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Stand or Die, 낙동강 "죽더라도 지켜라"...배우도 스태프도 울었다

입력 2023. 10. 10   17:19
업데이트 2023. 10. 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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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 연출·작곡·안무·조명 전 과정 참여
김재성 예술감독·변숙희 제작감독 등
전문가 대거 합류 완성도 높여
실존 월턴 워커 장군·이정송 여사와
가상 김지우 이병의 이야기
목숨 걸고 나라 지킨 6·25 참전용사 대변

4일 충남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잊혀진 영웅, 워커 장군’을 소재로 한 육군 창작뮤지컬 ‘스탠드 오어 다이, 낙동강’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김병문 기자
4일 충남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잊혀진 영웅, 워커 장군’을 소재로 한 육군 창작뮤지컬 ‘스탠드 오어 다이, 낙동강’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김병문 기자



오는 14일 충남 계룡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뮤지컬 ‘스탠드 오어 다이(Stand or Die), 낙동강’이 오른다. ‘스탠드 오어 다이, 낙동강’은 육군이 7번째로 기획 제작한 창작뮤지컬이다.

‘스탠드 오어 다이, 낙동강’은 그동안 대형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며 쌓아 온 육군의 기획력에 장병들의 재능, 전문가들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이 더해져 그 어느 해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공연을 열흘 앞둔 지난 4일 찾은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막바지 리허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병들과 스태프들은 장면 하나하나를 맞춰 가며 모든 사항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었다.

마치 본공연 실황을 보는 것처럼 무대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이들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고 누구보다 반짝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품은 장병들이 연출과 작곡, 안무, 영상, 조명, 음향, 의상, 소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아이돌이나 배우 출신 병사들을 주연으로 내세웠던 기존 작품과 달리 치열한 오디션을 거친 병사들이 타이틀롤을 따냈다. 장병들의 열의가 대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육군은 지난 1월부터 조석근(대령) 육군본부 정신전력문화과장을 주축으로 한 창작뮤지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작업에 돌입했다.

그동안 육군 창작뮤지컬은 육군이 기획하고 민간 제작사가 제작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육군이 시나리오 작성은 물론 기획·제작 전반을 담당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연기와 연출, 작곡 등을 전공했거나 공부하고 있는 병사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해 병사들이 직접 제작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 열린 오디션에는 320여 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53명의 병사가 6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도 대거 합류했다. 공연전문기획사인 ㈜하늘이엔티와 ‘아이다’의 김재성 예술감독, ‘라디오스타’의 허수현 음악슈퍼바이저, ‘여명의 눈동자’의 변숙희 제작감독, 김수한 안무감독, 이은석 무대디자이너,이수경·김태우 영상디자이너 등이 전문성을 더했다.

뮤지컬은 1950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6·25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 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존 인물인 월턴 워커(육군대장 추서) 장군과 이정송 여사, 가상의 인물인 김지우 이병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워커 장군은 6·25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의 명령으로 한국의 모든 지상군을 통합 지휘하는 주한 유엔지상군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국토의 90%를 잃고 대구, 부산만 남았던 시점에 “스탠드 오어 다이”를 외치며 낙동강 방어선을 펼치고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의 공세를 55일간 막아 냈다.

극 중에서 ‘이정화 여사’로 등장하는 이정송 여사는 전쟁에서 헤어진 남편 장우주 소령을 찾기 위해 임신한 몸으로 낙동강부터 다부동(경북 칠곡 일대)까지 320㎞를 걸어 내려온 인물이다. 수차례 죽을 고비도 겪었지만 극적으로 생존해 국군이 서울을 수복한 뒤 남편과 재회했다.

‘김지우 이병’은 유일한 가상의 인물이지만 어찌 보면 실존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둘도 없는 친구와 전우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싸워야 했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 냈던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대변한다.

육군은 장병들이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한 뒤 작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현장답사를 했다. 또 실존 인물을 내세운 만큼 역사적 오류가 없도록 고증작업도 철저하게 거쳤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에 대한 설명, 작품 속 뒷이야기를 담은 팸플릿도 제작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주한미군 장병들도 초청, 영어 자막과 영문본 팸플릿도 제공한다.

공연은 오는 12월 1일까지 5개 지역에서 25회 진행한다. 계룡문화예술의전당(10월 14~16일)을 시작으로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10월 20~23일), 대구 천마아트센터(11월 4~6일), 경기도 평택 한국소리터(11월 10~11일), 강원도 춘천 백령아트센터(11월 28일~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창작뮤지컬 TF장 조석근 대령(육군본부 정신전력문화과장) 인터뷰

창작뮤지컬 TF장 조석근 대령(육군본부 정신전력문화과장) 사진=김병문 기자
창작뮤지컬 TF장 조석근 대령(육군본부 정신전력문화과장) 사진=김병문 기자

 

창작뮤지컬 TF장을 맡은 조석근 대령은 누구보다 이번 뮤지컬에 대한 확신으로 차 있다. 지난 1월부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는 만큼 애정도 남다르다.

특히 장병들이 작품에 남다른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된 데는 조 대령의 역할이 컸다.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50쪽에 달하는 자료를 만들어 직접 장병들에게 나눠 주고 낙동강과 다부동 지역 등을 함께 찾으며 공부했다.

장병들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전쟁의 의미와 그 안의 인물들을 이해하게 됐고, 이는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열의로 이어졌다. 

-월턴 워커 장군을 내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시점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했다. 또 주한미군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워커 장군은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이다. 미국에서도 ‘잊혀진 영웅’으로 불린다. 워커 장군의 낙동강 사수가 없었다면 전세를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도,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다.”

-고증도 꼼꼼하게 거쳤다는데.

“낙동강전투를 비롯해 워커 장군 관련 책과 논문들을 찾아보고 분석했다. 이정송 여사 이야기는 칠곡군에서 발간한 ‘낙동강전투’라는 사료에서 찾아 이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 유족도 수소문했다. 다행히 이 여사의 차남과 연결이 돼 일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완성된 시나리오는 육군군사연구소에서 최종 검증을 받았다.”

-앞서 선보인 뮤지컬은 아이돌이나 배우 출신 병사 출연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엔 이정송 여사 역을 빼놓고는 병사들이 100% 소화하는데, 부담은 없었는지.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장병 스스로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고,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안무도 짜 보고, 그런 일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육군에는 인재가 상당히 많다. 재능 있는 장병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했고, 인물과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현장에 가 봤다. 자신들이 만들어 가는 작품이라 그런지 자부심이 대단하다. 시나리오 한 줄을 수정하기 위해 새벽 3시까지 머리를 싸매고 있더라. 참으로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자신 있는 이유다.”

- 팸플릿을 제작한 것도 눈에 띈다. 분량만 30페이지다.

"뮤지컬은 방대한 이야기가 축약되고 응축된 상태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을 보고도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240㎞에 달하는 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전투가 2개월 동안 진행됐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겠나. 낙동강 방어선이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싸움의 주역들이 누구였는지 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팸플릿을 제작했다."



-입소문이 대단하다. 이미 계룡과 서울 공연은 전석 매진이라고 하는데.

“진심이 통했는지 문의가 많다.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문화예술이라는 매개체로 장병들과 국민에게 감동으로 다가가길 희망한다.” 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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