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침수 대비’ 해군1함대 손상통제훈련
실제 함정처럼 ‘준비된 공간’
솟구치는 화염 침착하게 진압하고
쏟아지는 물줄기 신속하게 막아내
유동형 방수훈련장비 첫 도입
배 안에 있는 듯 좌우로 흔들리고
‘펑’ 피격 상황 부여…강도 높은 훈련
덥고, 습하고, 비 내리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는 7월. 해군에는 ‘이열치열’ 정신으로 여름을 누구보다 뜨겁게 보내는 공간이 있다. 해상임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손상통제훈련장’이 그곳이다.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길을 향해 거침없이 뛰어든 해군1함대의 손상통제훈련 모습을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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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과 맞서 싸워라’ 소화훈련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돈 지난 5일. 동해 군항에 있는 1함대 손상통제훈련장에 유도탄고속함(PKG) 현시학함 장병 4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손상통제훈련은 함정에 화재·침수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을 가정, 피해 확산을 차단하고 손상 부분을 빠르게 복구해 전투력을 유지하는 해군의 핵심 훈련이다. 함정에서 발생하는 비상 상황은 함정은 물론 승조원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모든 해군 함정 승조원은 손상통제훈련을 연 1회 이상 필수로 실시하며 함정 생존성과 전투력 복원 능력을 키우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1함대 손상통제관찰관 서송석 원사는 실전적 훈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글거리는 불길과 맞서 보고,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을 직접 메워 봐야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맡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손상통제훈련장은 함정을 그대로 모사해 실제 임무환경과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함정 격실과 똑같은 공간에 화재·침수 상황을 부여함으로써 장병들이 실전감각을 느끼도록 합니다. 손상통제훈련은 1년 중 3월에서 10월 사이에 실시하는데 무더운 여름에는 자칫 훈련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기에 그 부분을 신경 씁니다.”
그의 설명처럼 2018년 준공된 1함대 손상통제훈련장은 실제 함정을 본뜬 교육훈련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훈련장은 크게 소화훈련장과 방수훈련장으로 나뉘어 있다. 소화훈련장은 함정 기관실을 모사한 대형화로 훈련장, 함교·통신실·승조원식당 등 실제 격실을 구현한 훈련장 등이 있다. 이곳에서 승조원들은 다양한 화재 상황에 대비한 진압훈련을 한다.
사전교육을 마친 현시학함 장병들은 곧바로 훈련장으로 이동해 소방복을 비롯한 장구류를 착용했다. 두툼한 소방복 상·하의에 소화헬멧, 양압식 공기호흡기까지 착용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덥게 느껴졌다.
“기관실 화재 발생!”
소화훈련장에 4명 1조로 투입됐다. 상황이 부여되자 장병들은 격실 문을 향해 물을 분사했다. 이어 문을 개방하자 격실 내부에 붉은 화염이 수m 높이까지 순식간에 솟구쳤다. 실외에 부는 바람이 화마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장병들은 놀라거나 두려운 기색 없이 침착하게 진화에 나섰다. 선두에 선 노즐요원을 필두로 장병들은 숫자를 맞춰가며 조금씩 전진해갔다. 기세 좋던 불길은 쏟아지는 물대포에 빠르게 잠식돼 갔다. 5분쯤 지났을까, 불길이 모두 잡히며 훈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대기장소로 돌아간 장병들은 서둘러 소방복을 벗고 이마에 몽글몽글 맺힌 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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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선체를 복구하라’ 방수훈련
다음은 방수훈련장으로 향했다. 소화훈련장이 화재 상황을 묘사한다면, 방수훈련장은 미사일·어뢰 피격 등으로 인한 함정 침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공간이다. 특히 1함대 훈련장은 해군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유동형 방수훈련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실제 바다에서처럼 함정이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 훈련장 내부에 있으면 뱃멀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방수훈련장은 소화훈련장처럼 함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격실뿐 아니라 파이프, 배선, 도어, 해치 등 시설이 실제 함정과 동일한 규격으로 만들어졌다. 훈련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취재하기 위해 방수복과 장화를 갖춰 입고 훈련장 내부에 들어섰다. 상하좌우가 금속으로 막힌 격실 공간에 물이 들어찬다니, 상상만 해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훈련이 시작되자 3층 높이 훈련장 구조물이 좌우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뒤이어 무언가 날아오는 음향 효과가 들리더니 ‘펑’ 하고 굉음이 났다. 미사일 피격 상황이 부여된 순간이었다.
현시학함 장병들은 신속히 신속대응반을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피해상황을 조사해 수면 밑에 자리한 격실인 보기실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내부 격벽과 파이프가 터지면서 침수가 발생한 것이었다.
장병들은 신속히 장구류를 챙겨 손상된 파이프 수리에 나섰다. 손상 부위에서 뿜어져나오는 강한 물줄기와 벌써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복구 작업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이대로 끝나나 싶던 순간, 장병들은 작은 나뭇조각(플러그)과 방수함을 이용해 구멍을 막은 뒤 커다란 나무 기둥을 지렛대처럼 받쳤다. 맞은편 장병들은 파이프에 생긴 구멍을 메우는 파이프 패칭에 열을 올렸다. 숙련된 솜씨에 격실로 유입되는 물줄기가 이내 현저히 줄어들었다.
연속·복합적 상황 부여로 실전성 높여
손상통제훈련은 중앙통제실에서 체계적으로 통제된다.
관찰관들은 이곳에서 불의 세기와 함정의 좌우 움직임 각도를 조절하고, 쏟아지는 물의 압력과 양을 통제해 훈련 강도를 조절한다. 훈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혹시나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다.
연속적·복합적인 상황이 부여된다는 점도 1함대 손상통제훈련의 특징이다.
함정에서 발생한 화재, 침수뿐 아니라 인명 구조, 부상자 처치 등 다발적인 상황을 부여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펼친다. 실제 전투 상황에서는 피해가 동시에 또는 연속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함대는 앞으로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손상통제훈련장을 적극적으로 활용, 꾸준한 교육훈련을 진행해 장병들이 실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흔들림 없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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