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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이 필요하면 존댓말을, 편안함이 필요하면 반말로 대화해요

입력 2024. 03. 28   16:40
업데이트 2024. 03. 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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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상담소
커플끼리 존댓말을 쓰는 것이 나을까요?

Q 친해지면서 말을 놓자고 했는데, 상대는 계속 존댓말을 쓰자고 하네요. 반말을 하면 너무 막 대하게 될까 봐 걱정된대요. 그런데 존댓말을 계속 쓰니까 거리감이 많이 느껴져 친해지기가 어려운 기분이 들어서요. 혹시 커플은 존댓말을 쓰는 게 낫다거나 반말을 하는 게 낫다, 뭐 이런 것도 있을까요? 


A 커플이 존댓말을 쓰는 것과 반말을 하는 것은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습니다. 2021년 중앙대에서 커플의 언어 차이를 실험한 일이 있습니다. 실험에 참가할 대학생 76명을 모집한 후 존댓말 집단과 반말 집단으로 반을 나눴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커플이 싸우는 상황을 지켜본 뒤 그것이 자기 커플의 일이라고 가정하고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게 했습니다. 존댓말 집단에 속한 사람은 존댓말로 적고, 반말 집단에 속한 사람은 반말로 적도록 했습니다. 가령 존댓말 집단은 “자기가 내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말한 것에 상처받았어요. 앞으로 자기가 말할 때 이 점은 고쳐 줘요”, 반말 집단은 “자기가 내 입장을 생각 안 하고 말해 상처받았어. 앞으로 이 점은 고쳐 줘”라는 식으로 적은 것입니다. 다툼의 상황에서 연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은 후 그것을 다시 읽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존댓말보다 반말을 좀 더 부정적으로 느꼈습니다. 존댓말을 하면 부정적 감정을 덜 느끼고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커플끼리 다툴 때 서로 기분이 상하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존댓말을 쓰면 조심하면서 ‘필터’를 한 번 더 거치는 효과가 있어 서로의 감정을 덜 상하게 했습니다. 

이 존댓말의 특성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존댓말을 쓸 때는 예를 갖추기 위해 추가되는 문장이 많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반말에 비해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 반말을 하면 더 빠르고 간결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생각을 필터링 없이 말하게 돼 좀 더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 보니 더 재미있는 겁니다.

더불어 호칭 차이도 있었습니다. 존댓말을 쓰는 커플은 이름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 씨라든지 좀 더 정중한 호칭을 고르는 편입니다. 호칭부터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호칭은 사람을 조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와 “○○아”라고 부를 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그에 걸맞게 점잖게 굴어야 할 것 같고, 이름만 부르면 더 편하게 행동해도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존댓말과 반말의 특성이 다른데, 어느 것이 우리 커플에게 유리할지는 평소 언어습관을 고려해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필터링 없는 표현으로 상처받거나 관계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되는 커플이라면 존댓말을 사용해 조심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와 달리 한마디 한마디 조심하는 커플이라면 반말을 하면서 좀 더 편하게 말해 볼 것을 권합니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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