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택적 개입’ 전략 변화…북, 도발 기회 삼을 수도
‘두 개 전쟁 동시수행’ 기준 사실상 폐기
중국과 경쟁 집중…타지역 안정성 약화
국제 위기 커질수록 미 역량 축소 불가피
복수 지역·다수 분쟁 환경 지속 가능성
미 군사개입 어려워지는 상황 대비 중요
방위 태세 강화해 북 억제 만전 기해야
최근 국제사회는 복합적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적 안보 위기감이 증대되고 있다. 전략경쟁의 심화와 역내 안보 불안감의 고조는 진영 내 결집을 강화하고 대립 구도를 더욱 가속화한다. 이러한 분쟁과 갈등은 역내 국가 간 협력의 의지와 유인을 약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략환경의 변화와 한반도의 대응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조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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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양상
두 개의 대규모 전쟁이 두 개의 서로 다른 대륙에서 지속되고 있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다. 두 전쟁 모두 관련국들의 엄청난 희생과 지역 및 국제사회의 높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단기간 내에 종결될 것 같지 않다.
전쟁의 지속에는 수많은 원인이 작용하고 있으나, 많은 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주목한다.
탈냉전 이후 미국은 각 대륙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해 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노력했다. 이는 규칙 기반 질서 수호라는 명분과 함께 더 큰 개입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막고 전후(戰後) 미국에 도전할 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실질적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중국이 위치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그 결과 다른 지역의 전략적 안정성은 약화된다. 유사시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은 기존 질서에 만족하지 못하는 세력들에게 기회로 인식된다. 분쟁이 확대되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결국 미국이 개입을 못 할 것이라고 예상한 국가들이 더욱 과감하게 행동함에 따라 전쟁은 확대되고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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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수정주의 국가들 조율된 도발 우려
2022년 10월 발간된 미국 국방 전략서는 앞으로 미국은 초강대국 전쟁 준비태세를 저하할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심지어 그로 인해 분쟁이 확대될 위험도 감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철저한 선택적 개입을 통해 역량 감소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2021년 9월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했던 과정을 상기할 때 이러한 문서의 입장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와 같은 국제질서의 전략적 구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우리는 앞으로 두 개 이상의 대륙에서 복수의 국제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을 국제 안보 환경의 상수로 상정해야 할지 모른다. 더불어 이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조율된 도발의 가능성을 제기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소위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s)’들은 다른 국가의 도발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도발 역시 다른 수정주의 국가들에 유리한 여건을 형성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복합적 도발이 동시 발생할 수 있으며 나아가 복수의 도발이 조율된 형태로 전개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수정주의 국가들 사이의 조율된 도발’은 향후 전개될 국제 안보 환경의 기본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군사개입 역량이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 유지를 목표로 해왔다. 어느 한 곳에서 전쟁이 발생한다 해도 미국은 여전히 또 하나의 전쟁을 수행할 역량을 갖춰 전쟁의 발생이 질서의 붕괴를 초래하는 상황을 막고자 하는 공식이다.
미국조차 이와 같은 규모의 군사력과 대비 태세 유지는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두 개의 전쟁 동시수행(Win Win)’ 기준과 ‘한 개 전쟁 수행과 또 다른 전쟁 억제(One Plus)’ 기준 사이의 논쟁이 지속돼 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예산 강제 삭감 조치인 시퀘스트레이션이 시행되면서 두 개 전쟁 동시수행 기준은 사실상 폐기됐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 발표된 2018 국방전략서는 한 개 전쟁 수행, 다른 전쟁 억제 기준으로 이행했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여기서 한 개의 전쟁은 과거와 달리 초강대국과의 전쟁이다.
현재의 미군이 이러한 기준조차 만족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미 공화당계 유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2015년부터 매년 ‘미국의 군사력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당면한 군사 위협은 계속 증대되어 온 반면 이에 대응한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은 ‘매우 강함’에서 ‘매우 약함’까지 5단계 기준에서 하위 4단계인 ‘약함’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유럽과 중동 전장에서 직접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은 유럽 배치 미군 규모를 3배로 늘렸다고 한다.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직접 참전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개입 역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실제 군사 역량 평가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학자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위기가 증대될수록 역량이 제한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개입 역량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그 결과 질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국제적 사태 더욱 면밀히 분석해야
이와 같은 안보 환경이 한반도에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은 다중 분쟁 상황을 전략적 호기로 파악할 것이다. 미국의 개입 역량 축소를 도발의 기회로 볼 것이다. 나아가 향후 대만사태와 북한 도발이 상호 연동되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가능성을 미국도 인식하고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개입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대만사태가 먼저 발생할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향후 한국은 국제적 사태의 전개를 더욱 면밀히 분석하고 북한의 동향도 더 심층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개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방위 태세를 더욱 강화해 북한 억제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미국 역시 동맹에 대한 방위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 발생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조기에 강력한 전략자산 전개 등 초기부터 사태 악화 방지를 위한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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