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인수공통감염병으로부터 우리 군을 지켜내자

입력 2024. 01. 24   16:41
업데이트 2024. 01.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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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운경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장
문운경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장



중세 시대 ‘페스트(흑사병)’와 1900년 초 스페인독감(인플루엔자) 이후 인류 최대 팬데믹(Pandemic)이라고 불리는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역에 전파·확산하면서 세계는 엄청난 피해를 봤다.

21세기 신·변종 감염병인 사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웨스트나일, 헨니파, 치카 등의 바이러스 질병 대부분은 동물을 자연 숙주로 하고 있다. 동물유래 병원체 75%가 사람에게 감염병을 일으키며 발병 시 사람이나 동물들이 유사 증상 또는 다양한 형태로 감염되거나 사망하게 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빙산이 녹으면서 그 속에 잠재돼 있던 미지의 X병원체들이 철새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아열대·열대지역의 기후대에 있던 모기, 파리, 진드기 등에 의한 매개체성 질병들도 온·한대 지역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사람·동물·환경이 하나의 건강으로 연결된 ‘원 헬스(One Health)’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대부분 신·변종 질병이 동물로부터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 산불, 수해, 전쟁 등으로 사람과 동물(가축·들짐승류)이 한 곳으로 집결하는 난민촌(수용소)에는 열악한 환경 탓에 각종 감염병이 창궐하게 됐고, 질병과 복지를 따로 분리할 수 없어 ‘원 웰페어(One Welfare)’가 탄생했다. 이후 ‘원 헬스’와 ‘원 웰페어’는 동전의 양면처럼 질병 예방 및 방역을 논할 때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 헬스’의 예가 있다. 6·25 전쟁 때 휴전선과 한탄강에서 야생 들쥐의 한타바이러스로 인한 유행성출혈열(신증후군출혈열) 발생이 그것이다. ‘원 웰페어’의 예로는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발생한 시겔라균(Shigella spp.)에 의한 세균성 이질(Shigellosis)이 있다. 당시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장티푸스, 콜레라, 천연두, 발진티푸스 등에 의한 인명피해도 매우 컸다.

특히 제1·2차 세계대전 동안 죽음의 공포 요인이었던 발진티푸스 통제 여부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6·25 전쟁 기간 국민방위군과 유엔군 등 발진티푸스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는 체계적인 DDT 살포 및 예방접종 정책 등 근현대적인 질병 예방 및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고 보건소 탄생에도 영향을 줬다.

군은 어느 집단보다 야외 훈련이나 작전 과정에서 야생동물이나 오염된 동물유래 병원체와의 접촉 빈도가 높고, 장기간 노출되기 때문에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 발병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인수공통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군 장병들은 훈련 또는 작전을 할 때 모기, 파리, 진드기 등 흡혈 매개 곤충에게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들짐승류와 이들 배설물과의 접촉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복귀 후에는 반드시 신발·의복류 세탁, 목욕 등 개인위생 관리와 휴대 장비 등에 대한 소독·방역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의심 증상이 발현할 경우 즉시 가까운 의무대(군 병원) 또는 보건소(일반 병원) 등에 신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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