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시가 있는 병영] 빛나는 영혼

입력 2024. 01. 04   15:23
업데이트 2024. 01. 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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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중 시인
김진중 시인



하늘엔 수많은 별 뜨고 지지만
서로가 눈빛 맞추었을 때 
빛보라가 인다 

지상에 수많은 꽃 피고 지지만
우리가 그 꽃 바라봤을 때 
향을 터뜨린다 

바다가 그리운 뭍 만났을 때가
가장 아름답듯 

우리도 서로 만나 닿았을 때가
가장 빛나는 영혼으로 간다. 


<시감상> 

시인은 ‘수많은 별’도 ‘서로가 눈빛 맞추었을 때/빛보라가’ 일고, ‘수많은 꽃’도 ‘우리가 그 꽃 바라봤을 때/향을 터뜨린다’고 운을 띄운다. 이어서 ‘바다가 그리운 뭍 만났을 때가/가장 아름답듯//우리도 서로 만나 닿았을 때가/가장 빛나는 영혼’이라고 맺는다. 시인의 아포리즘(금언·격언·경구·잠언 따위의 짧은 글)적 만남의 노래는 누구나 다 아는 말일 수도 있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의 언어로 평범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일상의 언어가 재현해내는 의미는 적지 않다.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와의 만남 또한 새로움과 신선함의 원천이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만은 아니어서 우리가 일상에서 공기처럼 당연하게 사용하는 언어에는 그 언어를 통해 유전한 공동체의 보편적인 문화와 정서가 스며있다. 만물이 변화와 변용을 수용하면서 유전하듯이 언어 또한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고유한 규칙과 습관을 형성한다. 이러한 언어의 보편성과 고유성은 정형화된 리듬을 갖춘다. 서양의 ‘소네트’, 중국의 ‘절구’와 ‘율시’, 일본의 ‘하이쿠’, 우리의 ‘시조’가 정형시로 존재하는 이유다.

우리말은 2·3·4음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조사를 붙여 오랫동안 3·4·5·6음보를 구사하며 살아왔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이런 고유한 언어 리듬을 정형시로 계승·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민조시(民調詩)’다. 한 수의 민조시는 3·4·5·6조(18음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가락의 음보는 엄격하나 시행 처리는 자유롭다. 시인이 ‘민조시’의 운율로 노래하는 이 만남의 가락은 그래서 친밀하고 정겹다.

만남은 사람 간의 관계만을 아닐 것이다. 만남의 대상이 무엇이든 그 만남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한다. 2024년 용의 해를 만나 희망의 빛이 충만하기를 기대한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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