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시가 있는 병영] 내 고향은요

입력 2023. 11. 23   14:27
업데이트 2023. 11. 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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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경 시인
지은경 시인

 


난, 고향이 어딘지 모릅니다 
산이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바다라 기억되기도 합니다 

풀꽃으로 태어난 나는
산에서 뿌리를 배우고 
바다에서 하늘을 배웠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풀꽃들은 
꽃을 피워내며 
평화를 노래 부릅니다 

고향이 어디냐고 또 물으신다면 
내 고향은 대한민국이요 지구촌이요 
꽃 피우는 곳은 모두 고향입니다 


<시 감상> 

고향의 긍정적 이미지는 시문학에 스며들어 순수한 동심에 대한 동경과 자족의 공간을 상징하며, 일상에서 훼손되고 상실한 삶과 대비시켜 정다운 세상으로의 회복을 소망하는 수사적 관념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시인은 고향이 그런 곳만은 아니라고 한다. 눈 맑은 시인이 바라보는 고향은 고착화된 관념이 지배하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관념화된 고향은 자칫 안과 밖을 경계 긋고, 타자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암묵적 권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시인이 깨닫고 전하는 진정한 고향은 차별과 배척이 통용되는 고립과 편협의 지대가 아니라 다름과 차이를 포용하고 사랑이 꽃필 수 있는 평화지대다. 화자 ‘나’를 대변하는 ‘풀꽃’은 독자에 따라 여러 의미로 재현될 수 있겠지만, 글로벌 시대의 지구촌 시민 혹은 사회공동체 구성원 등과 같은 보편성을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어떠한 이유와 조건으로든 사회적 타자로 차별과 편견에 주눅 들지 않고 “꽃을 피워내며/평화를 노래 부”를 수 있는 땅이 진정한 고향임을 시인은 노래한다.

시의 감동은 새로움에서 나온다. 새로움이 없는 시는 생명 없는 낱말을 반복 재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로움은 언어 표현의 형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은 현재와 미래로 연결된 새로운 고향의 소통로가 지역과 국경을 초월해 인류애로 발전하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고향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맑고 따사로운 시심에서 피어나는 보편적인 인류애의 시향이 깊고 넓은 울림으로 아름답다. “내 고향은 대한민국이요 지구촌이요/꽃 피우는 곳은 모두 고향입니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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