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사나이 ⑧ ‘다르게 보이지만 비슷하다’ 추진기관병·의무병
추진기관병(추기병)과 의무병은 다르게 느껴지지만 사실 비슷한 임무를 가진 군사특기입니다. 추기병은 함정 동력원인 기관 계통 장비를 운용·정비하며 ‘함정의 건강’을 책임진다면, 의무병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함정 안에서 ‘전우의 건강’을 책임집니다. 기름 냄새 나는 기관실과 청결한 의무실이란 근무 환경은 많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해군1함대 2800톤급 호위함(FFG-Ⅱ) 포항함에서 만난 두 명의 수병으로부터 ‘함정의 심장, 전우의 생명은 내가 지킨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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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병
자부심/ 함정의 심장 책임진다
추진기관 부사관 보조
디젤엔진·가스터빈 장비 수리 운용
전투력 유지·생존성 보장 등 수행
‘이곳은 함정의 심장부다’. 해군 함정 기관실 입구에 붙은 이 문구는 ‘추진기관’ 군사특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장이다.
추기는 함정의 동력을 담당하는 추진·발전 계통 장비의 관리와 운용 및 정비를 담당하는 군사특기다. 쉽게 말해 함정에서 생산되는 모든 동력원은 추기 군사특기의 손을 거친다. 함정 심장부인 기관실에서 근무하며 함정 전투력 유지, 생존성 보장, 전투력 복원 등 핵심 임무를 수행한다.
추기병은 기관실에서 추진기관 부사관을 보조해 배의 심장인 디젤엔진, 가스터빈 등을 관리한다. 또 기관실에 있는 각종 장비를 관리·수리하며 함정의 건강을 책임진다.
추기병은 흔히 갑판병·조리병 등과 함께 고된 군사특기로 분류된다. 갑판병·조리병이 육체적으로 힘들다면, 추기병은 ‘근무 환경’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함정 기관실은 다른 격실과 비교하면 덥고 시끄러운 환경이다. 엔진과 가스터빈이 상시 가동되는 데다 가열된 청수 배관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항함을 비롯한 신형 함정은 기관실에 방음·방열 처리가 일부 돼 있어 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추기병은 유류와 친숙하다. 정박이나 항해에 상관없이 유류량과 빌지(Bilge)를 측정해 기록하기 때문이다. 빌지는 함정 밑바닥에 고인 물과 기름의 혼합물이다. 주기적으로 디젤엔진과 발전기의 윤활유 필터도 교체한다. 유류를 수급할 때 필요한 오일펜스 작업도 추기병 몫이다.
포항함 추기병 박현준 상병은 입대 전부터 자동차 엔진과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함정의 심장부를 직접 만지며 정비하는 점에 매력을 느껴 추기 군사특기를 선택했다. 박 상병은 “공구를 사용해 내 손으로 직접 함정 기관을 정비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다양한 기계를 정비하며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추기병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기술행정학교에서 4주간 교육받는다. 전역 후에는 기계조립, 자동차 정비·검사, 선박 기관부, 발전소 등으로 진출하는 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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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
자신감/ 승조원의 생명 돌본다
군의관·의무부사관 보조
부상 응급처치·질병 치료 수행
전염병 확산 방지·위생 관리 임무도
바다는 해군의 삶의 터전인 동시에 긴장감이 상존하는 위험한 임무 현장이기도 하다. 의무는 바다 위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전우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군사특기다.
의무 군사특기는 1948년 위생으로 시작해 1983년 의무로 개정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주된 임무는 응급처치 및 예방, 비의무요원 응급처치 교육 등 간단한 수준의 부상·질병 치료다. 업무가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고립된 함정에선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및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매 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의무병은 군의관·의무부사관을 보조해 각종 부상·질병에 대한 응급처치 및 치료 임무를 수행한다. 또 전염병 확산 방지, 위생 관리, 함정 청결, 의무 물자 관리 등 임무도 맡고 있다.
육상부대에서는 의무대와 군 의료병원 등에서 근무한다. 함정에서나 육상에서나 어느 곳에서든 장병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존재다. 창군 이래 수많은 의무병이 해군의 역사를 함께해왔다. 그중에서 희생과 헌신으로 대표되는 의무병이 고(故) 박동혁 병장이다. 해군병 456기로 입대한 박 병장은 2002년 6월 29일 발발한 제2연평해전에서 다친 몸을 이끌고 쓰러진 전우를 끝까지 돌봤다. 온몸에 총상과 파편상을 입은 그는 그해 9월 전사했다.
포항함 의무병 김민성 상병은 그의 살신성인을 본보기 삼아 전우들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것을 다짐했다. 그는 “군에서 배운 다양한 응급처치와 전문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승조원 모두가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군 의무병은 보건학과 전공자나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하지만 전공이 무관하거나 자격증이 없더라도 의무병 근무를 희망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국군의무학교에서 4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은 뒤 각 부대에 배치된다. 일부는 해병대 부대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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