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톤급 전략잠수함 ‘안무함’ 잠항 훈련 최초 공개
북한 잠수함 추적·공격 임무 수행
SLBM 탑재 육상 핵심표적 타격
고속 접근 적 수상함 탐색·격멸
승조원들 심도 변경시 물 새는 곳 확인
자부심으로 두려움 없이 작전 완수
파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신비로운 세상을 감상할 수도 없다. 맑은 공기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깊은 바닷속, 고요하고 은밀한 최전선에서 조국의 영해를 수호하는 잠수함 승조원들의 이야기다. 2017년 봄, 기자는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장보고급(1200톤) 박위함에 승함해 국내 최초로 잠항 훈련을 취재했다. 7년이 지나 이번에는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KSS-III) 안무함(SS-085)에 동승하는 뜻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해군은 지난 11일 부산작전기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3000톤급 전략잠수함의 잠항 훈련을 공개했다.
글=조아미/사진=조종원 기자
함내에 적막과 팽팽한 긴장 가득해
11일 오전 8시, 부산작전기지 부두에 정박한 안무함에 올랐다. 1200톤급을 탔던 경험은 3000톤급 잠수함의 거대함을 바로 체감하게 해줬다. 함교탑을 통해 내려가면서 그동안 잊었던 7년 전 긴장감을 다시 느꼈다. 동그란 맨홀 크기의 좁은 공간, 수직 사다리를 타고 7m 정도를 내려갔다.
기자들이 모두 안전하게 함 내로 들어오자 본격적인 잠항 훈련이 시작됐다. 안건영(대령) 함장이 “충수!”라고 말하자 모든 승조원이 복창하며 잠항을 준비했다. 충수는 잔여 공기를 배출하고, 탱크에 물을 채워 잠수함을 음성부력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잠항 직전에 이뤄진다.
잠항에 돌입하자 몸이 함수 쪽으로 약간 기울어졌다. 함 내는 팽팽한 긴장과 함께 적막이 가득 찼다.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차단됐다.
잠수함은 부상할 때와 잠항할 때 긴장도가 가장 높다. 심도(깊이) 변경 역시 위험한 순간이다. 승조원들은 심도를 변경할 때마다 천장 쪽 관통구를 구역별로 랜턴을 비춰가며 물이 새는 곳은 없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안무함은 부산 인근 해상에서 가상의 적 잠수함·수상함을 탐색·격멸하는 공격훈련과 지상 표적 타격훈련을 동시에 전개했다.
이번 훈련은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 적이 도발하면 압도적으로 응징·격멸하기 위한 우리 군의 대비태세 확립에 중점을 뒀다. 훈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한 뒤 미식별 중인 상황이 부여됐다.
적 잠수함의 예상 기동로로 이동한 안무함은 수중음파탐지체계(SONAR·소나)로 적 잠수함을 탐지했다. 미상의 수중 소음을 탐지한 음탐관이 분석에 나섰고, 적 잠수함의 프로펠러 소음임을 확인했다. 함장은 정보를 공유하며 전투배치 명령을 내렸다.
“알림! 현시각 적 SLBM 탑재 잠수함이 접촉되었음. 총원 전투배치!” 적 잠수함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진입한 것을 확인한 안무함은 어뢰 공격절차에 들어갔다. 음탐관이 “1번 어뢰 발사 준비 끝!”을 보고하자, 함장은 “좋아! 카운트다운 후 발사!”를 지시했다. 음탐관이 전투체계 콘솔의 발사 버튼을 누르자 어뢰 1발이 발사됐다.
3000톤급 잠수함은 고압 압축공기로 작동하는 펌프를 이용해 바닷물을 밀어내며 어뢰를 발사한다. 기존 압축공기로 무장을 발사하던 방식 대비 소음이 적고, 발사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 안무함에서 발사된 어뢰는 적 잠수함에 정확히 명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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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광학체계 활용 적 수상함 발견
훈련은 적 수상함 도발 상황으로 전환됐다. 안무함은 전자광학체계를 활용해 고속으로 접근 중인 적 수상함을 발견했다. 안무함은 잠망경 심도에서 ○○m로 심도를 변경했다. 잠망경 심도는 잠수함이 선체를 수면으로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잠망경으로 해수면을 관측할 수 있는 심도다.
