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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⑨ 핵 보유 정당화 목적 한반도 안보불안 격화시킬 수도

입력 2024. 07. 02   15:27
업데이트 2024. 07. 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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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⑨ 북한의 ‘2민족 2국가’ 선언과 한반도의 미래

당 간부 가슴에 김정은 단독 초상휘장
김일성-김정일 얼굴 새긴 휘장 사라져
체제 근간이자 제1 유훈 통일노선 폐기
정책 회귀 여지조차 없애는 다양한 조치
정권 차원 넘어 국민 정신도 변경 시도
과거 동독의 ‘2민족 2국가론’과 큰 차이
극단적 단절·적대…역사적 중대 변곡점

북한 김정은의 초상휘장이 최초로 공개됐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의 지난달 30일 노동당 제8기 10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에서 당 간부들 가슴에 김정은 초상휘장이 달린 모습의 사진이 포착됐다. 기존에는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새겨진 쌍상 초상휘장이 사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 수령의 반열에 들었음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간에는 선대 수령들 권위에 정면 도전한 유훈 폐기, 북한의 ‘2민족 2국가’ 선언 등에 대해 다뤄본다. 조아미 기자

지난해 12월 23~24일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3~24일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 보유 헌법화와 핵 고도화

2024년의 한반도는 그야말로 하나의 전환점에 서 있다. 먼저 지난 30년간 이어진 북한 비핵화 노력의 결산이다.

지난해는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기점으로 시작된 북핵 위기가 30년을 맞이한 해였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한미는 지난해 4월 워싱턴 공동선언과 8월 일본까지 포함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공동선언을 통해 북핵 위기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같은 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를 통한 핵 보유 ‘헌법화’와 가속화된 ‘핵 고도화’였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30년의 위기가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 새로운 차원의 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노선 폐기 공식 선언 

또 하나의 전환점은 반세기를 훌쩍 넘겨 진행해온 통일 노력의 위기다. 북한의 통일노선 폐기가 그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민족해방운동에 뿌리를 뒀다고 주장되어온 북한 체제의 근간이자 가장 핵심적인 지향이며 전대 수령의 제1 유훈으로 지속 유지되어온 통일노선의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더불어 북한의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전원회의 이후 보름 만에 세부적인 지침들을 더하며 해당 전환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핵 공격 대상에 남한이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점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이미 2022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핵의 ‘제2의 사명’ 개념을 제시하며 핵은 핵에 대한 억지라는 유일한 용도로만 쓴다는 ‘유일 목적 독트린(sole purpose doctrine)’을 폐기하고 남한에 대한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 대한 ‘점령·평정·수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이번 연설에서 해당 주장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례적인 적대성과 공격성 이상으로 충격적인 부분은 이하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의였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 차 회의에서 북한 간부가 김정은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붉은 동그라미)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 차 회의에서 북한 간부가 김정은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붉은 동그라미)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선대 수령들 권위에 정면 도전···유훈 폐기

첫째, 북한이 남한과 같은 민족임을 부정하며 2국가론의 차원을 넘어 2민족론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주지하듯 북한이 기존의 1국가론을 포기하고 통일을 장기적 과제로 미루거나 사실상 포기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라는 분석은 이전에도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2민족론은 또 다른 차원의 논점으로 2국가론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며,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변화다. 2국가론이 정책의 차원이라면 2민족론은 그러한 정책의 토대이자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선대 수령들의 권위에 정면 도전하며 유훈을 폐기했다는 점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북한이 독재를 넘어 세습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매우 특수하게 나타난 정치적 권위의 구조가 바로 선대 수령에 철저히 기대는 방식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훈통치는 바로 이와 같은 북한식 특수성의 극단적인 표현이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김일성의 제1유훈이자 그 후계자인 김정일이 철저한 계승을 다짐했던 ‘조국 통일’ 노선을 부정한 것은 북한 정치에서 단순한 정책변화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김일성에 의해 그 내용이 구성되고 김정일에 의해 그 지위가 확정된 ‘조국 통일 3대 헌장’을 기념한 평양의 거대한 구조물을 전격 철거해 버린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변화의 상징이다.

셋째, 변화의 대상에 정권 차원의 물적 토대뿐만이 아니라 국민적 차원의 정신적 토대까지 포함함으로써 현재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정책은 부침과 변화가 있기 마련이며 북한의 대남통일 정책 역시 그래 왔다. 그러나 이전의 변화들과 달리 이번 선언은 다양한 조치들을 통해 정책 회귀 여지 자체를 없애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다. 남북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일절 근절하는 등 정치사상 생활과 정신문화 생활영역에서 전 인민을 철저히 교양할 것을 지시한 것이 그것이다.

실제 이러한 지시는 애국가 개사, 역 이름 변경, 한반도 상징 삭제, 그리고 헌법개정 등을 통해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넷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새롭고 만만치 않은 도전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나 북한의 이와 같은 변화가 모두가 바라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아닌 갈등과 분쟁을 격화시켜 갈 것이라는 점에는 대다수의 분석이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실제 북한의 전면전 도발 가능성이 크지는 않더라도 ‘국경선’을 강조하며 NLL 등 모든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북한의 ‘경고’가 우려되는 이유다.

특히 문제는 이와 같은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북한의 오랜 숙원이라 할 수 있는 핵 보유국으로의 길과 연결될 것이라고 북한이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인도, 파키스탄 모델을 참고해서 남북 간 충돌을 심화시킴으로써 단기적으로는 핵미사일 고도화 정책을 정당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안정을 원하는 강대국들의 이해를 자극하여 일정한 선에서 핵 보유를 인정받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다.

다섯째, 평화로운 자유체제 통일이라는 역사적인 성공 사례로 기억되는 독일의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동독 역시 ‘2민족 2국가론’을 내세웠으나 결국 ‘1민족 1국가론’을 고수한 서독의 바람대로 통일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과 동독이 ‘2민족 2국가론’을 제기한 맥락과 이유가 전혀 달랐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주장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입장 변경에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협력’이냐 ‘적대’냐의 틀에서 봤을 때 두 사례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970년대 등장한 동독의 ‘2민족 2국가론’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이 상징하듯 본격적인 교류 협력에 앞선 선제적 조치로서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데 반해 북한의 그것은 앞서 살펴보았듯 극단적인 단절과 적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조선인민군은 최대 50만에 달한 주(駐)동독 소련군의 보조 역할에 그친 동독의 국가인민군과 달리 핵을 포함하여 적대를 실현할 물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요컨대 2023년 12월 제8기 제9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공식 선언되고 이후 전격적인 조치가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2민족론을 통한 통일노선 포기 및 대한민국 주적론의 전면화는 지난 70여 년 동안 전개되어온 한반도 통일 노력의 역사에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중대 변곡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지대하다.

아울러 탈냉전 이래 한반도에 일어난 최대의 지정학적 사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동맹 복원이 우리의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방전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심도 있는 연구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라 하겠다.

 

안경모 교수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부
안경모 교수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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