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공병예찬

입력 2024. 04. 30   16:17
업데이트 2024. 04.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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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교수
황건 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교수



얼굴이나 손에 외상을 입어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에게 어떻게 다쳤는지 병력을 묻다 보면 자연스레 병과(兵科)도 알게 된다. 지난 1년간 진료한 경험으로는 전투병과, 특히 기계나 장비를 사용하는 포병·기갑·공병병과 장병들을 자주 치료하게 된다. 그중 공병은 포병이나 기갑에 비해 잘 몰랐던 병과이기에 자료를 찾아봤다. 공병은 군용시설의 건설과 유지를 담당한다. 전장에서 장비·인력·폭약에 의한 적의 장애물 개척, 아군 기동로 개척 및 방호진지 건설, 장애물 설치로 적의 기동을 방해하는 것도 공병의 주요 임무다. 적의 토치카(진지)나 벙커를 파괴할 대형 폭발물을 휴대하고 쏟아지는 적 포탄과 기관총탄을 뚫고 목표점까지 간 다음 폭파하는 장면과 적의 총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뢰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은 대부분의 전쟁영화에서 다루는 공병의 전형적 모습이기도 하다. 

공병병과를 상징하는 구호는 ‘시작과 끝은 우리가(First In, Last Out-FILO)!’이다. 전쟁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외상센터 임무와도 닮았다. 작전이나 훈련 중 응급 외상환자가 발생할 경우 최단 경로를 통해 국군외상센터로 후송하게 된다. 치료가 시작되는 센터 외상소생실에서는 환자의 초기 평가와 처치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의료진이 응급수술에 돌입한다. 수술 이후에는 외상중환자실에서 환자의 회복 경과를 확인하고, 얼굴이나 신체의 외상이 심할 경우 피부이식 및 재건수술을 추가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또한 본원 재활의학과 및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해 환자의 신체·정신적 재활을 위해 필요한 치료를 끝까지 지원한다. ‘국군의 중심 의료기관’이자 ‘국민과 군 장병을 위한 국내 최고 외상센터’로서 환자의 치료를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려보낸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영역은 다르지만, 어쩌면 각자의 전장(戰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훈련의 계절을 맞아 TV 화면에는 연일 전후방 각지의 장병들이 전투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보도된다. 전방 어느 지역에서 공병 부대원들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아군의 진격로를 확보하는 훈련을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전쟁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겠다는 그들의 결의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작전과 훈련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이곳으로 후송되는 장병들이 있다면, 그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할 것을 다짐해 본다. 전국의 모든 군 장병이 오늘도 안전히 임무를 완수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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