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입력 2024. 04. 17   15:51
업데이트 2024. 04. 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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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흠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전문연구원
박국흠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전문연구원



2015년 3월 알카에다 세력이 예멘의 반미세력을 규합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습을 했다. 사태는 국제분쟁으로 커졌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예멘대사관에 총격이 가해진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예멘 교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이때 예멘 소코트라섬으로 피신해 있던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철수시키는 것이 청해부대의 임무였다. 

청해부대는 4월 9일 우리 국민 6명과 우방국 국민 6명을 오만 살랄라항으로 안전하게 철수시켰다. 당시 이영호 주예멘대사는 “4월 9일 소코트라섬에 머물고 있던 우리 국민을 철수시킬 때는 모든 항공편과 선박 편이 끊긴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청해부대 왕건함이 예멘 남쪽 아덴만 작전구역에서 평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히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예멘 체류 우리 국민 보호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외교부가 긴밀히 협력해 이뤄진 것이다. 무엇보다 미 중부사령부와 동아프리카 연합합동기동부대사령부 및 연합해군사령부로부터 현지 정세와 정보를 공유하는 등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예멘의 앞바다, 홍해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예멘 반군세력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위협하고 있다. 후티에 의한 홍해 리스크를 줄이고자 미국 주도로 다국적 함대가 출범했다. 그러나 후티는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상선을 상대로 30여 차례 공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해에서의 후티 공격으로 전 세계 해상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나아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불씨가 번지며 중동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지는 게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도 지난 1월 브리핑에서 “홍해지역과 국제 무역로의 안정·안보를 보장하고자 위협을 무력화하거나 공격에 맞서기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서양위원회의 윌 웩슬러 선임 디렉터는 “국제 해상 무역로엔 주요 8개 요충지가 있다. 그중 절반이 중동지역에 있는데,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가장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하면서 “후티는 현재 이러한 요충지 중 한 곳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우려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바 있다. 이 작전에는 이미 미국과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 여러 국가가 동참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도 각자 입장에 따라 참여 수준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뢰밭 같은 국제 안보환경 속에서 모든 국가가 각자 국제관계에 관한 복잡한 셈법을 작동 중이다. 이러한 복잡한 셈법에도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나아가야 한다. 2015년 예멘 체류 교민 보호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은 ‘우리 국민 보호’라는 군의 고유 임무 수행태세를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도 마도로스를 꿈꾸며 홍해를 항해하는 아들·딸과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모, 아빠의 귀국날만 손꼽고 있는 가족들. 이러한 국민의 기도가 홍해 상황 악화로 간절함이 깊어질수록 ‘우리 국민 보호’라는 군의 고유 임무 수행을 위한 태세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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