많은 기대가 된다. 앞으로 함께 일하면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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