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 해양력에 기반한, 국방의 ‘청색경제’ 기여 방향
구체적 실천 내용은
강한 해양력 기반한 전략적 사고 중요
인·태지역 위협 시 대응협력체계 완비
동남아 국가 돕는 민·관·군 사업 기획
해양거버넌스 영향력 키워 신임 확보
바람직한 방안은
해군·해수부·해경 협의에 국방부 참여
‘MADEX’서 국가 비전 브랜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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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목적은 국가안보전략이자 비전인 글로벌 중추국가와 신해양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국방의 역할을 제시하는 데 있다. 해양을 기반으로 국제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청색경제(blue economy)’라는 시대 담론을 읽고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청색경제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양·바다·해양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청색경제 논의는 2012년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UNCSD)에서 출발했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한국국방정책에 청색경제 개념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인도양 연안국, 아세안 10개국, 태평양 도서국과의 정상회의에서 청색경제는 키워드로 등장한다.
국방 부문에서 청색경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적어도 세 가지이다.
첫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수소경제’가 본격화된다. 해외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로 수소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악의적인 행위자에 의해 새롭고 실존적인 위협이 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소 생산·저장·수송·유통과정에서의 안전기준을 확보하고, 전 과정에서 안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둘째,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서’에서 제시한 공통과제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공통과제란 인·태지역의 자유·평화·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국방과 청색경제를 엮고 있다. 반면 우리 국방의 인·태전략 이행 논의에서는 ODA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획력이 미진한 측면이 있다.
셋째, 인·태지역 18개국이 참여하는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해양안보 분과위원회에서는 해군 협력의 최종상태를 청색경제 실현에 두고, 로드맵을 이행한다. 2024-27년 공동의장국으로는 일본과 필리핀이 유력하다. 우리 인·태전략의 주요 협력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이들 국가의 활동은 결국 미국의 인·태전략과 연계된다.
한편 해양력은 ‘해양 그 자체의, 해양에 의한, 해양을 위한’ ‘민·관·군의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해양력은 △해양질서와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군사활동(해군력을 비롯한 합동군) △해양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해양경제), 해양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활동(해양환경) △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평화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규범과 규칙을 마련하는 해양거버넌스라는 네 가지 측면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국가 비전으로 공표한 바와 같이 해양국가로서 강점을 갖고 있다.
두 개념의 정의에서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은 해양력과 청색경제는 상호강화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강한 해양력은 청색경제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청색경제는 해양력을 친환경적으로 사용하도록 바꾸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자, 해양력을 다시 강화할 수 있는 무궁한 새로운 경제영역을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 국방은 해양력에 기반해 인·태지역의 청색경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기존에 논의되는 저탄소 청정조선, 방산수출·협력을 통한 해양법 집행 역량배양 지원 등은 해양력을 활용한 손쉬운 기여일 수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신해양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양력에 ‘기반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이는 국가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양력의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은 해양에 기반한 ‘3P(preparedness, presence and prestige)’ 원칙을 통해 청색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첫째, 이른바 해군·해경 국가함대(National Fleet)의 준비태세(preparedness)에 기반한 기여이다. 유·무인 디지털화가 복합화된 수소경제에서는 새로운 위협이 다변화될 수 있다. 항만 보안, 해안 경계, 화재 진압, 오염 방지, 대테러, 선박 호송, PSI·해양차단 작전 등의 소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부처와 민간의 수소협력은 태평양에서 인도양을 망라한다. 그러므로 국방은 민·관의 동향에 발맞춰 인·태지역의 위협 양상을 예측하고 국제대응협력체계를 갖춘다. 이를 위해 해양영역인식(MDA)을 바탕으로 인·태지역에 특화된 전술·기법·절차를 개발하는 연합연습에 적극 참여한다.
둘째, 민·관·군이 함께하는 존재감(presence)을 심어서 협력상대국이 청색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양력 그 자체를 키운다. 해양경제 및 해양환경과 관련, 정부와 민간 영역은 동남아시아에서 수소 생산시설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더불어 해양예측 및 관측과 관련된 정부 부처(해양수산부·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상청 등)는 해양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적응을 돕는 ODA 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
ICT를 활용한 재해 조기경보·위성으로 수집한 기후 빅데이터 공유, 재난재해 플랫폼 구축, 해안침식 관측 및 유지관리 등 기존 성과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개발협력사업과 연계해 국방은 해양경제와 해양환경의 회복력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방기상·해상 및 항만경계·국방시설 재난위험 경감, 해양인구 인도적 지원 등의 분야에서의 협력을 꾀할 수 있다.
셋째, 위신(prestige)에 기반한 기여다. 2P의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한국은 외부환경의 위협과 기회에 모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임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평판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소프트파워를 자산으로 국방은 해양거버넌스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
그러한 점에서 2022년 출범한 한국·필리핀 해양대화는 유용한 플랫폼이다.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국방부·해수부·해양경찰청이 참여한다. 필리핀 측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외교부·국방부·농업부가 참석한다. 한·필 해양대화를 발판으로, 국방은 필리핀이 ADMM-Plus 해양안보 분과위 차기 공동의장국으로서 청색경제 로드맵 이행을 주도하는 과정에 적극 기여할 수 있다. 청색경제 실현을 위한 회원국의 해양정책 및 우선순위 공유, 각국 해군의 기여(역할)와 임무 분담 기획 등의 논의를 촉진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책은 국가 차원의 해양위원회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청색경제에서 다루는, 해양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국가 해양전략과 해양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를 위한 지름길로 당장 실천 가능한 과제를 짚기로 한다.
첫째, 해군·해수부·해경 정책협의체에 국방부가 참여하는 방안이다. 국방부는 안보환경 평가 및 전망, 위협대응 방책 수립, 협의 결과의 이행력 제고 측면에서 힘을 실을 수 있다.
둘째,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3P 원칙을 일관되게 실천할 수 있다는 국가 비전을 브랜드 마케팅한다. MADEX 2023은 그러한 잠재력을 국내외에 입증한 성공적인 행사였다. 대전략의 대외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청중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평판 훼손 등 치러야 할 대가가 크기 때문에 공약을 실행하지 않을 수 없게 ‘손을 묶는(tying hands)’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습지 보호를 세계적으로 선언한 ‘창원 선언’(2008)처럼, ‘해양력에 기반한, 국방의 청색경제 비전’을 선언할 수 있겠다.
이 글의 한 줄 요약이다. 반도(半島)의 국력은 해양력에서 출발하고, 청색경제 시대에 국방은 섬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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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한국국방연구원 미래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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