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집단사고와 집단지성

입력 2024. 04. 24   15:39
업데이트 2024. 04. 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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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일 육군대학 전략학처 교수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양순일 육군대학 전략학처 교수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우리는 일반적으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훌륭한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착각일 때가 많다. 인간의 사고는 잘못되고 편파적인 경우가 적지 않아 매우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완전함은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180개가 넘는 각종 편향, 논리적 오류 등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선 각 개인이 갖고 있는 편향을 극복하고 비판적 사고로 개인과 조직의 논리적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군에서는 집단사고(Groupthink) 방지가 매우 중요하다. 집단사고란 강한 응집력을 지닌 집단에서 의사결정 시 만장일치에 도달하려는 분위기가 다른 대안들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억압할 때 나타나는 구성원들의 왜곡되고 비합리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단결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군대에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군에선 무엇보다 집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복합적인 문제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전문가와 다양한 구성원의 지혜가 모이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발휘될 때 해결할 수 있다. 집단지성이란 각 개인이 협력이나 경쟁을 통해 공동의 지적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필자가 소령과 중령 시절 교관 근무 때도 학생장교들이 집단지성을 펼치도록 많이 유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학생장교들 간에도 선후임 위계가 있고, 토의문화가 익숙지 않아 논쟁 시 이를 본인을 향한 공격으로 인식해 생산적 산물로 이어지기 힘들었다. 짧은 토의시간이라는 제약으로 심사숙고 과정을 거치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보다 다수 의견을 재빨리 모아 결론을 내려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휩싸인 조직은 논쟁을 단결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 인식하고, 지휘관이나 주도하는 소수 인원에게 판단을 일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군대에서의 문제도 정치·사회·경제 분야와 관련돼 있어 단순히 지휘관 지침으로만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집단사고를 방지하고 집단지성을 이뤄야만 한다.

미군은 집단사고를 방지하고 집단지성을 구현하기 위한 내용을 교리에 반영하고 있다. 레드팀을 운영하고 비판·창의적 사고, 대화와 협력, 시스템적 사고, 조직 학습을 강조한다. 또 토의 장소 환경, 바람직하지 않은 대화와 올바른 대화, 비판·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기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군들은 개인적으로 토의하면 우수성을 못 느끼지만 각 부서의 생각이 모인 종합적인 산물에서는 집단지성이 실현됐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장차 연합군사령관을 한국군 장교가 맡게 되면 이러한 미군들을 리드하고 통합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토의문화는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이 내린 결정이 집단사고의 결과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자. 그리고 더 좋은 해결책이 없는지 대화와 협력을 하고 하급자와 동료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용기, 본인의 견해에 도전하는 걸 허락하는 용기, 그것에 대해 화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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