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미사일 잡는 명사수…사각지대는 없다

입력 2023. 10. 03   14:45
업데이트 2023. 10. 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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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을 이끈 명품 무기 이야기 - <끝> 천궁-Ⅱ

숨을 곳도 없다… 피할 수도 없다… 

탄 수직사출발사 ‘콜드론칭’ 기술
유도탄 직접 충돌·파괴 방식으로
잔해 낙하 2차 피해 줄여

하늘 꿰뚫는 레이다, 국내 첫 3차원 위상배열
수출형 모델 최대 섭씨 63도서도 정상 작동
아랍에미리트 4조 원대 수출 성사
K방산 기술력 과시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굉장한 권세가 있는 사람이 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두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비유하곤 한다. 예로부터 공중의 비행체를 요격해 격추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런 속담이 생겨났을 것이다. 방위산업에서도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격파하는 대공 무기체계는 최첨단 수준의 고도의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분야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각고의 노력으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를 개발해 수출까지 성사시켰으니, 그것이 바로 ‘천궁-Ⅱ’다. 김철환 기자


2022년 수출 성사…K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

2022년 1월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의 획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UAE 국방부와 방위산업 및 국방기술 중장기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UAE 무기 조달 기관 산하 기업 TTI와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한화디펜스)가 각각 계약을 맺었다. LIG넥스원은 발사체, 한화시스템은 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 개발·생산을 맡았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천궁-Ⅱ 도입 계약 규모는 미화 35억 달러(당시 환율 약 4조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때까지 K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화시스템은 이 가운데 천궁-Ⅱ 다기능레이다(MFR) 계약금이 약 11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천궁-Ⅱ 수출을 통해 우리나라는 ‘나는 미사일도 떨어뜨리는’ 방산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게 됐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한국형 패트리어트’ 목표로 1990년대부터 도전

천궁-Ⅱ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중거리 요격미사일로 우리나라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0년대부터 공군 주도로 ‘철매-Ⅱ’ 지대공미사일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철매’라는 명칭은 훗날 지금의 ‘천궁’으로 변경됐다.

이 사업은 당시 노후화된 나이키 미사일과 호크 대공미사일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패트리어트(Patriot) 미사일’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탄도탄 요격체계는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의 선진국만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유도무기체계로, 이를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천궁-Ⅱ의 전신인 천궁은 중거리·중고도 항공기 방어 임무를 목표로 개발됐다. 2011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다수의 K방산 기업이 참여해 연구개발을 완료했으며, 2015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해 2020년 4월 군 인도를 완료했다.

천궁에 사용된 탄 수직사출발사 즉 ‘콜드론칭(Cold launching)’ 기술은 미사일을 발사대 위로 10m 이상 튀어오르게 한 뒤 로켓을 점화하는 방식이다. 표적을 향해 미사일 발사대를 회전시킬 필요가 없기에 즉응성이 뛰어나며, 지면과 주변 장비에 대한 화염과 후폭풍 피해 걱정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LIG넥스원, 탄도미사일 맞히는 발사체 개발

탄도탄 요격이 가능한 천궁-Ⅱ의 개발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항공기 요격용 천궁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레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탄도탄 요격체계 개발이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천궁-Ⅱ는 기존 천궁을 기반으로 성능 개량을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무기체계나 다름없다는 것이 개발사의 입장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천궁-Ⅱ는 유도탄 형상부터 구동기, 측추력기, 추진기관이 모두 새로 개발되면서 통합 제어 기술도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우선 천궁-Ⅱ에는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 통제 기술과 다기능레이다 탄도탄 추적기술이 적용됐다. 유도탄은 전방 날개 조종형 형상 설계와 제어기술, 연속 추력형 측추력 기술을 적용해 반응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탄두 변경으로 요격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천궁의 탄두는 일정한 거리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근접신관을 사용해 파편을 표적 방향으로 쏟아내 목표를 격추한다. 반면 천궁-Ⅱ는 위력증강형 탄두를 탑재해 유도탄에 직접 충돌·파괴하는 방식이다. 더 강한 위력으로 목표 탄도미사일을 직격해 파괴함으로써 잔해가 낙하해 발생하는 2차 피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천궁-Ⅱ는 다수의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며 2017년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2018년 양산에 착수해 2020년 11월 군에 인도됐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천궁-Ⅱ의 수출은 UAE가 최초 문의를 해온 후 수년간 큰 진전이 없다가, UAE 고위직 인사 방한에 이어 UAE 공군 관계자들이 천궁-Ⅱ의 품질인증사격을 참관하고 성능을 직접 확인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협상을 이어나간 것이 최종 계약이라는 결실을 낳았다”고 전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궁-Ⅱ의 실제 발사 장면. 천궁-Ⅱ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중고도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LIG넥스원·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천궁의 눈 다기능 레이다 제작

천궁의 눈인 다기능 레이다(MFR)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MFR은 천궁 체계의 핵심 센서로서 복잡한 전장 환경에서 1개의 레이다로 전방위·다수 표적에 대해 탐지·추적·피아식별·미사일 유도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최초 3차원 위상배열 다기능 레이다다.

중거리 항공기 표적에 대한 탐지·추적·피아식별과 대전자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요격 유도탄의 포착·추적·교신의 교전 기능 등 복합 임무를 단일 레이다에서 수행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천궁 MFR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2020년 전력화를 마쳤으며, 올해까지 천궁-Ⅱ를 위한 MFR 성능 개량형을 양산 및 공급할 예정이다.

천궁-II MFR은 기존의 천궁 MFR을 성능 개량해 항공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도 탐지·추적과 식별부터 전파방해 대응, 교전 기능 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UAE 수출과 관련해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UAE의 환경 조건에 맞게 국내 천궁-II MFR을 개량해 공급했다”면서 “이번에 확보된 개량형 수출 모델로 향후 중동·동남아 수출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천궁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다기능 레이다 모습. MFR은 한화시스템에서 개발했으며, 수출형 모델에는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기술을 적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천궁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다기능 레이다 모습. MFR은 한화시스템에서 개발했으며, 수출형 모델에는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기술을 적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수출형 천궁-Ⅱ에 AESA 레이다 적용

UAE에 수출된 천궁-Ⅱ는 전반적인 부분은 우리 군에 납품된 것과 같으나, 수입국의 환경 조건과 요구 등에 따라 세부적인 부분에서 설계 변경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수출형 모델은 최대 섭씨 63도에도 대응할 수 있으며, 다습하고 모래 먼지가 많은 여건에서도 정상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수출용 MFR은 이러한 환경적 요소 등을 고려해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다를 적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수입국의 지리적 상황에 따라 교전통제소와 발사대 간의 이격 거리를 좀 더 늘리는 개량이 이뤄졌으며, 탄도탄조기경보레이다(EWR) 등과의 연동 기능 추가와 신규 전술통신차량 제작도 변경된 점이다.

천궁-Ⅱ는 UAE 수출을 위해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 프랑스·이탈리아의 아스터 30(Aster 30), 이스라엘·인도의 바락 8(Barak 8)과 경합했다. 주요 방산 선진국들과의 제품 경쟁에서 최종 승리한 것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천궁-Ⅱ는 패트리어트 PAC-3와 비교했을 때 성능은 비슷한 수준이면서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적 요구를 충족하는 무기체계로서 천궁-Ⅱ만의 독특한 위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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