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두려움 지우고 창공으로… 자신감 채우고 지상으로…

입력 2024. 07. 09   16:45
업데이트 2024. 07. 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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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 육군3사관학교 공수기본 자격 강하 훈련

더위와 함께 사관학교의 하계군사훈련 시즌이 찾아왔다. 일반 대학생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사관생도들은 폭염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2024 하계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첫 번째 주인공으로 육군3사관학교(3사) 4학년 생도들의 ‘공수기본 자격 강하’를 소개한다.
글=박상원/사진=이경원 기자

 

생도가 착용한 낙하산을 점검하는 육군특수전학교 교관.
생도가 착용한 낙하산을 점검하는 육군특수전학교 교관.

 


산악복 땀으로 가득해도 목소리는 ‘쩌렁쩌렁’

“공중! 침투! 공중! 침투!”

지난 4일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육군특수전학교 강하훈련장에는 3사 4학년 생도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하계군사훈련. 공수기본교육을 받는 생도들은 이날도 강훈에 매진했다. 이날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넘었고, 습도까지 높아 두툼한 산악복을 착용한 생도들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3사는 생도들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내심과 협동심을 키우고, 자신감과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다.

특수전학교의 공수기본교육은 3주 과정이다. 1주 차에는 체력단련과 항공기 이탈, 공중동작, 착지 등의 지상 기초훈련을 한다. 2주 차에는 강하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체험, 모형탑 이탈 등 지상 종합훈련을 한다. 3주 차에는 1000피트(약 300m) 기구 강하와 2400피트(약 730m) 항공기 강하 등 4회의 자격 강하를 한다. 다만 이번에는 기상악화로 교육이 4주 차까지 연장됐다.


육군3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이 강하하는 모습.
육군3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이 강하하는 모습.

 

강하를 마친 생도가 이상 없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강하를 마친 생도가 이상 없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요령 하나하나 익혀가며 ‘무럭무럭’ 성장

오전에는 기구 강하를 했다. 낙하산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생도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부담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주낙하산과 보조낙하산 등 18.5㎏에 달하는 장비를 착용한 생도들은 마치 ‘슈퍼맨’으로 변한 듯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오와 열을 맞춘 생도들은 안전점검을 받은 뒤 강하 기구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이어 ‘하얀 코끼리’라는 별칭을 가진 강하 기구가 6명의 생도를 태우고 300m 상공에 도달했다. 교관도 함께하며 생도들의 안전을 꼼꼼히 확인했다. 기구 아래로 나무가 작은 점처럼 보일 때쯤 생도들은 교관 통제에 따라 거침없이 창공에 몸을 던졌다.

통제탑에서는 강하하는 생도들이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확성기를 통해 “마을! 마을!”이라고 외쳤다. 이들이 말하는 ‘마을’은 강하훈련장 건너편에 있는 장소였다. 시선을 이곳으로 향한 채 강하하면 무게중심을 잘 잡고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생도들은 이렇게 하나하나 요령을 익혀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강하 기구를 이탈한 생도들이 하나둘 갈대밭에 착지했다. 다시 땅을 만난 생도들은 벌떡 일어나 “○○○ 교육생 이상 무!”를 외쳤다.

김민재 생도의 얼굴도 잔뜩 상기돼 있었다. “착지할 때 산악복과 갈대밭 덕분에 몸에 큰 충격은 가해지지 않았습니다. 교관님들 덕분에 안전하게 강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항공기 강하가 생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강하조에 속한 생도들은 이륙을 준비하는 CH-47 시누크 헬기를 향해 달려갔다.

김정훈 생도는 “기구 강하를 하며 경험을 쌓아 크게 떨리지 않는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았고, 배운 대로 강하하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김 생도는 충분하다고 했지만, 교관의 안전교육은 강하 직전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생도들의 안전이기 때문이다. 교관은 항공기에서 강하할 땐 뛰어나가지 말고 큰 걸음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생도들을 태운 CH-47 헬기는 금세 하늘로 사라졌다. 시누크 헬기가 상공을 몇 바퀴 돌고 강하 신호가 떨어지자 10명의 생도는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지상에서는 생도들이 위치를 잊지 않도록 초록색 연막을 터뜨렸다. 생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롭존’에 안착했다. 생도들은 서로의 성공을 축하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동반 강하를 마친 전우원(왼쪽) 생도와 전영국 준위. 부대 제공
동반 강하를 마친 전우원(왼쪽) 생도와 전영국 준위. 부대 제공



아버지와 아들 동반 강하로 자신감 ‘뿜뿜’

이날 강하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병행됐다. 전우원 생도와 특수전학교에 근무하는 아버지 전영국 준위가 동반 강하한 것. 동반 강하는 생도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고, 공수훈련을 무사히 마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부자(父子) 동반 강하를 마친 전 생도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아버지와 함께하며 자신 있게 강하했다”며 “군 생활 중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 전 준위도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좋은 아버지이자 선배가 될 수 있도록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생도들은 공수기본교육 기간 정신적·육체적 한계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부여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체득했다.

공수기본교육의 꽃인 자격 강하를 마친 허강현 생도는 “함께하는 동기들이 있어 극한의 순간을 이겨냈다”며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하고, 군사지식과 전투기술을 갖춘 강하고 멋진 소대장이 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3사는 하계군사훈련 기간 비전투 손실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장마·더위 등의 기상을 고려해 ‘꼬·꼬·자!(꼬리에 꼬리를 자르는 사고예방!)’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우선 일일 단위 위험성 평가·교육을 하고, 야외훈련장에 온도지수 측정기를 비치해 매시간 확인하고 있다. 일부 과목은 일과를 조정해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훈련을 편성했다.

공수기본교육은 10일 막을 내리지만, 생도들의 훈련은 내달 2일까지 계속된다. 이용환(소장) 학교장은 “미래 전장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지휘 능력을 겸비한 육군 최정예 장교 양성에 전력투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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