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살 빼고 영주권 포기…'조국 수호' 긍지

입력 2023. 09. 15   16:47
업데이트 2023. 09. 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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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자원병역이행자’의 특별한 사연


전후방 각지에서 조국 수호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을 초청해 격려하는 행사가 잇따라 개최,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자리가 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 전군에서 선정된 국군모범용사를 초청, 격려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196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병무청도 2007년부터 병역이 자랑스러운 문화를 조성하고자 ‘자원병역이행 모범병사 초청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자원병역이행자는 국외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이행을 면제받을 수도 있으나 자진 귀국해 병역이행을 선택한 사람과, 질병 사유로 4급 보충역 또는 5급 전시근로역으로 병역 처분을 받아 현역으로 복무할 의무가 없음에도 치료 후 입영한 사람을 말한다.

올해 행사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각 군 참모총장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자원병역이행자 100명을 초청해 진행됐다. 이들이 군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군대에 오지 않아도 됐으나, 당당하게 군 복무를 선택한 병사들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한다.



병무청 ‘자원병역이행 모범병사 초청행사’ 에 초청받은 안세준 해군병장, 임서혁 육군병장, 장세준 육군상병, 오영우 해병병장(왼쪽부터)이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으나 자원해 병역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모범적인 군 생활을 통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병무청 제공
병무청 ‘자원병역이행 모범병사 초청행사’ 에 초청받은 안세준 해군병장, 임서혁 육군병장, 장세준 육군상병, 오영우 해병병장(왼쪽부터)이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으나 자원해 병역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모범적인 군 생활을 통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병무청 제공



오영우 해병병장
연평해전·천안함 사건 보며 존경심...초고도비만 딛고 서해 최전방 근무

오영우 해병병장은 입대 전 몸무게가 134㎏까지 나가는 초고도비만이었다. 이 때문에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오 병장은 군대에 오기 위해 무려 30㎏을 감량했다. 보통의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린 시절 제2차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등을 보면서 군과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마음속 깊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는 입대 전 피아니스트 활동 경력을 살려 군악병에 지원할 수 있었음에도 혹독하기로 소문난 ‘해병대’를 선택해 현재 연평부대 우도경비대에서 발칸 사수로 복무 중이다. 오 병장은 “해병대 입대는 뮤지션으로서 느낄 수 없었던 짜릿한 순간이자, 인생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시간”이라며 “지금은 우도라는 최전방 작전 지역에서 대공·무인기 상황과 적 경비정 및 중국어선 해상 상황에 기민하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등 초 단위 방공작전 대비 태세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세준 해군병장
심장 수술로 보충역 판정에도 입대...동해함 모범 추진기관병으로 칭찬도 

안세준 해군병장은 어릴 적 선천적 심실중격결손으로 큰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어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을 판정받았다. 현역병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안 병장은 현역 복무의 길을 택했다. 군 복무가 정신력을 강화하고 유연한 사고, 소속감, 자부심을 갖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는 것은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결심에는 당당히 현역 복무를 마친 주위 사람들의 모습도 한몫했다. 안 병장은 “제일 친한 친구와 학교 선후배들이 힘든 군 생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군 생활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입대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해군을 선택한 안 병장은 현재 동해함 추진기관병으로 복무 중이다. 부대에서 그는 장비 정격성능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등 모범적인 태도로 칭찬이 자자하다.

안 병장은 “사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군대에서 배우고 있다”면서 “군 복무를 통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도전할 때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서혁 육군병장
중국 영주권 있지만 나는 한국 사람...망설임 없이 당당히 국방의무 이행

해외 영주권이 있어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있음에도 자진해 입대한 병사들도 있다. 임서혁 육군병장은 해외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열 살 때부터 중국에서 생활했다. 임 병장 역시 스무 살이 넘으면서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병역 이행’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입대’를 택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전부였다. 임 병장은 “제가 어디서 살아왔는지는 상관없이 항상 한국 사람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다”며 “그렇기에 한국 사람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군심리전단에서 기상관측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임 병장은 군 복무에 만족하고 있다며 입대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임 병장은 “벌써 1년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좋은 간부와 전우들을 만나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당연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세준 육군상병
멋있는 선택 위해 대만 이중국적 포기...상병 조기진급에 부분대장 임무 수행

한국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던 국군홍천병원 CCTV감시병 장세준 육군상병은 대만 국적을 포기하고 자원입대했다. 사실 네 살 때 한국을 떠나 중학교 때까지는 중국에,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미국에 거주한 장 상병에게는 병역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그가 대만 국적을 포기하고 입대하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장 상병은 “평소 아버지께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버지의 아들로서, 입대는 멋있는 선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선배님들이 피와 땀으로 지킨 우리나라를 이제 저희 세대가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입대 후 한국어가 서툴러 해프닝도 많았지만, 덕분에 빠르게 한국어가 늘었다고 소개한 장 상병은 “열심히 군 생활하며 1개월 조기진급도 하고 부분대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분대장이 돼 책임을 가지고 부대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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