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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과업은 정전협정 이행...회원국 힘 모아 한반도 평화·안보에 집중할 것

입력 2024. 03. 22   16:49
업데이트 2024. 03. 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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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채일 국방홍보원장, 데릭 매콜리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과 만나다

데릭 매콜리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채일 국방홍보원장이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유엔사 본청에서 대담하고 있다.
데릭 매콜리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채일 국방홍보원장이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유엔사 본청에서 대담하고 있다.


“북한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선배 전우들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복무할 기회를 갖게 돼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에서의 근무가 저의 35년 군 생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유엔군사령부(UNC·유엔사) 신임 부사령관으로 취임한 데릭 매콜리 캐나다 육군중장은 “평시 유엔사의 최우선 과업은 정전협정 이행”이라면서 “유엔사 회원국들과 함께 힘을 모아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한 “유엔사와 모든 회원국은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필요한 억지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전문 기관과 파트너들이 핵 위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북핵 위협에 대해서도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매콜리 부사령관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있는 유엔사에서 만나 그의 지휘철학과 한반도에서 유엔사의 역할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악수하고 있는 매콜리 부사령관과 채 원장.
악수하고 있는 매콜리 부사령관과 채 원장.


-유엔사의 설립 배경과 6·25전쟁 당시 유엔사의 주요 기능에 대해 설명해달라. 

“유엔사는 1950년 창설된 이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유엔사의 기능은 변화해 왔다. 처음에는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됐다. 대한민국을 지원하기 위해 22개 회원국이 함께 모인 연합군이었다. 휴전 이후에는 그 역할이 다소 바뀌어 1953년 정전협정 집행이 유엔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됐으며, 오늘날에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향후 위기가 발생할 경우 회원국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됐다.”


-설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엔사의 기능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 

“유엔사 설립 초기에는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고 대한민국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다국적 연합이었다. 1953년까지는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전투 본부로서 기능을 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합의된 협정을 집행하고 있다. 즉 유엔사의 기능이 정전협정상 합의된 규정과 정책이 유지 및 이행되도록 집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유엔사의 구체적인 역할이 있다면? 

“유엔사는 앞서 말한 대로 합의된 협정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누리고 있는 평화와 안보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역할은 합의된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이 계속해서 안전하고 안심하며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우리 군과 협력해서 진행하는 훈련이 있는지. 

“유엔사는 물론 한국군과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 협정을 맺고 있는 미군과도 협력하고 있다. 유엔사는 한국군 및 미군과 정기적 훈련을 통해 우선 정전협정 이행 태세를 확인한다. 또한 유엔사 회원국 및 기타 협력국들과 한반도에서 우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평시 한반도에서 유엔사의 주요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평시 유엔사의 최우선 과업은 정전협정 이행이다. 이는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의 최우선 순위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유엔사 참여 현황과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또 일본 내 유엔사 후방 기지의 임무가 있다면? 

“유엔사는 한국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지도자들, 일반 국민께서 보내주신 큰 지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정전협정 유지와 집행의 중요성도 크게 실감하고 있다. 유엔사에 대한 지지를 토대로 17개 회원국과 함께 정전협정을 집행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한반도에 침략이 발생했을 시 우리가 대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중국·러시아 간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면서 동북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우려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국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노력하고 있다. 말씀하신 북한·중국·러시아 간 논의와 합의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유엔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군은 물론이고 참여를 희망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집중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진화되고 있는 북핵 위협은 유엔사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관심사다. 우리는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억지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 기관과 파트너들이 핵 위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유엔사 재활성화와 한국군의 유엔사 참모부 파견 방안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취임한 지 얼마 안되지만 ‘재활성화’는 익숙한 용어다. 이는 유엔사의 쇄신을 담고 있는 용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쇄신’ ‘재활성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유엔사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지원을 의미한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는 것이 한국군의 유엔사 참모부 참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매일 한국군과 함께 일하고 있고, 우리 참모부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 지난해 11월에 열린 첫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회원국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이는 유엔사의 굳건한 단결력과 목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유엔사 부사령관으로서 회원국들이 한국에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유엔군사령부 본청 의장대홀에서 캐나다 육군 중장인 데릭 매콜리 주한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 채일 국방홍보원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유엔군사령부 본청 의장대홀에서 캐나다 육군 중장인 데릭 매콜리 주한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 채일 국방홍보원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캐나다 군도 6·25전쟁에 대규모로 참전했다.

“캐나다는 당시 한국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1951년 4월 가평 전투를 비롯해 여러 주요 전투에 임했다. 캐나다에서도 그 전투들을 기념하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하키를 좋아하는데 ‘임진클래식’이라는 경기가 있다. 6·25전쟁 당시 캐나다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 부대와 왕립 반두(Van Doos) 연대 두 부대 간에 벌어진 하키 경기다. 캐나다에서는 지금도 매년 이를 기리기 위해 그 경기를 재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한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며, 한국군과 함께 복무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 군 입장에서 6·25전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

“한국이 캐나다 군의 전통과 역사적 유산의 일부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저는 1991년 로드 스트라스코나 기병연대 소속으로 임관했다. 이 부대는 6·25전쟁에 참전했다. 임관 후 저는 캐나다와 한국 간에 얽힌 깊은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참전했던 모든 국가의 희생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다. 캐나다인들은 전쟁 역사를 아직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6·25전쟁에 참전해 희생한 모든 국가에 감사하다.”


-부사령관만의 지휘 철학이 있다면?

“리더십은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아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기 때문에 리더로서 다양한 국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리더십을 흥미롭고 풍요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조직의 다양성이 미래의 성공을 위한 핵심 원칙이라 말하고 싶다. 다양한 배경과 성별,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한데 아우르는 팀을 만드는 것은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며, 이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조직은 앞으로 더 강하고 더 나은 조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임 후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이 강한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의 힘과 빠른 성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외형적으로 높은 건물에서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한국인들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 국민이 환대해주며 따뜻하게 맞아줬다. 항상 저와 가족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열심히 설명해준다. 그것이 제가 매우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 생활은 어떤지? 

“벌써 한국 음식에 매료됐다. 한국 문화의 팬이 됐다. 설을 맞아 처음으로 한복을 맞추기도 했다. 저와 가족 모두 한국에 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 딸이 스물한 살인데, 콘셉트 예술을 전공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오고 싶어했다. 현재는 평택에 거주하면서 호주에 있는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딸이 제게 K팝을 소개해줬는데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블랙핑크다. 한국에 있는 동안 콘서트에 꼭 가보고 싶다.”   정리=조아미/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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