함장의 “긴급잠항, ○○m 잡아!”라는 명령에 안무함이 수면에서 바다 속으로 하강했다. 심도 변경을 마친 승조원들은 적 수상함 공격을 위해 어뢰를 재장전했다. 어뢰 발사 준비를 마친 안무함이 공격을 위해 잠망경 심도로 재진입해 타격 목표의 최종 위치를 확인했고, 함장이 어뢰 발사 지시를 내렸다. 발사된 어뢰는 적 수상함을 격침시켰다.
적의 지상 핵심 표적 타격훈련도 했다. 은밀하게 적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SLBM을 활용한 궁극의 응징 방법이다. 안무함의 수직발사관을 뚫고 솟아오른 SLBM이 원거리를 날아가 설정된 목표지점을 타격하는 것으로 모든 훈련이 종료됐다.
안 함장은 “승조원 모두가 최고도의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적이 도발하면 수중에서 ‘즉각,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무 지역을 벗어나 기지로 복귀하면서 잠수함은 서서히 부상했다. “불어!” 함장의 지시로 잠항 때 채운 물이 배출되며 공기를 불어내는 소음과 함께 잠수함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함교탑 상부 해치가 열리고 신선한 공기가 함 내로 들어왔다.
7년 전처럼 부두에 내려 잠수함 승조원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조국 영해수호를 위한 다짐과 깊고 푸른 바다가 변함없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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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급과 3000톤급의 차이는?
3000톤급 잠수함은 기존 장보고급·손원일급(1800톤)에 비해 덩치가 2~3배 가까이 커져 승조원 생활 여건이 개선됐다.
먼저 경험했던 박위함에는 단 두 곳이었던 화장실도 늘었다. 침대 개수도 많아졌고, 길이 역시 길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성인 1명이 편하게 누워 지내기는 좁은 공간이다.
3000톤급은 단층이었던 209급과 다르게 2층 구조다. 특히 잠수함의 ‘눈’인 탐색잠망경을 승조원들이 수동으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 탐색잠망경의 관통부인 큰 기둥이 함 내에 없어 공간을 좀 더 확보했다는 게 해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탐색잠망경의 배율도 기존보다 높아졌다.
3000톤급 잠수함은 부상하지 않고 2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더 늘어난 작전 일수와 잠항 기간 덕분에 잠수함 작전의 반경을 더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밀폐된 공간…남다른 전우애 솟아나
잠수함 승조원들은 햇빛과 공기, 물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극한의 환경에서 가족은 물론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십 일간 보이지 않는 바다 속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두려움 없이 언제나 적을 겨냥하고 있다. 잠수함 승조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의 은밀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소리’다. 그래서 잠수함 내 모든 소음은 관리되고 통제된다. 이는 장비 운용뿐만 아니라 승조원 생활에서도 적용된다.
심해의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전우애는 남다르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숨결을 공유하며, 전우를 뛰어넘어 형제·가족이 된다.
안무함은?
전쟁 억제 및 보복 능력을 갖춘 안무함은 존재만으로도 적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전략적 비수’로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 핵심 전력이다.
북한 잠수함의 추적·공격 임무를 수행하고, SLBM을 탑재해 육상의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안무함의 수중 최대속력은 20노트(시속 약 37㎞) 이상이며, 탑승 인원은 50여 명이다. 손원일급과 비교해 ‘덩치’가 2배 정도 커졌고, 잠항 기간도 늘어났다. 최대 잠항 심도는 300m 이상이다. 전투체계, 소나체계를 비롯해 국내 개발 장비를 다수 탑재해 국산화율을 증가시켰다.
안무함에는 현재 4명의 여군이 근무하고 있다. 해군은 2022년 7월 정책회의에서 여군 잠수함 승조를 의결한 이후, 지난해 6월 9명을 선발했다. 장교 2명, 부사관 7명은 지난 1월 5일 잠수함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도산안창호함(5명)과 안무함에 배치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잠수함을 여군에게 개방한 국가가 됐다. 해군에 따르면 여군의 잠수함 승조는 미국·호주·캐나다 등 13개국이 시행 중이다. 대부분 중형급 이상 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들이다.
잠수함 최초 여군 승조원이자 전투정보관인 성주빈 대위는 “우리 잠수함에는 여군이 없다. 승조원이 있을 뿐”이라면서 “조국 해양수호에 일조할 수 있도록 부여된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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